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회의록과 별개의 버전 회의록 2개를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이날 "봉하마을 사저에 있다가 유출 논란 이후 회수된 봉하 이지원에서, 참여정부 당시 회의록이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삭제됐고, 그 삭제 흔적을 발견해서 복구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회의록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삭제되지 않았고 삭제된 원래 것과 다른 수정된 것"이라며 "최종본 형태로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된) 외장하드, 팜스, 이지원 소스코드 및 데이터 저장매체인 나스, 서고 등에 대항 정밀 검색을 마쳤고 참여정부 시절 약 755만 건 상당"이라며 "확인결과 정식으로 이관된 기록물 중에는 회의록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세 가지 버전 존재 : 국정원본-검찰 복구본-검찰 발견본
정리하면 이날 검찰이 밝힌 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국가기록원에는 정상회담 회의록이 전혀 없다. 둘째, 국가기록원에 정식 이관되지 않은, MB 정부 초기 유출 논란으로 인해 봉하마을로부터 회수된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해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셋째, 역시 봉하 이지원에서 또다른 회의록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세상에는 2007년 남북정상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회의록이 최소한 세 가지가 존재하게 됐다. 무단 공개 논란이 일었던 국정원본이 하나, 그리고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된 것을 검찰이 복구한 것 하나(복구본), 마지막으로 복구본과는 또다른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것 하나(발견본). 첫 번째 것은 국정원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두 개는 검찰이 가지고 있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버전이 확보됨에 따라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에 대한 진위는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계속 주장했던 것과 달리 왜 국가기록원에는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지, 공식 이관 기록에는 없는데 봉하마을에 가져갔던 이지원에는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삭제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면서 어떻게 삭제가 됐는지, 그런 일이 벌어진 과정과 배경은 무엇이었으며 그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등 여전히 복잡한 문제가 남게 됐다.
검찰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검찰은 복구본이 삭제됐던 시점이나 NLL 관련 발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원본, 수정본, 이런 개념은 (지금 상태에서) 전혀 확정할 수 없고, 수사 중"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검찰이 삭제된 것을 복구한 시점은 최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작성 시점으로 볼 때 복구본이 발견본보다 더 앞선다고 말했다. 또한 복구본과 발견본에 대해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고 표현만 다르다, 내용이 여기에는 있는데 저기에는 없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량도 복구본, 발견본은 물론 국정원본도 모두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고발장을 접수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후 70일 만에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검찰은 다음부터 관련자들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소환 대상자는 최소 10여 명에서 최대 3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회의록이 봉하 이지원에는 탑재된 경위에 집중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고발 혐의는 대통령 기록물 무단 삭제인데, 애초부터 지정이 안 됐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수사 관계자는 "아직 그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비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상황 파악 분주검찰의 발표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말을 아끼면서 자세한 상황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문재인 의원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거듭된 입장 표명 요청에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만 밝혔다.
2008년 대통령 기록물 이관 당시 참여했던 관계자는 "사실 나도 멘붕 상태다, 대통령 기록관과 봉하의 기록이 다르다는 내용은 제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는 결과"라며 "이관 행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전에 어떤 시스템적 처리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본다, 이관 자체는 문제가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