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던 이지원(봉하 이지원)에는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 봉하 이지원에는 삭제본 외의 또 다른 회의록이 발견됐다.'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에 새누리당은 '회의록이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공세의 고삐를 쥐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언론을 통해 "사초 실종이 폐기로 드러난 것으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제 폐기했는지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를 폐기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무현 정부가 회의록을 마음대로 지우고 빼돌렸다, 사초 실종이 아닌 사초 폐기"라고 힐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초실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초실종이라고 공격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여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낭독한 대화록을 이제와서 실종됐다고 말하면, 그 대화록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수사에 협조한다고 했는데 검찰은 이들을 소환조사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며 "정황에 따른 소모적 억측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대통령기록물 열람 위원(우윤근, 전해철, 박남춘, 박범계, 박민수)들 역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기록물을 대통령 기록관으로 반환했고 회의록은 반환한 이지원 사본에 존재한다"며 "사초실종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허구"라고 맞섰다.
이처럼 여야는 검찰 발표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 같은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정상화된 정기국회가 파행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쟁점 ①]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회의록, 왜?대통령 기록관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데 대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록 내용이 기록관으로 넘어가 나중에 공개될 경우,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 보고 이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지 않고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관 목록 리스트 자체에서 뺐다는 건 실수라기 보다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정부가 '은폐'의 목적을 가지고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시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에도 남겨놓고 녹취록도 다 있는데 사초 실종이라거나 은폐하려 했다면 완벽하게 없애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은폐라는 건 폐기 혹은 은닉인데, 봉하 이지원에 최종본이 있고 그건 국정원에 보관 중인 최종본과 내용이 같다"며 "적어도 대화록 최종본이 국가기관에 존재하니 새누리당에서 얘기하는 실종, 은폐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소한 노무현 대통령이 NLL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하도록 지시한 건 맞다"며 "그건 이명박 대통령이 후속 정상회담을 하는 데 손쉽게 참고하라는, 선의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 크다"고 주장했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 역시 하루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하면 법에 따라 다음 대통령이 볼 수 없어서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회의록을) 한 부 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이 공공기록물로 취급되길 바라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회의록이 가 있는 걸 잊어버렸거나, 국정원에서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 회의록이 가게 된 건 누가 의도적으로 했거나 그것도 실수로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의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쟁점 ②] 2008년 봉하 이지원 회수 관련, 검찰 조사 결과 두고 해석 분분
또 다른 쟁점은, 2008년 기록물 유출 논란 당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것이다. 검찰은 그때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있던 기록물과 봉하마을에서 반납한 기록물을 대조했었으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상현 수석은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노무현 정부 말기 이지원 시스템을 무단 반출했다는 게 알려져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수사가 시작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며 "노 대통령이 돌아가셔 수사를 하다 종결이 흐지부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 검찰이 기록관에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과 2008년 검찰 발표 결과에는 모순지점이 명확함에도 새누리당은 "당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자신들한테 불리하면 흐지부지 수사된 거냐, 대통령을 서거하게 이른 대한민국 정치 검찰이 어떻게 흐지부지 수사를 했겠냐"며 "검찰이 원본과 봉하마을 사본이 동일하다고 얘기한 건 대통령 서거 이전이고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에 대한 불기소 종결은 노 대통령 서거(5월 23일) 직후도 아닌 10월 29일이다, 제대로 수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당시) 검찰이 수사 결과를 '봉하마을 이지원 시스템에 복사본이 설치됐다'고 얘기했다, 즉 원본과 사본이 동일하다는 것"이라며 "이지원 사본에서 회의록을 찾았다, 이건 원본에 있다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쟁점 ③] 검찰 발표 시기, 국면전환용?민주당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입장이다.
김현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존재하는지 체크하고, 이에 왜 없어졌는지 수사하기 위해 참여정부 인사를 소환하기로 돼있다"며 "그런데 왜 느닷없이 어제 발표하냐, 기초노령연금이라는 나쁜 악재를 덮기 위해 검찰이 또 하나의 반칙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언론으로부터 여러 추측성 보도가 나오니, 검찰은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황진하 의원 역시 "(회의록이 기록원에) 있냐 없냐를 두고 국민적 궁금증이 많아,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 ④] 초안 삭제, 당연한 수순 Vs. 민망한 부분 수정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던 이지원(봉하 이지원)에 회의록이 삭제된 흔적이 발견된 것을 두고도 여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국정원에서 녹취록 푼 것을 가져가 봤더니, 자존심 상하는 내용이 있어 수정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서상기 의원은 "녹음을 듣고 만든 초안을 삭제했다면,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유리하게 쓰기 위해 최종본을 (따로) 만든 것"이라며 "초안하고 최종본이 달리 있을 수가 없다, 정상회담 내용 중에 국민에 민낯으로 보이기 민망한 부분은 고쳐썼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봉하마을은 (이지원에) 삭제기능도 없다고 늘 이야기해왔는데, 초안을 삭제한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국기문란사건으로 노무현 정부 관련자들이 끊임없이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오던 게 전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 의원은 "검찰이 초안을 복구해서 들여다 봤다, 민감한 사안이 있다면 검찰이 (발표를) 안 했을 리가 없다"며 '민감한 표현을 없애기 위해 초안을 삭제 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홍영표 의원 역시 "초안을 만들면 수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을 삭제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전해철 민주당 열람위원은 "이지원 시스템에 삭제 기능이 없는 건 맞다"며 "업무 시스템 관리자가 초안은 굳이 이관할 필요가 없으니 (이관) 리스트에서 삭제한 거고 원본은 놔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의미에서 리스트에서 뺐다는 건 가능하지만, 대화록 삭제는 맞지 않다"며 "(발언 수위 조절을 위해 수정했다는 주장은) 초안, 최종본을 다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런 주장은 악의적"이라고 일갈했다.
[쟁점 ⑤] 문재인 책임론
회의록 사태가 불거진 후 가장 수세에 몰린 것은 회의록 공개를 주도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다. 새누리당은 공세적으로 '문재인 의원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던 문재인 의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무책임의 극치"라며 "문 의원이 (대화록 실종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기록원에 원본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회의록 열람을 한 것이다, 문 의원이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사과를 해야 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해 백배사죄 하던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사과'로는 미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 등의 초 강수로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상기 의원은 '문재인 의원도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 아니냐'는 질문에 "상황이 드러난 뒤까지 변명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 앞에 사과할 기회도 다 놓친 것"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의원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라며 "현재 팜스에 회의록이 없는 경위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을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도 새누리당의 '정계은퇴'요구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결국 NLL 포기 발언이 없는데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되는 일이 뭐냐"고 응수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문 의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P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의원의 주장에 동참해 회의록 공개를 하게 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쟁점 ⑥] 녹음 파일 공개 & 특검회의록 관련 사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여야는 입장이 갈린다. 새누리당은 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상기 의원은 "국정원에 녹음 파일이 있으니까 그걸 공개해서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며 "거기에는 모든 진실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열람위원인 박남춘 의원은 "녹음파일 공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정상회담 회의록이 유출된 데 대해 편파적인 검찰이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검찰은 2008년에 주장한 것과 또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특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상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이건 특검 사안이 아니"라며 "친노 의원들은 특검을 하자고 하면서 회의록 유출 사건과 연계 시켜 정치적 물타기를 할 수 있다, 결국 친노 인사들을 위한 특검 우산인데 민주당 지도부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