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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의 최근 6년간 추석선물세트 매출 신장률. 한우의 매출은 2008년 광우병,구제역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듬해 두 자리 수 신장률을 회복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수산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역신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의 최근 6년간 추석선물세트 매출 신장률. 한우의 매출은 2008년 광우병,구제역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듬해 두 자리 수 신장률을 회복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수산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역신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고정미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9일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정육 코너는 선물을 사러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육 코너 한 직원은 "요즘 한우 매출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언론에서 요즘 방사능 보도가 나오면서 손님들이 수산물을 안 사고 육류 아니면 과일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로 수산물 전체 인기가 떨어지며 정육과 과일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반면 반대편 수산물 추석선물코너는 썰렁했다. 굴비, 전복, 갈치 등 '국산' 추석선물 세트를 내놨지만, 판매자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는 "우리 백화점의 모든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 후 들어오지만 손님들은 못 미더운지 잘 안 찾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서울의 대형백화점 수산물 추석 선물세트 코너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주부는 환불을 해달라며 난감해 했다.

"전복 선물 배송 보낸 거 취소 좀 해줘요. 선물 받는 사람이 방사능 때문에 찝찝해서 안 받는다고 하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부터 후쿠시마 등 8개 일본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번 조치로 관련 지역의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과 상관없이 국내 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나머지 지역에서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수입될 때마다 매번 방사능 정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은 수산물보다 한우 등 정육을 선호했다.

광우병 시기에도 한우 선물세트는 높은 신장률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판매중인 한우 추석선물세트. 직원은 "37만원대의 고가제품이지만, 여러 부위가 혼합되어 가장 인기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판매중인 한우 추석선물세트. 직원은 "37만원대의 고가제품이지만, 여러 부위가 혼합되어 가장 인기있다"고 설명했다. ⓒ 김지혜

한우의 인기는 이번 추석에만 벌어지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추석 한우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은 수산물 선물 세트와 비슷했다. 2008년 광우병·구제역 파동 등을 겪으면서 한우 선물세트 인기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수산물보다 오히려 2%포인트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한우시장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이듬해부터 한우 선물세트는 두 자리 수 신장률을 회복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경기불황으로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떨어지면서 한우 선물세트의 신장률도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한우는 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 상승을 이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전체 신장률은 29%로 실적이 양호한 편"이라며 "한우 등 정육이 45% 신장률을 보이며 올해 매출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추석 선물로 한우 갈비가 인기를 끌며 가격이 지난해보다 다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가협회는 서울시내 4개 대형마트와 3개 백화점에서 파는 추석 선물용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 추석보다 한우갈비 가격이 평균 6.8% 올랐다고 밝혔다.

수산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알림판에 '현재 판매중인 수산물은 국내산입니다. 당사 수산물은 매일 방사능 검사 후 입고됩니다. 해류 흐름의 서식지의 차이로 국내산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알림판에 '현재 판매중인 수산물은 국내산입니다. 당사 수산물은 매일 방사능 검사 후 입고됩니다. 해류 흐름의 서식지의 차이로 국내산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쓰여있다. ⓒ 김지혜

반면 수산물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수산물 선물세트는 2007년 21%, 2009년 14%, 2010년 20%대의 신장률을 보이며 같은 기간 한우의 신장률 26%, 15%, 38%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11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일어나며 수산물 선물세트의 인기는 급락했다.

2011년 수산물 선물세트는 10%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듬해는 매출이 전년 대비 15%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9월 2일 기준)도 전년보다 매출이 9% 떨어지면서 역신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 6일 사상 최초로 추석 수산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굴비·옥돔·갈치는 15%, 전복은 10% 할인 판매했다. 이같이 일찌감치 할인에 나선 것은 수산 선물세트 판매가 정육, 청과 등에 비해 크게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홍보팀 관계자는 귀띔했다.

롯데백화점 수산MD팀 김한겸 CMD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는 어류는 방사능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수산물의 소비심리가 둔화되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청정지역에서 어획한 수산품을 철저한 점검을 통해 선보이는 만큼 안심하고 선물을 구매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정부 뒤늦은 조치가 불신 키워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 김지혜

2008년 광우병 사태에도 국내산 한우는 살아남았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내산 수산물까지 불똥이 튄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해 애꿎은 국내 수산물 업계가 타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정부의 잘못된 대처와 국민 불신이 꼽힌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국민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6일 후쿠시마 주변 8개현 50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다른 지역 수산물은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 4만 톤 가운데 이번에 수입 금지되는 8개 지역 수산물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고, 이제서야 수입금지 강화 조치를 취한 것은 늑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이마트 수산물 코너 직원은 "소비자들의 이런 불신 풍조가 일파만파로 퍼지기 전에 진작에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며 "대책이 늦어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국내 연안에 대한 수산물까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추석선물세트#방사능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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