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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여자 아닐까요? 기사를 보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이제 16개월짜리 아들을 키우며 직장맘 체험(?)을 톡톡히 하고 있는 후배 편집기자가 연재 '제이언니의 아빠일기' 기사를 보며 던진 말입니다. 이런 생각, 남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요. '주 1회도 힘든데, 아내는 오죽했으랴', '마트서 아이 등짝 때린 엄마, 쉽게 손가락질 마시라', '"애 안 키워봤으면..." 그런 말 하지 마세요'까지 연재 10회 동안 쓴 기사 제목만 봐도 스스로 '제이언니'라고 칭하는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집니다.

'위로는 상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글을 최근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요. 일주일 내내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는 힘든 와중에도 연재기사를 통해, '남편도 아이들도 몰라주는 당신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제이언니와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을 싣습니다.

☞ 김용주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일과 육아로 힘든 직장맘, 남편의 지지도 많이 못받아"

 <제이언니의 아빠일기> 연재하는 김용주 시민기자, 아이와 함께
<제이언니의 아빠일기> 연재하는 김용주 시민기자, 아이와 함께 ⓒ 김용주

- '제이언니'라는 호칭이 꽤 자연스럽다. 집에서는 아내가 뭐라고 부르는 지 궁금해졌다. 설마 아이가 언니라고 부르는 건 아니죠?
"아내는 저를 평소에는 '여보야'로 부르고요. 제 이름 때문에 '용파리'라고 할 때도 있고 감정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 표현으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이가 엄마, 아빠를 부를 때 재미있는 증상이 하나 있는데요, 엄마를 부를 땐 "아빠…음…아니 엄마!", 아빠를 부를 땐 "엄마…아니, 아빠!" 이래요. 아이도 좀 혼란스러운 거죠. (ㅎㅎ) 사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밖에서 듣고 보고 배우는 엄마, 아빠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역할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아내와 저는 취향에서부터 성격까지 일반적인 부부들의 모습과 다르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이거든요."

- 편집부 내 직장맘도 넷이다. 그 사이에서 김용주 기자님이 자주 거론된다. 뭐 이런 '언니'가 다 있냐는 반응이랄까. 주변 여자들 사이에서 어떤 남자라는 소리를 듣나.
"페이스북 친구들 중 여성들도 많은 편이고요. 대체로는 저를 지지해주는 편인데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요. 부부동반 모임에서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기혼 여성분들 중에 제가 육아 얘기를 하면 아내가 직장을 나가는지 제가 주말이나 퇴근 후에 육아를 전담하면 그동안 아내는 뭘 하는지 물어봐요. 조금 퉁명스럽게. 처음엔 그 부정적인 감정이 이해가 안 되니까 그냥 성격이 그런 분들이겠거니 하고 넘겼죠. 저는 제가 나서서 부부간 육아 분담에 대한 남편 설득을 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도리어 여성분까지 그러니까 생각이 참 많아지더라고요. 근데 사실 대체로 기혼 여성들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힘든 상황인데 남편의 지지나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부정적 감정의 표출은 사실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제 아내를 향한 것이었던 거죠. 제 아내도 그런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주중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데 남편이 가사와 육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아니냐구요. 사실 가사와 육아 문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분배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육아 중인 부모도 각자의 욕망, 꿈을 가진 독립적인 인격이니 그 부분에서의 배려가 필요한 거고 그걸 잘 이해해주는 관계가 아내와 남편 사이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깊은 '동지애'를 전제로 했을 때 자연스럽게 공동체 생활의 패턴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보고요. 그런데 대체로 그 관계 설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니가 힘드냐 내가 힘드냐, 니네 아내는 뭐하냐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에 매몰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이런 황당한 '아빠가 언니되는 연재물'을 시작하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런 이야길 사석에서 좀 꺼내놓고 싶어도 상대가 불편해하면 더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죠."

- 반면 이런 김용주 기자님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할, 혹은 이상하다고 여길 남자들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여성들의 반응은 멜랑꼴리(우울증)의 측면이 강하고요, 반면 남자들은 좀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죠. 면전에서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 '남자 망신 시키지 말고, 불알 떼고 살아라'라고 욕하는 게 다 느껴집니다. (ㅎㅎ) 일단 분노하는 거죠. 왜 잘 유지되고 있는 가부장적인 질서를 흩트려 놓느냐는 거죠. 거기엔 아버지 세대와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아내와 아이에게 잘하는데 호강에 겨웠다는 나름의 비교의식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끼리 서로 의리를 다지는데 애를 많이 쓰잖아요. 근데 '의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가정에서 아내와 먼저 의리를 다지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특별히 진보적인 사고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남성들의 그러한 비합리적인 일상에 실망감, 회의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 거거든요."

