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자'라고 노래 부르던 여름이 지나고, 그리움이 밀려오는 가을이 찾아왔다. 그리움은 새벽의 공복감처럼 쉽게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도 같은 것. 가끔 '순간 이동'이나 '시간의 역행'을 잠시 꿈꾸다가 그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곤 하지만 대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에 오면 그 부질없는 생각도 하염없이 꿈꾸게 된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대봉1동 주민센터 사이를 두고 위치해 있는 방천시장은 지금의 30, 40대가 간직하고 있는 젊은 시절에 듣던 김광석의 노래에 대한 우수와 감수성, 그리고 그들의 기억을 음미해보고 싶은 지금의 젊은 세대 모두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다.
김광석이 발표했던 조용한 음악, 한쪽 벽을 타고 진행되는 방문객들의 추억들, 그리고 곳곳에 걸려 있는 그의 사진들이 오래된 저택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창고처럼 전시되고 있다.
방천시장 김광석거리는 블로그나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은 곳에 소개되어 있다. 주변 상인은 김광석 거리를 통해 방천시장이 알려져 나름은 기쁜 일이지만 가끔은 과장되게 알려질 때가 있어 몸 둘 바가 모를 때도 많다고 한다.
김광석은 아직도 여전히 90년대 언저리의 남루한 모더니즘 혹은 위악적인 낭만주의쯤 어딘가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방천시장을 통해 되살리려고 하는 것은 먼 거리만큼이나 지난 시간과 안 좋게 헤어진 기억, 그리고 문득 기억을 그냥 떠올렸을 때 즐거웠던 시간과 커피 한 잔과 같은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