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인천 월미도 폭격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민간인들을 추모하는 행사인 제7회 '월미도 미군폭격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가 15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월미도 폭격 피해자들의 모임인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위령제는 폭격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인천 남북평화재단의 박종렬 목사의 기도가 이어졌다. 박 목사는 "미군을 기다리며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던 그 밤에, 미군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린다"며, "이젠 월미도 희생자들을 기리며 월미도를 평화의 세상으로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한인덕 대책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2012년 미군폭격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 거주사실, 피해사실 등에 대한 진실규명 논란으로 패소하고 2심 항소 재판을 앞두고 있다"며 사법부의 패소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 판결은) 미군폭격 민간인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이며, 월미도 주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판결이다. 앞으로도 항소를 통해 진실 규명에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용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폭격의 주체였던 미국을 비판했다.
"63년 전 우리는 그 하늘로부터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미군이 마구잡이로 퍼부은 폭격에 땅은 갈라지고 집과 살림은 박살나고 부모형제들의 시신은 갈갈이 찢겨져 여기저기 나뒹굴었습니다. (중략) 지금이라도 미국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을 하기를 기대해보면서 내년 위령제엔 미국정부의 책임자가 직접 와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박 위원장은 추도사 직전의 발언에서 "월미도 외에도 마산 앞바다, 고양 금정굴, 경산 코발트 광산 등에서의 학살들을 보면,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는 국가 공권력으로서 국민 보호에 앞장섰어야 함에도 오히려 그들을 죽이는 데 앞장섰다"며 규탄했다.
"이젠 위령비라도 세워줬으면 한다"
한편 위령제엔 김교흥 인천 정무부시장, 민주당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구갑),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김 부시장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 한국전쟁에서 "전승의 교두보가 되었다"며 작전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작전수행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것은 전승의 후면에 가린 대한민국과 인천의 아픔"이라 했다.
김홍섭 구청장은 "오전엔 전승행사(같은 날 오전에 열린 인천상륙작전 63주년 전승행사)에 참석했는데, 지금 여기 와선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찌 달래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월미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특별법을 발의한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폭격사건 이후 정부가 월미도 주민들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음을 비판했다. 폭격 이후 1971년까지 월미도엔 미군이 주둔했고, 2000년까지 한국 해군이 주둔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전쟁 이후 지금까지도 고향인 월미도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1년 8월 29일, 국방부로부터 해군부대 부지를 매입했다. 문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마디로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재산을 강탈해서 이익을 본 것"이라며 국가가 월미도 주민들에 대해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과 마찬가지로 월미도 문제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해온 민주당 안병배 시의원은 "이 자리에 매년 설 때마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다. 여러번에 걸쳐 조례 발의도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인천시와 국방부, 중앙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이 문제를 방치했다. 이제 인천시에선 하다못해 위령탑이라도 설립해서 희생자들을 위로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안 의원의 발언에 이어 민속춤연구가 이삼헌씨의 안무 공연 및 희생자에 대한 헌화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희생자 추모 행사에 "이 빨갱이 ××들아!"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은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의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미 해병 항공대가 월미도에 95발의 네이팜탄을 투하하는 등 대규모 폭격을 감행한 사건이다. 이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0명이다. 그러나 대책위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월미도에 거주했으나 주민등록체계 미비로 호적에 미등록된 사람까지 감안할 시 희생자는 100명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날 사회를 본 이희환 희망과대안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7년에 걸쳐 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장소 확보에 있어서도 지난 몇 년 동안은 어려웠던 게 사실이고, 극소수 몇몇 의원을 제외하면 정부나 인천시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고 그 동안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 실장은 "방금도 위령제 행사장 옆을 지나던 어떤 사람이 "이 빨갱이 ××들아!"라고 외치고 갔다. 시민들에게도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숙제임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한인덕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만 기리고 그 과정에서 죽어간 월미도 주민들에 대해선 정부가 관심도 안 가지는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한 위원장은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구갑)은 여기 지역구(인천 중구)도 아닌데 매번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정작 우리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신경도 안 쓴다. 매번 40억 원 들여가며 저런 거(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 돈 들어가는 것만 챙긴다. 승전 기념하는 건 좋지만 이런 아픔, 백성이 당한 아픔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수년 간 초청해도 안 온다"면서 지역구 의원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