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이 사는 마을 집집마다에도 문이 있다. 그런데 그 문은 획일적인 도심의 문과는 다르다. 그 다름이 오히려 정겹게 다가온다.
아파트가 되었든, 연립주택이나 개인주택이 되었든 도심의 문은 견고하고 획일적이다. 마치 모두가 직선의 경쟁대열에 서서 오로지 일등만 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남과 다르면 불안해하는 심리가 문에도 드러난 것은 아닐까 싶다. 완벽하게 외부와 단절된 도심의 문은 도시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마음을 닮았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만난 문은 단 하나라도 같은 문이 없었다. 제각각이다. 그렇게 다른 것들이 잘난 구석도 없이 집집마다 이어져 있다. 그런데 그 다른 문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의 재료도 문의 다름만큼이나 다양하다.
도심에서 굳게 닫힌 철문만 보다 닫힌 마음이, 허술한 문들을 보면서 조금씩 열린다. 스러져가는 것들, 무지렁이 같은 것들이 참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비뚤빼뚤, 모든 문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조금씩 혹은 많이 못난 구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잘난 사람들만 사람인듯 행세하는 이 세상에서 못난 사람들도 사람이라고 저 문이 대변하는 듯하다. 저 문 중에 나를 닮은 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