주변 눈치 많이 보는 소심남, 애 낳고 달라졌다

- 사실 이런 커밍아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어쩌면 더욱? 어떤 계기로 대놓고 기사를 쓰게 된 건가.
"제가 사실 굉장히 소심하고 주변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자라왔거든요. 생각은 진보적이긴 한데 사람 자체는 소심하고 보수적이고 좀 그래요. 글에서도 썼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생각과 삶의 패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한 여성과 삶을 공유하면서 제가 이전에는 안 보이던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요. 아이를 낳게 된 건 더 유의미한 사건이었죠.

솔직히 당시에 저는 육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요, 반면 아내는 아이가 생기면 닥칠 문제들을 미리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임신도 하기 전부터 육아서적을 쌓아놓고 보기 시작하더군요. 지금도 '내가 그때 성경 읽을 때보다 더 경건한 자세로 육아 책을 읽었다'고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곤 해요. 저도 그 덕을 톡톡히 본 거구요. 육아에 익숙지 않아 혼란스러운 일상이 시작되었고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하게 된 거죠. 사실 책을 읽을 때도 지적 유희를 위해 읽을 때와 절실한 상황 가운데 읽을 때의 그 흡입력이 다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의 무게감이 결국 육아와 여성문제에 눈을 뜨게 만들었고 결국 소심한 저를 넘어선 커밍아웃을 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어요. 일단 '그래, 나는 팔불출이야!' 대놓고 말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고요. 생각과 일상의 변화는 그렇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기사를 쓰게 된 계기에는 그런 기대감도 좀 있었어요. 남성이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어떤 범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무래도 남녀 성평등 이슈는 여성이 남성과 대결구도로 가는 것과는 별개로 남성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행동도 포함된다고 보는 편이라 남성은 남성이 설득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었죠."

- 기사를 쓰게 되면서 달라진 생활습관 같은 것도 있을 것 같다.
"읽고 쓰는 걸로 에너지를 풀어내는 스타일이긴 한데, 매주 연재 글을 쓰려니 좀 힘들더라고요. 특히 요즘은 <오마이뉴스>가 월간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어떻게 안 될까요?)"

- 제이언니가 보는 시월드의 세계는 어떤지 궁금하다. 시댁 문제 있어 아내와의 인식 차는 어떻게 좁히려고 애쓰나.
"제게 '시월드'는 과거 30년간의 베이스캠프였죠. 문제는 그게 '과거'라는 점이고 이후에는 이 베이스캠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아내의 시각으로 내 베이스캠프를 '낯설게 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아내는 나라는 한 개인을 선택한 건데, 갑자기 고구마 넝쿨처럼 남편을 잡았더니 '시월드의 멤버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오잖아요.

그 넝쿨이 딸려 올라와서는 도리어 권력구도로 볼 때 아내 위에서 군림하게 되잖아요.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죽었다 깨어나도 진급이라는 게 없는 서열상 맨 하위 계급이 되는 거고. 쉬운 예로, 보통 장모님에게 사위는 귀한 손님 대접을 받잖아요. 처가에 가도 '김서방 일하느라 힘들 텐데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쉬라'고 권하고 씨암탉도 잡아서 먹여주고. 근데 며느리는 같은 직장생활을 해도 시댁에 가면 '짤없이' 노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 불합리함부터 먼저 부부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여느 젊은 부부처럼 저희도 세상 물정 모르고 갓 결혼하고는 신혼기간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밤이 새도록 끝장토론을 벌이곤 했어요. 서로의 밑바닥까지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우리 부부가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격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거예요. 반복적으로 다투다 보면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 대표적인 이슈 중의 하나가 '시월드'죠. 그 이후부터 아내와 저는 손발이 척척 맞는 한 팀이 됐죠. 때에 따라선 부부사기단 수준으로 부모님들을 상대로 '선의의 뻥'도 잘 칩니다. 시댁문제를 풀어가는 키워드는 팀워크죠.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분은 저보다 아내가 더 전문가죠. 아내는 억압받는 위치에서 자유로운 위치로 비약한 흔치 않은 대한민국 아줌마의 모델라고 봐요, 저는.

