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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 ⓒ 이장호
'보도블록에 꽃이 핀다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폭우로 큰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도 여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여주도자기축제'에 출품된 한 업체의 도자기를 보고 문득 든 기자의 상상이다.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네추럴에코세라믹(대표 조정오)이 출품한 '물이 통과하는 보도블록'과 '물먹는 타일'은 이른바 불량도자기를 재활용한 제품이다.

아마도 이런 보도블록이라면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던 지난 여름의 폭우'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바람이 날라 준 들꽃의 씨를 품어 꽃도 피울 수 있는 보도(步道)를 만들 수 있을 생각에 반가웠다.

출품된 제품은 도자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량도자기나 사용 중에 깨진 도자기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물을 통과시키는 기능성 보도블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을 들어 보이며 투수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조정오 대표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을 들어 보이며 투수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조정오 대표 ⓒ 이장호

도자기는 일반적으로 800~900℃의 초벌굽기를 거쳐 유약을 바르고 1100~1300℃의 재벌굽기를 한다. 재질과 용도에 따라서는 한 번에 구워내기도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라짐이나 깨진 도자기들이 발생하며 이런 경우 폐기물 처리방법에 따라 배출하고 있다.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을 쌓아 놓고 물을 뿌려 통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을 쌓아 놓고 물을 뿌려 통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 이장호
경기도 여주시의 도자기 공방과 제조업체의 수가 500여 개에 이르기 때문에 한 업체에서 내놓는 폐도자기의 양은 많지 않지만 여주시 전체로 보면 폐도자기 처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요즘 개발되는 많은 건축자재들이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도자기=친환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여기에 물을 통과시키는 투수성과 800~1200℃로 구워냄으로 얻어진 내구성과 놀라운 단단함을 가진 '투수 도자기 보도블록'은 '불량도자기의 화려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네추럴에코세라믹의  '투수 도자기 보도블록'은 빗물의 자연 순환을 가능케 함으로서 지하수자원 고갈에 따른 지반 침해 예방과 땅속 생태계 기능의 점진적 회복의 효과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1석 3조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투수 도자기 보도블록'을 개발한 조정오 대표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물론 그의 일을 돕고 있는 사람들도 조 대표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휠체어를 사용해야하는 조 대표는 지난 2011년 7월경부터 불편한 몸으로 '투수 도자기 보도블록' 개발에 매달려 수십여 차례의 실험과 시험제작을 통해 2년여 만에 원하는 수준의 제품생산에 자신을 갖고 이번 여주도자기축제에 출품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 폐도자기와 도자기 재료로 제작하는 투수 보도블록은 보도블록으로서뿐 아니라 음이온 발생 등 도자기가 가진 특유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조정오 대표는 "이 제품을 통해 장애인들의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펼쳐 놓는다.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의 잘린 면을 살펴보는 여주도자기조합 박우영 전.이사장
깨진 도자기로 만든 물이 통하는 보도블록의 잘린 면을 살펴보는 여주도자기조합 박우영 전.이사장 ⓒ 이장호

조 대표는 "도자기의 고장답게 많은 도자기 전문가들이 주위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명성세라믹 박종철 대표와 이형우·박광천 여주도예명장, 여주도자기조합 박우영 전 이사장 등의 조언과 관심이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물이 통과하는 보도블록'과 '물먹는 타일'이 출품된 여주도자기축제는 지난달 28일 시작돼 이달 20일까지 여주시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여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주시#도자기#보도블록#친환경#조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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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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