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9월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가 참석했고,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도 기자회견장에 몰렸다. 방송사 차량은 전날부터 기자회견장을 둘러쌌고, 이날 지상파 방송사까지 안 원장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이튿날 신문은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기사로 도배됐다.# 장면2안철수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10·30 재보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달 전 "의미 있는 결과를 내겠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김한길 대표가 3자 회담에 대한 재입장을 밝히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 시간과 겹쳤다. 많은 취재진은 민주당 서울광장 천막당사로 향했다. 안 의원 기자간담회를 취재한 기자는 20여명에 불과했다. 19일은 안철수 의원이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정치인 안철수' 1년은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안철수 현상'이 정치판을 들썩였다. 그는 지난 4·24 재보선에서 60.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원내에 진출했다. 그의 원내 진출을 두고 정치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안철수발 정계개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국회의원 안철수'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원내진출 후 극심한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공간이 부족했다. '배지'를 단 뒤 136일 만에 내놓은 그의 첫 법안인 '자금세탁방지' 3법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십고초려'를 통해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의 결별은 그의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의 1년을 되돌아본다.
[1막] '안철수 현상' 대선 강타, 하지만...안철수 원장은 지난해 9월 정치쇄신을 강조하며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전 국민의 시선이 안 원장에게 쏠렸다. 그는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 먼저 정치개혁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 당시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당) 후보에게 정책 대결을 제안했다.
'대선 후보 안철수'는 대선 출마 이튿날 방문한 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렸다. 그는 찾는 곳마다 젊은 세대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안 후보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출마 일주일 만에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정치쇄신안 역시 큰 논란을 낳았다. 안 후보에게 타격이 됐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를 겪었다. 10월 들어, 야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역전 당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임하자, 큰 비판이 나왔다. 결국 11월 6일 두 사람은 만났고, 문 후보 쪽이 야권 단일화 협상 주도권을 가졌다. 이후 단일화 협상이 깨질 위기에 처하자, 안 후보는 후보 등록 직전인 같은 달 23일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안 후보는 울먹였고, 캠프는 눈물바다가 됐다.
안 전 후보의 결단은 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2주 동안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12월 19일 대선 때 투표 후 공항으로 갔다. 안 전 후보는 미국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했다. 다섯 달 뒤 민주당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안철수 의원은 대선 패배에 공동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2막] '득표율 60%'로 원내 진출... 최장집 교수 영입으로 정치세력화 박차대선 후 미국에 머무르던 안철수 전 후보는 3월 송호창 무소속 의원을 통해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11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의 노원병 출마는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부산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노원병 선거구가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도 논란을 확대시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노 전 의원이 'X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부당하게 의원직을 잃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노 전 의원은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며 "쉬운 길을 택하는 게 새 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전 후보는 출마를 강행했다. 결국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27.7%포인트 차이로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안철수 의원은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면서 원내 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의 원내 진출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회에 정치쇄신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와 "현실정치의 어려움과 맞닥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안 의원은 상임위 배정 문제로 한 달간 골머리를 앓았지만, 국회 본회의 일정에 빠지지 않는 등 '모범생'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또한 5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해 정치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 의원은 "'십고초려'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과 정계개편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3막] '1/300' 존재감 갖는 초선의원... "많이 부족하다" 평가
"인기 있는 초선 의원일 뿐이다."'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평가다. 안 의원은 국회에서 '1/300'의 존재감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싼 극심한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안철수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안 의원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다룬 국회 본회의 표결을 예로 들면서 "반대했지만 통과를 막을 수 없었다,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처음 내놓은 법안도 '이석기 의원 사태'와 맞물리면서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의정활동 뿐만 아니라 정치세력화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7월 18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10·30 재보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달도 안 돼 재보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구가 당초 예상보다 적어 정치적 의미가 축소된 상황에서 인력 등을 투자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게 이유다. 재보선에 참여할 정도로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의원과 최장집 교수의 결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최장집 교수는 이사장에 임명된 지 80여일 만에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정책 개발을 생각했는데 정치적인 역할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후 안 의원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일 관계자는 "십고초려로 모셔온 만큼 잘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인 안철수' 1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과거 선거가 끝난 후 완전히 소멸해버린 '제3후보'들과는 달리, 안 의원은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불신이 크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야 대립구도라는 현실정치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과제는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양당 대치 국면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더라도 큰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면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 때까지는 그 리더십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선거기간이 아닌 때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직화를 하는 등 본인의 실력이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은 안 들어오고 있던 좋은 사람도 떠나고 있다"며 "작은 실수가 작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학습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