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순천 아랫장 풍경입니다. 장터와 도로는 추석 장보기 위해 나선 시민들로 인해 북새통입니다. 추석 특수가 사라졌다지만 오랜만에 활기가 넘쳐 보입니다. 계속 밀려드는 차량의 행렬은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순천 연향동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과일도 사고 묵을라고 양태(생선)도 샀어요. 이곳 시장이 싼께 자주 와요"라며 총총히 걸음을 옮깁니다.
때마침 점심 무렵입니다. 할머니들이 붕어빵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전집에는 사람들이 득시글합니다. 순천만 갯벌에서 잡아온 찔룩게를 튀겨놓은 찔룩게 튀김이 눈길을 끕니다. 가게 안에는 승주에서 오신 어르신들이 막걸리 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 있습니다.
"싸게 드릴게 사세요. 미리 다 사버렸나 그냥 지나치기만 해요. 조기 한보따리(15미)에 만원이에요."생선가게 할머니의 푸념 섞인 말에서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활기가 넘치는 다른 곳과는 달리 수산물 가게는 일본 방사능 여파 때문인지 한산하기만 합니다.
바로 곁에서는 아고라 순천 문화공연이 한창입니다. 뻥튀기 아줌마는 "시장 활성화한다고 시에서 저렇게 애쓴 디, 사람들이 이곳(장옥)으로는 안 들어와요. 밖에는 북적북적한 디"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육고기를 파는 아주머니는 고기를 많이 팔았다며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엿장수(장똘배기와 은진)가 북을 두들기며 한바탕 흥을 돋웁니다. 구성진 노랫가락이 흥겹습니다.
광양에서 제수용품을 사러 왔다는 서아무개(51)아주머니는 "광양보다 이곳이 덤을 더 주고 물건도 다양해요"라며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고 말합니다. 목 좋은 곳은 물건 값 흥정도 하고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재래시장 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단연 먹거리지요. 전집입니다. 장을 한바퀴 돌고 왔더니 수북하던 찔룩게 튀김이 바닥을 보입니다. 눈여겨 봐뒀는데 아쉽습니다. 그거라도 달라고 했더니 한 접시에 5천원인데 2천원만 달랍니다.
실은 자리가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다시 찾은 겁니다. 떨이지만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기름장에 살짝 맛을 봅니다. '아작~' 한입 깨무는 순간 고소한 풍미에 반하고 맙니다.
"니들이 (찔룩)게 맛을 알어?"어느 광고카피를 떠올리고는 씩 미소 짓습니다. 에누리와 정이 넘치는 곳, 이곳은 순천 아랫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