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경기 구리시선거관리위원회(구리시선관위)에서 18대 대선 하루 전에 저장된 투표구별 개표현황 엑셀 파일이 발견돼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개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인단 시민수사단은 두 선관위의 누리집에 게시된 투표구별 개표현황 엑셀 파일의 마지막 저장 날짜가 12월 18일임과 중앙선관위가 게시한 12월 21일자 엑셀 자료와 개표결과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여기서 "투표도 하기 전에 개표 결과가 미리 프로그래밍 돼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다.
시민수사단은 해명을 요구하고자 8월 30일 중앙선관위 정보센터와 본청을 방문했다. 책임자들과의 면담을 신청하고 오랜 시간 기다렸으나 중앙선관위는 끝내 면담을 거부해 개표조작 의심은 증폭됐다.
중앙선관위 정보센터 김태욱 주무관은 당시 면담 거부 사유에 대해 "소송 중인 사안이고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대강 짐작이 가기에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 "소송인단 대표 한영수씨가 예전부터 주장해온 바를 되풀이할 텐데 괜히 만나서 논란하다가는 업무에 지장만 초래한다"는 취지였다. 한 대표는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선관위의 불법적 전자개표기 사용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다.
구리시와 송파구의 엑셀 파일에 대해서는 "템플릿 서식을 만든 날짜가 18일인데 그 파일을 다운받아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마지막 저장 날짜가 그대로 18일로 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서버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의 도구로서 엑셀을 쓰기 때문에 일반 엑셀과는 다르다"고도 하였다. 말하자면 후보자별 득표수 엑셀의 기본 서식을 만든 날짜가 18일일 뿐이지 실제 데이터 입력 날짜는 19일 이후라는 말이다.
송파구와 구리시선관위의 담당자는 "중앙선관위 통계자료 시스템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게시하였고 받은 엑셀 파일에 어떠한 수정이나 변형도 가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서울 송파구의 엑셀 파일은 현재 그대로 게시돼 있다. 반면 구리시선관위 누리집에 게시됐던 문제의 파일은 얼마 전부터 삭제됐다. 삭제 경위에 대해 구리시선관위 지도홍보계장은 "구리시선관위에선 손댄 적 없고 다른 선관위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어 경기도선관위 서버 담당 업체를 통해 삭제 원인을 파악 중"이라 하였다.
서울과 경기도지역 선관위의 모든 누리집을 살펴 같은 현상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실제 경기 연천군과 여주군선관위의 엑셀 파일이 구리시선관위처럼 삭제돼 있었다. 누리집에 파일을 게시한 날짜는 연천군이 12월 24일, 여주군은 12월 20일이다. 해당 선관위에서는 삭제된 이유를 역시 알지 못했다. 시흥시나 안성시 같은 몇몇 지역의 엑셀 파일은 만든 이나 마지막 저장일 등을 알 수 있는 속성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투표구별 득표현황 엑셀 파일 게시가 의무는 아니므로 대다수 선관위는 게시 자체를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소송인단에서는 한 시민이 중앙선관에서 받은 정보공개 자료를 근거로 엑셀 파일의 '마지막 저장 날짜'가 12월 18일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개표조작 증거로 본다. 중앙선관위는 회신에서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만이 유의미한 정보"라고 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별 득표수 현황 엑셀 파일 조작논란은 중앙선관위의 명쾌한 해명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