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과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폭력사태를 거쳐 최근 '이석기 사태'(내란음모 의혹)까지 터지면서 진보운동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석기 사태를 진보운동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진보운동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진보운동은 이석기 사태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얻어야 하나? <오마이뉴스>는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서 활동해온 인사들과 연쇄인터뷰를 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
지난 9일 기자가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에게 이석기 사태와 관련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이미 작심한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할 말이 많다."'비주사파'이긴 했지만 대체로 'NL(민족해방파)진영'쪽에서 오랫동안 통일운동을 벌여왔던 김 실장은 최근 언론에 '5·12 모임 녹취록'을 두고 "편향된 극소수이자 영향력 없는 그룹의 기형적 사고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와 진보로부터 '합리적인 통일운동가'라고 평가받아온 그로서는 아주 센 발언이었다. 그럴 정도로 '이석기 사태'는 진보진영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려 우리 사회를 광기로 몰아넣어"10일 오후 늦게 서울 여의도 코리아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수 실장은 "할 말이 많다"는 이유에 "이석기 문제를 둘러싸고 본질적인 논쟁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90년대에 통일운동진영에서 '범민련이냐 새로운 통일운동단체(새통체)냐?'는 논쟁이 벌어졌다. 93년부터 97년까지 그 논쟁에 완전히 휩쓸렸다. 지금 이석기 사태에 직면해 당시 논쟁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 상황이다. 90년대 중반에도 많은 논쟁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본질적인 부분과 관련한 논쟁이 안되고 있다."김 실장은 "통일운동에 몸담은 88년부터 지금까지 임수경 등 숱한 공안사건을 봤지만 그 가운데 이석기 사태가 가장 부정적인 사건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지금은 옛날처럼 국민들이 '빨갱이 조작사건이다'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여파가 클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우선 내란음모는 아니다"라면서 "이석기 집단의 발언은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린 사건이다"라고 규정했다. '역린(逆鱗)'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말하는데 흔히 '군주의 노여움'을 뜻한다.
"역린은 건들면 분노해버린다. 이석기 집단이 우리나라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들면서 괴물이 살아났다. 그리고 그 괴물이 우리 사회를 광기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후방을 교란하겠다는 건데 이는 북한 편을 들겠다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 이석기 집단은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려 우리 사회에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김 실장은 "남북관련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송두리째 잡아먹을 수 있는 괴물 같은 이슈다"라며 "전쟁도 겪고 북한과 늘 대립해오면서 그런 괴물 같은 이슈가 잠재하고 있었는데 이석기 집단이 그 역린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분단체제에서 우리 국민들을 가장 격분시키는 것이 뭔가? 북한이 쳐들어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 북한이 박근혜 정부나 미국과의 정책 차이 때문에 발생한 갈등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서울을 어떻게 해버리겠다', '백령도 주민들은 피난가라',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등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석기 집단은 북한이 쳐들어오면 북한편을 들어서 후방을 타격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잠들어 있던 분단체제라는 괴물을 폭발시켰다.""국정원이 공작하는 데 먹잇감을 제공한 셈이 됐다"김 실장은 "이석기 집단이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는 문제를 사람들이 정확하게 비판하지 않고 있다"며 "저는 이것을 비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을 정확하게 비판하지 않으면 국정원 대선부정 규탄도 지속적이고 힘있게 진행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 사회 내부에서 이런 문제들이 틈만 나면 재현돼서 우리 민주주의를 발목잡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평상시 이런 논의를 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들이 뭘 잘못했는지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주의 원칙을 핑계로 이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다."김 실장은 "분반토론에서 그런 발언을 할 때 내부에서 제재하거나 비판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기 때문이 결국 그 사람들의 발언이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리게 된 것이다"라며 "특히 국정원이 공작하는 데 일종의 먹잇감을 제공한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실장은 통합진보당 등에서 '사상의 자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는 것에는 "발언을 행동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분단체제의 역린을 건드린 잘못된 생각들을 표현의 자유(사상의 자유)라고 넘어간다면 언제든지 우리 사회 내부에서 광란극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국정원 조작 의혹과는 별도로 이석기 사태의 문제점을 진보진영 내부에서 명확하게 진단하고 자정하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이런 이슈가 재생산될 수 있다"며 "평상시에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슈가 됐을 때라도 왜 잘못됐는지 명확하게 지적해주고, 진보진영 내부에서 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실장은 "이정희 대표가 이들의 발언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농담이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국민의 감정을 더 자극했다"며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이석기 의원이 '미숙했다, 사과드린다'라고 하고, 이정희 대표도 '미성숙한 우리의 모습이었다, 국민들에게 100배 사죄드린다'고 했다면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더 확장시키지 못했고 국민감정도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석기 그룹은 문익환 목사의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김 실장은 통일운동을 시작한 이후 '문익환주의자'를 자처해왔다. 20여년 동안 통일운동을 벌여온 그에게 고 문익환 목사는 운동의 사표(師表)였기 때문이다.
