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인 모티프원에 오시는 분들을 통해 명절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태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설이나 추석을 모티프원에서 보내는 가족들은 대부분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는 종교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르신 등 일가족이 함께 설날이나 추석 당일 아침에 간단히 추도 기도를 드리고 가족 단위의 문화 활동으로 명절 연휴를 보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제사를 모시지 않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명절의 긴 연휴를 여행이나 각자의 취미활동에 할애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올 여름에 모티프원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대구의 부부께서 추석 열흘 전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저희는 추석에 열흘간 터키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집안의 맏이인대 시어른에게 건의해서 추석 차례를 추석 전주일의 토요일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지내기로 결정하신 겁니다. 그리고 휴석연휴 앞뒤로 휴가를 보테서 열흘을 만들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융통성 없는 경상도 사나이의 완고한 성격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어요."어른이 생존해 계심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형제들에게 명절제사를 꼭 명절날에만 지낼 필요가 있겠는가를 물어 동의를 구한 다음 어른께 그 뜻을 전해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명절 전 주, 형제들이 모두 형편이 되는 날, 날을 잡아 추석제사를 미리 지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추석전날(9월 18일), 부산에서 가족이 오셨습니다.
이 분들의 경우는 명절제사를 없앤 경우입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지 3년째. 맏이인 이 분은 평소 기제사는 모시더라도 명절제사는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부모님을 설득하여 추석제사를 모시는 대신 함께 여행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차례를 지내지 않는 점에 대해 몹시 부담스러워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아들은 마음을 바꾸어 부모님이 계실동안은 부모님의 예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다시 복원했던 명절의 차례를 없애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동생부부도 동의를 하고 누이들에게도 양해를 구해 기제사만을 모시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뵌 저의 이웃 분은 장로님으로 일체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경우입니다.
파주가 고향인 지인은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산소를 없애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장한 재를 묻어 수목장을 했습니다.
고향을 방문할 때면 간혹 그 숲을 찾는 것으로 부모님에 대한 추모의 예를 갖추고 있습니다.
명절에 부모님의 추모예배조차 갖지 않는 이 분의 염려는 형제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명절이나 기제사에 형제들이 모이는 기회를 통해서 인척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정을 나누었지만 이 기회조차 갖지 않게 되면서 몇 년 뒤에는 조카들끼리 조차 유대가 소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저는 이점에 대한 대안으로 매년 형제들 집안의 가장 생일에 돌아가면서 모두 모이는 것은 어떨지 하는 안을 제의했습니다. 올해는 형님의 생일이 있는 주말에 온 집안이 모여서 화목을 도모하고 내년에는 둘째형님의 생일 주간의 주말에 명절 모임을 대신 하는 것입니다.
추석날, 모티프원을 찾은 분들은 전통을 가족의 형편에 맞춘 방식의 예법으로 바꾸어 혁신을 도모한 사람들입니다. 부산에서, 분당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고향으로 가는 대신 오히려 북쪽으로 오셔서 자신들만의 추석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