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월 30일 KBS<뉴스9>을 틀어놨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TV조선 뉴스 화면이 3초가량 전체 화면을 채우더니 연이어 TV조선 보도 영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받아서 어디다 쓰길래 종편영상 짜깁기냐'는 생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KBS 화면 갈무리
KBS 화면 갈무리 ⓒ KBS

이날 KBS<뉴스9>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그의 혼외아들을 4년여 넘게 돌봤다는 가사도우미의 증언을 단독으로 입수한 TV조선의 보도를 그대로 전했다. TV조선의 '임모씨 가정부 인터뷰'를 전면에 배치해 2꼭지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인터뷰 영상은 TV조선의 화면을 그대로 활용하고 왼쪽 상단에 "아이 아빠 맞다", "협박…입막음 시도"를 덧붙여 달았다. 기사 내용은 가정부와 TV조선의 주장으로 채워졌다. 사실상 별다른 검증이나 취재없이 TV조선의 보도를 복사(ctrl+c), 붙여넣기(ctrl+v) 한 것이다.

같은 뉴스를 본 SNS 유저들도 아래와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팩트 확인없이 그냥 받아쓰기다. TV조선에 기생하는 KBS기자들 개굴욕이다!" (@rw*******)
"영향력 1위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는지... " (@le*********)
"지금 KBS 9 뉴스, 가관이네요. … 저질 뉴스의 표본. " (@su********)
"kbs9시 뉴스 낯 뜨거워서 더이상 못보겠다." (@dk*********)


'소중한 수신료'로 종편에 저작권료 내나?

같은 날 1시간 먼저 방송되는 SBS<뉴스8>과 MBC<뉴스데스크>도 TV조선의 의혹보도를 다뤘다. SBS와 MBC 모두 가정무 이모씨의 주장과 TV조선의 필적감정, 채 전 총장의 반박을 한 기사에 담아 보도했다. 보도 순서 또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표수리와 채 전 총장의 퇴임식 이후에 배치했다.

반면 KBS<뉴스9>은 "임 여인 가정부 '채동욱 혼외 아들 맞다'", "임 여인, 아이 아버지 발설 마라 협박", 채 전 총장 "TV조선 보도는 사실무근…법적 대응", "[데스크 분석] 검찰총장 임기 보장되려면…"으로 첫 4꼭지를 모두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 논란 보도에 집중했다. 진영 전 장관 관련보도는 모두 그 뒤로 밀렸다.

 KBS 화면 갈무리
KBS 화면 갈무리 ⓒ KBS

보도 내용은 대개 TV조선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왔다. 특히 "임 여인 가정부 '채동욱 혼외 아들 맞다'", "임 여인, 아이 아버지 발설 마라 협박" 기사에서는 "(아이를) 무등 태우고 놀았다", "돌잔치도 했다", "조직을 동원해 (협박하니) 살벌했다"는 식의 가정부 인터뷰 내용을 부각해 편집했다.

이모씨가 유일한 증거로 내세운 연하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오히려 축소했다. "TV조선이 사설 감정기관에 필적을 대조한 결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다"고만 전했다. 오히려 채 전 총장의 다른 필적을 얻은 경위와 의뢰한 전문가, 필적이 일치한다고 결정한 근거를 상세히 보도한 TV조선만 못했다.

공중파, 종편하고 다를게 뭔가

세번째 꼭지까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KBS <뉴스9>는 이후 이어진 '데스크 분석'에서 "(채 전 총장의 사퇴는)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첫 사례 입니다"라고 말했다. 혼외아들 논란으로 문제가 시작된 점은 맞지만, 유례없는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지시' 직후 사퇴를 결정한 배경을 고려하면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로 시끄러운 정국이다.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논란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사찰의혹도 있는 상황에서 채 총장의 사퇴를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은 사안을 축소하는 보도다.

이런 상황에서 KBS이사회가 TV수신료 인상에 대한 종합심의를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TV수신료 인상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하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으로 확정된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정하고 품격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재원구조 안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청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kbs는 뉴스를 만들 능력이 없어진건가...수신료 내기 싫다" (@dk*********)

종편이나 베끼는 뉴스보도가 '공정하고 품격있는 방송'이 아니라는 것 쯤은 시청자도 알고 있다.


#KBS 뉴스9#SBS 8시 뉴스#MBC 뉴스데스크#방송 3사#뉴스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