- 모든 '엄마들의 언니'를 자처하는 남자로서 '시댁공략 노하우' 뭐 이런 게 있을까? 제이언니네서 하는 특별한 모습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결국 시댁 문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잖아요. 근데 좀 관습적으로 억압적인 측면이 있는 게 문제인 거고요. 사실 남편이야 내 사람이지만 남편의 가족들은, 시작은 남이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지인 그룹일 뿐이거든요. 처음엔 서로를 잘 모르니까 낯설고 경계심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그것을 부정하고, 급하게 시부모들이 무르익지 않은 관계에서 '딸 같다, 아들 같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곪아터져서 결국 서로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우리 사회는 결혼하자마자 서로 가족처럼 친해져야 한다는 부담을 조장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가족처럼 대해 주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남편이 처음에는 아내를 자신의 뒤에 두고 아내가 내 가족들에게 익숙해지길 기다려줘야 한다고 봐요. 며느리의 포지션이 아닌 손님의 포지션으로. 아내들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오버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행동을 하는데, 대개 한국 여성들이 그런 식으로 사랑 받고 칭찬받는 삶을 강요 받으며 자라서 그런 것 같은데 좀 지나면 다들 힘들어 하잖아요.

이번 추석 때도 기사를 보니 명절 전후에 이혼율이 더 높대요. 앞서 말했듯 남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팀을 이루는 게 그래서 참 중요한 것 같구요, 그러고 나면 부부간의 룰이 생기고 그 룰 안에서 자연스럽게 남편의 가족들에게도 익숙해지고 감정적인 친밀함도 쌓이게 되는 거죠. 각자의 부모에 대한 효도와 사랑을 상대 배우자가 지지하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건강하다는 거죠. 상당히 상식적인 선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는 특히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지배를 그만큼 강하게 받는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 많이 해요."

- 기사만 보면 이런 남자와 사는 '여인'이 참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다. 공개적으로 아내 자랑할 기회를 드리겠다.
"아내에게 질문지를 보여주니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소리치네요.(ㅎㅎ) 소설가가 꿈이구요, 동물을 아주 좋아해서 집에 키우는 동물이 무척 많습니다. 몸으로 배우고 바로바로 실천하는 타입이고, 관습이나 통념에 얽매이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어찌 보면 저와 참 상극에 있는 사람이죠. 연애할 때 눈꺼풀에 뭐가 씌어지지 않았으면, 거북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근처엔 얼씬도 안 했을 것 같아요(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자유로운 생각에 유연한 편이지만 일상적으로는 보수적이고 소심하고 안정적인 반면 아내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무모함도 좀 있고. 아내는 자기의 자유로운 내면을 점점 삶에서 확장시켜가고 있고 저는 또 그것을 보면서 제 안에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는 벽을 허물어가고 있고요. 우린 나름 좋은 팀인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ㅎㅎㅎ)"

- 기사를 쓴 적 얼마 안 되었을 때, 딸아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들이더라. 굉장히 스킨십을 많이 하고, 친화적이던데. 설사 그것이 기자 말마따나 '결핍의 흔적'이라 하더라도 아들 둔 아빠들 입장에서 그러기가 어렵다던데, 언니 감성이라도 공부해야 하는 건가.
"저는 아빠와 아이와의 스킨십은 가부장적인 정서, 특히 집안에서 남자와 여자, 아빠와 엄마의 고정된 성역할에서 자유로워져야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어떤 의미에선 가부장제가 아빠와 아이의 스킨십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결핍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제 내면과 가정 배경에 대해 더 고민할 요소가 있는 것 같고요.

아버지, 어머니와 저의 심리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거죠. 아이러니한 건 이런 관계의 결핍이 결국 제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를 맺게 도와주었잖아요. 그런 것도 있어요. 스킨십을 많이 하고 자녀 친화적인 제이언니에게서 아이가 떠날 때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과연 심리적으로 건강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아마 그게 저에게 남은 내면의 숙제겠죠."

- 주말 육아도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푸는지? 혹시 기사쓰기?
"우리 부부는 교대로 자기 시간을 가져요. 처음엔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이것저것도 해보고 여기저기 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함께 외출을 하는 일은 별로 없고요. 저나 아내가 아이를 전담하고 한 사람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거죠. 아내는 친구를 만나거나 정줄 놓고 맥주 한 잔하거나 집에서 동물들을 돌보거나 하고요, 저는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나가서 책을 읽거나 몇몇 모임에 나가거나 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글쓰기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해요."

