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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고, 부러지고 불에 타고 죽어가는 노동자! 관심 없는 사회! 혹시 노가다. 잡부. 인부들에게 이런 작업환경은 불가피하다 생각하시나요?"

다소 저돌적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산업재해로 인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사진전을 보면서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지만 현장에서 '을(乙)'중에 '을'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아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8일 오후 여수거북선 공원에서 '제3회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를 위한 시민걷기대회'가 열렸다. 이날은 비까지 내렸다. 주최 측인 민주노총 화섬연맹 광전본부 관계자들은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행사 도중 기자가 접수처에서 확인한 참가자만 948명이 넘고 있었다.

역학조사 조사에 경악... 시민걷기 대회가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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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노동부의 여수·광양산단 역학조사 발표 후 지역 노동계는 경악했다. 여수가 발암물질 1위 도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깨끗한 여수를 위해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 광양 만들기 사업본부가 구성되었다. 이들은 지역의 안전과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에 걸쳐 각종 토론회, 기자회견, 노동부면담, 홍보캠페인, 지방선거 참여를 통해 산단 사업주와 노동자·시민·지체체 그리고 정부 등의 의견을 모으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활동 속에 2011년 지역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산업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 만들기 시민걷기대회'라는 행사가 탄생한다. 1회 때는 약 8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후 작년도 올해처럼 비가 내렸지만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하며 대중적인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날 거북선 공원에 마련된 행사부스에는 화학물질 노동자 주민감시단 모집, 화학물질 알권리법(조례) 서명운동과 함께 페이스 페인팅, 혈압·혈당 근골격제질환무료 검진 및 상담 부스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병용 여수시민걷기대회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구미불산유출과 대림산업 폭발사고 등 각종 산업재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며 "어느 해보다 시민의 안전과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시민의 열의를 모아 3회째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행사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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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캠페인도 이어졌다. 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 만들기 펼침막을 앞세우고 거북공원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부영사거리, 장성삼거리, 도원사거리, 시청 앞을 지나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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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최성심(43·신기동) 김필헌 모자는 "비가 오니까 덮지도 않고 시원하다"면서 "사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 아들 봉사활동 시간을 준다기에 때문에 참가했는데 문득 여수가 더이상 재해가 없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참석한 김가희(여도중 1) 김가은(여도초 3)학생은 "오랜만에 걸어서 좋았다"면서 "여수산단에 다니는 아빠 회사에 산업재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참가 소감을 밝혔다.

시민걷기대회 "산단기업과 시민 함께해야"

산업재해 없는 여수시민걷기대회 박상일 상임대표는 "엑스포를 개최한 여수시민이라면 여수산단에 일하는 노동자인 우리 남편, 부모님 그리고 형제가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수시민들이 화학물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운동본부가 나서겠다"면서 "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 서명과 함께 시민들이 노동자·주민 감시단에 참여해 기업이 이윤만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통합진보당 김상일 시의원은 "이번 행사는 산업재해 없는 여수를 만들기 위해 여수산단이 재해가 없는 일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대회다"면서 "여수산단에서 생산 활동과 정비활동기간 중 사고예방조치를 미리 충분히 갖추어 놓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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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 같은 캠페인을 통해 "사고가 나면 다치는 사람들이 여수시민들이고 생산 활동 중 배출가스가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이면 이를 최소화시켜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여수·광양만들기 캠페인. 3회째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는 다소 노동자들과 기업주가  보는 시각이 다른 듯하다. 하지만 노동과 자본은 결코 다른 배를 탈 수 없다. 이 같은 행사가 산업재해로 인해 죽어간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 더 클지라도 노동부와 여수시는 1회성 행사로 경히 여겨서는 안 된다. 또 지역에서 기업들이 함께 동참해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고 팔 걷고 나설 때 산업현장에서 노동과 기업은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업이윤은 물론 여수시민의 안전과 건강권 확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