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지상파 3사 저녁뉴스의 헤드라인은 보건복지부가 25일 발표한 새로운 기초노령연금(이하 기초연금)안이 차지했다. KBS와 MBC는 2꼭지에서, SBS는 4꼭지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는데 그 중 SBS만이 정부안에 대해 "후퇴했습니다"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개정된 정부안은 명백한 공약후퇴였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에서 상위 30%는 제외됐고 월 20만 원도 월 10만 원~20만 원씩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KBS, MBC는 '비판'과 '논란'이라고 일축했다. KBS는 "후퇴한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BC는 "대선공약 후퇴 논란이 일고 있는"이라고 정리했다. '후퇴'라는 표현이 나온 꼭지는 MBC, SBS가 첫째, KBS만 두번째로 혼자만 첫 보도에서 정부 개정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정부의 개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21개 노동·시민단체와 민주당의 반대 목소리를 다룰 때도 KBS와 MBC는 편파적이었다. KBS는 민주당의 공약후퇴 비판을 '원색적'이라 꼬집었고 MBC는 아예 민주당의 비판과 노동·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누락했다.
KBS의 두 번째 꼭지 '[미니이슈]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불리…왜?'에서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 '민생 포기' 같은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여권을 비난하고 있습니다"라고 평가된다. 설사 민주당이 쓴 표현의 일부가 원색적이었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정부 개정안을 비판하는 이유를 짚어줘야 마땅했음에도 말이다.
그나마 SBS는 민주당의 비판지점이 '공약후퇴'라는 점을 좀 더 정확히 드러냈다. 네 번째 꼭지에서 "민주당은 대선 공약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최악의 정책 실패를 자초할 거라고 비판했습니다"라고 정리했다.
반대목소리를 누락시킨 것도 모자라 MBC는 정부의 개정안을 감쌌다. 두 번째 꼭지 '국민연금 역차별 논란'에서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받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무가입자보다 많은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며 논란 차단에 주력했습니다"라며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국민연금 무가입이 가입보다 이익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SBS는 국민연금 무가입이 이익일 수 있는 시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두번째 꼭지 '국민연금과 연계..'임의 가입자' 탈퇴 우려'에서다. 직장인 박아무개씨(35)는 30년 뒤에 하위 70%에 속한다고 가정하고 그 때 받을 공적연금을 계산해봤다.
관건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15년 남부하면 30년 납부했을 때보다 수령액은 20만 원 적은 55만 원이다. 하지만 15년 동안 납부할 보험료 3500만 원이 굳는다.
SBS는 또 박근혜 정부의 공약후퇴와 미흡한 증세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까지 폭넓게 보도했다. 네번째 꼭지 '좋든 싫든 '증세 논의' 불가피'에서다. 기자의 리포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에 열린 3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기초연금공약을 설명하는 영상으로 시작해 정부 개정안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멘트로 끝난다.
[김남희/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 : 노인 빈곤의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고요. 결국 박근혜식 복지 공약들이 모두 다 일종의 공허한 약속이 아니었나….][오건호/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 비증세 방식의 내역이 공개돼 있지 않고 그 방안으로는 필요한 금액을 다 조달할 수 없는 거 아니냐라는 의구심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그러한 것으로 저도 판단하고 있습니다.]지난 8월 28일 국정원의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사건' 공개수사전환을 두고 국정원의 의도를 꼬집는 클로징 멘트로 화제가 됐던 김성준 SBS 앵커는 또 인상적인 클로징 멘트를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기초연금 공약을 '표를 바라본 선택'에 빗대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비판을 두고 '매가 아프긴 할 겁니다'라고 표현한 것.
"정책은 결국 선택인데 국익을 바라본 선택은 당장 힘들어도 나중에 칭찬받을거고, 표를 바라본 선택은 당장은 달콤해도 부메랑이 될 겁니다. 부메랑을 피할 방법은 매를 맞더라도 빨리 국민에게 설명하고 고치는 겁니다. 매가 아프긴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