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3일 지상파 3사 저녁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에 관하지 않은 배경을 소개했다. 그러나 검찰의 불충분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간수사결과와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의 증언에 의존해 보도를 내보냈다.
참여정부 책임 강조한 MBC검찰이 지난 2일 발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간수사결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의록 작성·보관에 관여한 참여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앞둔 상황이었고, 내용도 추상적이었다. 여야는 이를 두고 상반된 해석과 추측을 내놓으며 정치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3일 지상파 3사 저녁뉴스는 그 정치공방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관련 보도는 KBS, MBC가 맨앞 3개 꼭지, SBS는 메인뉴스로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2꼭지를 보도한 뒤 1꼭지를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는 첫 꼭지 '누가 언제 삭제 지시했나?'를 통해 "검찰이 봉하마을 이지원시스템에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외에 관련 서류들도 삭제된 흔적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며 마치 참여정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듯한 뉘앙스로 첫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본다면 이는 위법한 행위지만 노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위해 관련 내용을 국정원에 보관토록하고 삭제를 지시했다면 통치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리고 서류의 성격과 삭제경위도 아직은 불명확하다. 회의록과 관련된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없는 중간수사결과임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박명재 전 행자부장관 발언, 신빙성 있나
이날 방송 3사는 저녁뉴스는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KBS는 박 전 장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이지원을 설치하는 방법과 예산에 대해 문의해왔고 규정에 맞지 않아 반대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봉하이지원 설치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MBC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박명재씨는 '대통령 기록물의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이 강행했다'며 '청와대 기록물을 봉하로 가져가서 수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KBS와 MBC는 박명재 전 장관의 발언을 통해 참여정부가 규정을 어기고 봉하이지원 설치를 강행했음을 강조했다.
SBS만 유일하게 박 전 장관이 이번 10·30 경북 포항남 재선거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음을 밝혔다. 행간에서나마 박 전 장관의 정치적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이번 경북 포항 재선거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박명재 전 장관은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이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이와 관련 박 전 장관이 공천을 확실히 받기 위해 새누리당의 공세에 힘을 싣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KBS와 MBC 보도를 통해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 봉하이지원 왜 만들었나
특히 방송3사는 민감한 문제임에도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지 노 전 대통령이 어떤 목적으로 봉하에 이지원을 가져가려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2008년 7월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국가기록원이 당시 비서관과 행정관 등 10명을 검찰에 고발하자 노 전 대통령은 봉하이지원을 국가기록원에 반납하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보낸 공개서한의 발췌 부분이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당시 노 전 대통령은 연구와 집필을 위해 이지원을 봉하마을에 설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당시 검찰은 회수한 봉하이지원을 면밀히 검토해 대통령기록문들의 원본과 일치함을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수정 또는 삭제하지 않았을 정황과 동기도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상파 3사는 검찰의 부실한 중간수사결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치적 배경이 의심스러운 인사의 증언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썼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과 관련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