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늦은 오후, 하늘이 심상치 않다. 왠지 하늘 전체가 뚜렷이 청색과 백색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늘의 반은 파랗게 열려져 있고 나머지 반은 구름으로 가득 덮여 있다. 흰 구름이 그냥 둥둥 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먹구름이 몰려와 뒤덮을 위세도 아니다. 회색 구름과 파란하늘이 적군과 아군처럼 서로 대치하듯 일직선으로 나뉘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철책이라도 쳐 놓은 걸까? 아니면 무슨 열병식이라도 하려고 준비하는 것일까? 구름과 파란 하늘은 대열을 흩트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대치하고 있다. 그러나 구름은 비행기가 방금 뿌려 놓은듯 살아 있다. 에너지가 있고 꿈틀대고 있다. 금세 무슨 일이라도 벌일 태세다.
금강으로 서둘러 나가 보았다. 아마 하늘은 개천절을 기념하여 축제라도 열 모양이다. 해가 서서히 낮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강변에서 서성대던 땅거미가 성큼성큼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새들도 무리지어 바삐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하고 석양빛에 물든 갈대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홀로 강가를 지키고 있다.
해가 서산에 닿자 노을이 점점 붉어진다. 한동안 꿈쩍도 않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창가에 달린 커튼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노을빛이 닿은 구름은 특수효과 장치를 급히 작동한 모양이다. 무지개 같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한다. 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장관이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노을빛은 수백 개의 필터를 장착한 듯 시시각각으로 숨 막히는 황홀한 빛을 쏟아내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가만히 지켜보던 강물도 노을빛을 정신없이 주워 담는다. 그러나 주체하기 버거운 모양이다. 다시 하늘을 향해 토해내고 있다. 사방 천지가 노을빛이다. 노을은 어느새 금강의 모두를 점령해버렸다. 어느 화가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낼 수 있으랴!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