아내도 만족하는 육아기사, 직장맘 힘내세요

- <오마이뉴스>에서 육아일기 연재가 있는데, 본적 있나? 혹은 <오마이뉴스>에서 이런 기사는 꼭 본다 하는 것들이 있다면?
"다른 기자님들의 육아 일기도 많이 읽었어요. 아무래도 아이 키울 때는, 다른 집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관심이 가고 다른 집 아이도 덮어놓고 막 귀엽고 그렇잖아요. 그 외에는 신정임 시민기자의 <아줌마 구직자의 취업실패기> 챙겨서 읽었어요. 아, 정말 글쓰신 기자님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 기사를 읽다보면 참 센스가 돋보인다. 글쓰기 공부, 따로 한 적 있나.
"감사합니다. 그런 글들은 어떤 공부를 해서 얻어진다기 보다는, 제가 가진 소심한 성격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다 보면 도리어 어느 순간 유머 코드로 읽히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소심한 성격을 숨기고 '있어 보이는 척' 하면 어떨까요. 20대에는 글을 쓸 때, 신영복 교수 특유의 서간문을 흉내내어 보기도 하고 진중권의 스타일을 따라해 보기도 했는데 결국 글은 사람의 '결'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기사쓰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혹은 부족함을 느끼는 게 있다면?
"저는 글은 빨리 쓰는데 생각 자체는 좀 오래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머리 속에 대략적인 구조가 정리가 되어야 쓸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죠."

- 만족하는 기사, 혹은 반응 좋았던 기사…. 혹은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기사가 있었다면 소개해달라.
"최근 직장맘 관련 글에 대한 댓글을 읽다가 맘이 짠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누군가 제 입장에서 말해주면 위로가 되거든요. 그런데 직장맘들은 그런 식의 위로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기사 한 토막에 절절한 마음을 담은 댓글들을 읽으면서 순간 같은 직장인으로, 같은 애를 키우는 입장에서 속상하더라구요.

아내도 이번 육아 연재물을 대체로 좋아해요. 간혹 서평이나 시사 이슈 관련 글을 쓸 때는 아내에게 미리 보여주면 "니가 회사에 매여 오랫동안 착취를 당하다 보니 직접 경험하지 않은 걸 대충 쓴 게 글에 다 보인다. 진정성이 없어!"라고 독한 평을 종종 하거든요. (흑흑)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가장 깊숙이 경험하고 관여한 육아에 대한 글이 아내가 보기에 가장 저다운 글일 수밖에 없죠. 혹평도 덜받고. (ㅎㅎ)"

- 본인의 육아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글쎄요, 정리가 잘 안 되네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면 연재글을 쓰지 않았겠죠. 전 촌철살인, 뭐 이런 거 잘 못해요. 글도 좀 장황하게 쓰는 편이고."

- 육아일기는 끝이 없을 것 같다, 본인의 글이 어떤 육아일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비슷한 내용일 수 있는데, 어떤 남편, 어떤 아빠이고 싶은가.
"언젠가 아이가 커서 제 연재글을 보게 되었을 때, 휙 읽다가 '아빠가 이걸 썼어? 쫌 의외인데'라고 말하게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하거든요. 주변에 자식이 커서도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 혹여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내 글을 읽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냉소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줄 정도의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와 별개로 '김용주'라는 한 인간으로 인식되고 싶어요. 부모들은 다들 직장에 헌신하고 육아, 자녀교육에 헌신하다가 어느새 중년이 되고 나면 '나'란 존재는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남편이기 이전에, 아빠이기 이전에 '김용주'라는 한 인간으로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생 깊고 즐거운 관계를 맺어가고 싶어요."

- 그간 편집부에 느낀 것 혹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글쎄요. 지난 번에 기자님이 책을 보내주셨어요.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라는 책이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가 육아 관련 기사를 쓰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구요. 약간 사이버 편집부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경험들을 통해 편집부에 대한 느낌이 좀 훈훈해지더군요. 수많은 기사들이 올라오고 시민 기자들을 대하면서 어려움도 많으실 것 같은데 바라는 것보다는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특히 직장맘 기자님들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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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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