"문익환주의자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북한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통일운동의 생활화'라는 대중노선을 가는 것이다. 90년대 당시 우리는 범민련과 한총련이 '전위노선'으로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중노선을 이야기했다. 전위노선으로 가면 대중으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범민련과 한총련은 '우리도 대중노선을 하고 싶은데 정권이 탄압해서 안 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대중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봤다. 학문에서나 언론에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우리끼리는 이것을 문익환주의자라고 불렀다." 김 실장은 "문익환 목사가 살아 있었다면 이석기 그룹의 발언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아마도 문 목사는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사건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잘못된 인식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문익환 목사는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도 면전에서 '지금까지 주체사상은 인민이 아니라 수령을 위한 거였다는데 이제는 인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국민의 관점에 서는 것'이다. 문 목사는 이석기 그룹 발언을 두 가지 관점에서 지적했을 것이다. 하나는 전쟁이 났을 때 북한편을 들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너희들 생각과 국민 생각을 보라'였을 것이다. 아울러 처리방식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지도 않고 농담이라 넘어가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는 게 아니다'라고 질책했을 것 같다." 김 실장은 "문 목사는 범민련을 탈퇴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서 남한과 북한, 해외가 삼발이(균형)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북한이 무조건 선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삼발이 가운데 남한의 발이 없어지고 북한의 발이 기형적으로 커지게 되기 때문에 '북한이 무조건 선이다'라는 것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석기 그룹은 문 목사의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민지론은 시대착오적...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통일"
김 실장은 이석기 사태에서 다시 등장한 '자주'와 '통일'의 문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자주의 문제'다.
"이석기 그룹은 한미 관계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미국이 다 통제하고 지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에 당당하게 맞서자'며 자주를 얘기한다. 이것이 사람들을 굉장히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80년대와 2013년은 굉장히 다르다. 미국 식민지론이나 레닌의 제국주의를 한국에 적용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조종한다? 그렇게 절대 못한다. 한국에 강력한 독자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세력이 알아서 미국에 기는 것이지 미국이 한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은 아니다."김 실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10~20년 전에 미국에 가면 입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국력 수준에서 그때만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한미 관계를 제국주의-식민지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데 그들만 80년대 한미관계 인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통일의 문제'다. 김 실장은 "여전히 이들에게 통일의 문제는 '전국적 범위에서 실현하는 것인데 통일의 문제는 완전히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며 '평화공존의 제도화로서 통일 인식'을 제안했다.
"한국이 발전하는 데서 직면한 첫 번째 문제가 2만불 저성장의 덫이다. 3만불 시대로 나가려면 북한을 발판으로 해서 중국과 러시아 대륙으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통일은 한국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해줄 수 있는 길이다. 즉 통일이 밥과 일자리를 주는 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분단체제의 극복은 분단체제에 기생하면서 유지되는 우둔하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한국사회의 광기를 해결하고, 분단 등 21세기 유죄를 청산하는 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발전, 역사발전 등 한국사회에 성숙을 가져오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만 만들어도 통일이다." 김 실장은 "이렇게 자주와 통일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분단체제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며 "북한문제가 국내정치, 사회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잘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비판해야 박근혜 정부 비판에도 힘이 실린다"이어 김 실장은 "북한이 우리 체제의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발전모델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깊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진보진영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우리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북한을 체제대안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모델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이 통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통일운동,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립적 제3자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남북한 화해를 위해 북한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만 북한의 잘못된 대남정책은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조국통일대전을 하겠다', '서울을 공격하겠다', '핵전쟁을 일으키겠다' 등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정책을 발표했다"며 "자신들의 정책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대남정책들은 철저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이 그렇게 했나?"라고 물었다.
