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만에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아래 특대위)가 열렸지만, 충남도와 전라남북도 등 피해 시·도가 정부에 건의한 100여개 넘는 주민체감형 지역경제활성화 사업 중 단 21개 사업만 확정돼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유류사고의 핵심 피해지역인 충남 태안군의 경우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주민체감형 사업을 건의했지만 단 4개 사업(42억6100만 원)만 선정돼 '피해 중심 지역'에 대한 소외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충남에서도 홍성군이 4건, 서산시가 4건으로 피해 중심 지역인 태안군과 사업 선정 건수가 같았다. 보령시가 2건, 당진시가 2건, 서천군이 2건 등 충남은 이번 특대위에서 18개 사업(125억1800만 원)이 선정됐다. 이중 국비는 87억 6200만 원이 지원되고 나머지 37억 5600만 원은 지방비에서 부담해야 한다.
전라북도에선 부안군이 신청한 어항시설 보수 보강사업 1건이 선정됐고, 전라남도에선 무안군과 신안군이 신청한 어업기반시설 확충 등 2건이 선정됐다.
정 총리 "피해민 어려움 조속히 해소 노력해야"
해양수산부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3회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아래 특대위)를 열었다"면서 "이 자리에선 주민체감형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을 확정하고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관련 추진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이 SOC사업 위주로 편성되어 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실질적 혜택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1년 10월 28일 제6회 조정위원회에서 의결돼 이미 확정되어 추진되고 있는 1, 2차 사업(53개 사업, 1조1073억 원)에 이어 추가로 피해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21개 지역경제활성화 지원사업 176억1800만 원(국비 123억 6200만 원)을 심의·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전국 최초로 2년간 민간 차원의 해삼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에 7억2천만 원을 들여 해녀휴게실을 만든다. 또 태안 최대의 수산물시장이 위치한 근흥면 신진도항에는 21억4천여만 원을 들여 어업인 복지시설 등을 신축하는 등 총 4개 사업에 42억6100만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 보령시에는 삽시도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되며, 서산시에는 해상 가두리낚시터 안전시설물 지원이, 당진시는 선착장 태양광가로등 건립사업이, 서천군은 고부가가치 수산자원(해삼) 조성사업이, 홍성군은 어사항 해상가두리 낚시터 조성 등이 각각 제2차 주민체감형 지역경제활성화 보완사업으로 각각 선정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상지연에 따른 피해민의 어려움을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사업, 해양환경 복원사업 및 어장환경 개선사업 등 정부지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피해지역이 조속한 시일 내에 사고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관계부처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총리는 "피해주민과 삼성중공업간 원만한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률적 지역 안배 안된다' 시정촉구 호소제3차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의 결과를 접한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지원과 유연환 과장은 "태안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여가지 이상의 주민체감형 지역경제활성화 사업을 건의했는데 21개 사업, 그중에서 피해 중심지역인 우리군이 4건만 선정된 것은 유감"이라며 "특히, 우리군에서는 그동안 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선별해 올렸는데 해양수산부에서 정부 사업기준에 맞지 않는 것을 1차로 제외하고 19개 사업을 선정했다, 부서의견을 받아 13건이 지원가능하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4건만이 선정된 것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유 과장은 "이번에 탈락한 사업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태안남부수협의 양식장 조성사업 건인데 해수부에서 지원대상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시켰다"며 "사업 결정 전부터 태안군과 피대위 연합회에서는 피해지역 중심으로 지원이 돼야 하는데 지역별로 분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건의했지만,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지역경제활성화사업의 일률적 지역 균등분배로 아예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태안군의회도 목소리를 보탰다.
태안군의회는 지난 3일부터 열린 '제208회 임시회'를 통해 정부의 유류사고 지원사업 일률적 지역 안배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피해규모를 무시한 지역 안배를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채택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회와 삼성그룹으로 각각 발송했다.
태안군의회 소속 의원 일동 명의로 낸 호소문에서는 "유류사고가 6년째를 맞고 있으나 피해 배보상이 지연되고 있고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피해규모를 무시한 채 지역별 안배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심히 유감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태안군의회는 또 "그동안 태안군 피해주민들은 유류사고로 인한 피해의 극복과 후유증 치유를 위해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한순간에 생계수단을 잃은 피해 주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운 인고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들어 정부가 유류사고 관련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피해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을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피해발생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고 국회 허베이 스피리트호 특위에서 태안군을 견제하려는 일부 지역의원들의 강경한 발언이 적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안군의회는 "피해지역지원 특별법은 유류사고의 직격탄을 맞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태안 피해주민들이 목숨 걸고 투쟁해서 얻은 결실이며, 정부는 앞으로 집중피해지역에 대한 특단의 배려 및 지원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태안군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유류사고의 원인제공자인 삼성그룹에게도 "결자해지의 주체인 삼성이 유류사고로 지역경제가 무너진 태안에 기업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유류피해사고의 조속한 마무리와 피해주민들의 눈에서 더 이상 검은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삼성 출연금 문제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편, 이날 특대위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정부 배·보상 합의 중재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지원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정부 대응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 ▲유류피해 극복기념관 건립비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추진 ▲유류피해지역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조정 ▲특별 해양환경 복원사업 등 주요 쟁점 및 현안 8건을 중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 지사는 우선 배·보상 진행과 관련해 "사정재판 결과를 놓고 피해 주민과 국제기금이 각각 '이의의 소'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제기금과 법원 간 피해 사정액 차이가 크지 않은 배·보상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합의를 중재해 달라"고 말했으며,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서도 무자료 관행 등으로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안 지사는 특히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문제는 "오는 30일 국회 협의체 운영 기한 이전 협상이 타결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사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제기로 배·보상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정부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감면 등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유류피해 극복기념관은 총 사업비 227억 원은 물론, 내년 정부예산에 95억 원의 사업비가 반영돼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안 지사는 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대부분이 지방비 매칭 사업으로 지자체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전액 국비로 지원하거나 광특회계를 추가 배정해 달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미지 개선, 환경 복원 사업 등 정부 지원 사업 추진 시 법원 판결 수준(83%)으로 지원 비율을 높여 줄 것과 잔존 기름 성분(유징)이 발견되고 있는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어장환경개선사업비 추가 지원도 요청했다.
한편, 지난 1월 1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이 판결한 사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8월말 현재 7만1785명이 1조1175억 원에 대해 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정재판 금액인 1648억 원과는 무려 9527억 원의 차액을 보이고 있다. 국제기금도 주민들이 제기한 이의의 소와는 별개로 6만3163명에 대한 소를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