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청남도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열린 충남 의용소방대 혁신전진대회에서 태안군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태안군은 군내 12개대 100여 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참석해 단체줄넘기 2위(태안군 태안읍 남녀의용소방대원 12명), 개인장비 착용하고 릴레이 2위(태안군 원북면 대원 4명), 수관연장하고 방수자세 4위(원북면 대원 5명)에 입상하면서 종합 2위를 거머줬다. 대회가 생긴 이래 태안군의 순위권 선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유난히 상복이 많은 태안군 의용소방대. 12개 지대를 이끌고 있는 이재정(57·남면 신장리) 태안군 의용소방대 연합회장을 지난 4일 <태안미래신문> 사무실서 만났다.
부리부리 눈매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복이 잘 어울리는 이 회장은 1997년 남면 전담 의용소방대에 입대한 이후 올해로 17년째 지역에서 봉사하고 있다.
"태안군 이원면 전담 의용소방대장은 올해 37년차 퇴임을 눈앞에 뒀다"며 기껏해야 20년도 안 된 경력에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먼저 꺼낸다.
고향 태안군 남면에서 태어나 오롯이 남면을 지키며 살아온 세월. 자신의 업이기도 한 전기설비업과도 연관된 일이다보니 자연히 일상의 절반은 의용소방대원으로 자리를 지킨다. 축제 많고 행사 많기로 소문난 남면. 의용소방대원들의 출동 건수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열린 코리아번 청포대 축제 때도 자정이 다 된 시각까지 행사장을 지킨 이 회장은 "회(대)장이라는 명분을 떠나 지역의 안녕과 평화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7~8년 전쯤 남면에서 있었던 화재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아궁이 불이 크게 번져 플라스틱 지붕까지 덮치자 불을 끄려던 노인의 머리에 불씨가 붙어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삽시간에 집안 전체로 옮겨 붙은 불은 집도, 노인의 생명도 그렇게 앗아갔다. 당시 구급차로 오르며 눈을 깜빡이던 노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뇌리에 스친다며 이 회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회장의 말끝에는 의용소방대 사랑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매력을 못 느꼈다면 봉사는 돈을 줘도 못했을 겁니다. 우리 대원 모두가 그렇듯 저 또한 의용소방대를 가족과 같이 아끼고 사랑합니다."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것이 봉사아니겠냐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람과 행복은 의용소방대원의 자부심보다 더 크다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재정 회장. 화재 취약 가정을 돌며 소화기를 보급하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그의 두 눈이 또렷하다.
"숙원 사업이라면 노후된 지역대의 장비를 바꾸는 겁니다. 인명 사고나 화재시 현장에서 쓰는 장비다보니 주민 안전과도 직결되는 부분이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