"그것을 비판하면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이해해주는 것처럼 되니까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을 비판해야 박근혜 정부의 잘못도 비판할 수 있고, 그 비판에도 힘이 실린다. 북한이 전쟁 일보 직전까지 일으키는 상황을 비판하지 않고 어떻게 통일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나?"김 실장은 "평화주의자들은 전쟁 억지가 아니라 군비 감축을 이야기하는데 이번 사태는 전쟁 억지도 아니고 후방에서 교란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관용이라는 자유주의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후퇴"인터뷰 초반부터 비판적인 논조를 펴온 김 실장은 "이 사건의 여파로 생기는 문제는 의견이 다르면 '너도 경기동부 아니냐' 하는 낙인찍기다"라며 "관용이라는 자유주의조차 통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는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이석기 사태를 다루는 우리의 사회 수준이 백지처럼 아둔하고 폭군처럼 야만스럽다"며 "2011년 노르웨이에서 테러가 터졌을 때 오슬로 시장이 추모식에서 '우리는 범죄자들을 더 큰 관용과 더 큰 민주주의로 징벌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성장하려면 이런 사건이 났을 때 이런 발언을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실장은 "법률적으로 명명백백히 처리하고, 정치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검증해주지 않으면 이석기 사태가 다시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며 "적대적 의존관계를 원하는 세력들은 이런 사건들이 계속 써먹고 싶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창수 실장은 평화연구소 연구원과 민족회의·통일맞이·민화협 정책실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 국장과 민주평통 전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과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어록] "양극단의 적대적 상호의존관계를 깨야 한다" |
"문익환 목사가 고민했을 '근원'은 우리나라 양극단의 적대적 상호의존관계다. 그렇게 해서 서로 자신들의 존립 근거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국정원 해체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정원은 이석기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영화 <스파이>를 보니까 다국적 기업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한국 전쟁위기를 조성하는 데 국정원이 맞서 싸운다. 국정원이 이런 것으로 존립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이석기 집단의 과장을 부풀리고 조작해서 존립이유를 찾는다.
이석기 집단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가치를 설명하기보다는 국정원이 탄압한다고만 한다. 국정원과 이석기 집단은 이렇게 서로 상대방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을 깨야한다. 그러려면 양쪽을 다 비판해야 한다. 왜 국정원만 비판해야 하나? 양극단이 절대다수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것 때문에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말도 못하고 있는데, 둘다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석기 그룹의 사고방식은 50년대 수준으로 기형적이다. 진보는 변화와 발전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변화와 발전을 창조하는 게 아니다.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하면 진보가 아니다. 통합진보당도 그렇고, 이석기 그룹은 늘 역사, 민중, 진보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이들이 진보적 발전을 염두에 두고 발언하거나 행동하는지 의문이다. 자신들의 집단만이 유일한 진보다. 결국은 파당적 논리를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국민을 보고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집단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집단만 정당하고 옳기 때문에 이 사건이 국내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는 게 아니라 집단논리에 따라서 대응하고 있다."
"국정원의 이석기 체포동의안 내용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으로서는 너무 빈약하다. 그런 것을 가지고 현역의원을 체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 볼테르의 말에 빗대어 이들의 발언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은 이석기 의원이 아닌 건전한 보수집단에서 말해야 한다. 그런데 왜 보수가 말하지 않느냐? 보수는 이 문제를 민주주의가 아닌 체제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주주의보다는 체제위협을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각하다. 보수가 나서서 이 문제를 말해야 건전하고 합리적 세력이 된다. 또 이석기 의원이 분단체제의 역린으로서 남한체제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진보는 이 부분을 말해야 한다. 진보가 이 말을 하지 않을 때,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단호히 지적하고 선을 긋지 않을 때 보수는 '체제 위협을 말하지 않는 진보는 진짜 진보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진보가 진보되기 위해서는 '이 체제 위협은 잘못된 발언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가 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있다. 진보가 체제 안보를 소홀히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체제위협발언은 명확히 비판해야 한다. 안보문제에서도 진보의 안보관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는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하는 안보'를 만들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말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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