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햇빛을 담은 물빛 공원상쾌한 풀내음이 코끝을 지나간다. 저수지의 강폭은 길고 넓어서 푸른 하늘을 강에 가둔 듯하다. 쏟아지는 하늘의 깊이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하루의 가을의 햇빛만은 강물이 넘치도록 담아내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의 바람을 보기위해 길을 나선다. 주말이나 자신에게 여분의 시간이 생기게 되면 자연을 찾아가는 것은 본능의 모습일 것이다. 각자 자신의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몸을 싣고 밖으로 나간다. 우리 주변에 쉽게 눈을 호강시킬만한 그런 곳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곳에는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이 있다나도 나의 본능에 이끌려 늘 지나치면서도 잘 몰랐던 물빛 공원에 다다르게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나의 귓가에 들리는 것은 '까르르, 깔깔깔'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그리고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이 다가온다.
무엇 때문인가 바라보니, 바로 어린이들 사설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복합 놀이기구와 운동기구가 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모들은 멀 발치에서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싸우지 않고 즐겁게 놀이에만 열중한다. 그 행복감은 나의 기분에도 자석이 쇠를 쉽사리 끌어당기듯이 쉽게 동조시켰다.
고개를 돌려보니 목조로 만든 산책로가 보인다. 호수의 공기를 살로 하고 흰색의 철골을 뼈로 하는 듯 한 구름다리를 지난다. 바닥은 나무로 배경과 어색하게 섞임이 없다. 마음에 푸근함을 뚜렷하게 전해줄 뿐이다.
이미 이름 없이도 존재가치를 보이는 야생화들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자연이 보인다. 갈대가 호수 옆에 만발하여 가을을 축하하고 있는 사이. 풀숲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자 나지막이 꽃으로 숨어서 피어난 듯하다. 소박하지만 하나하나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향기가 눈으로 보여지고 전해진다. 이 녀석들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공원 내의 많은 나무와 관리대상인 꽃등에는 명칭이 적혀져 있지만 이 야생화들은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를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지만 이 녀석들은 공원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이미 향기와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 되어있었다. 단지 야생화라는 이름으로.
호수 가운데는 그 야생화의 탄생을 축하하러 온 하객인 듯 물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호수 가운데서 야생화를 응시한다. 그리고 온몸으로 가을 햇빛을 맞이한다.
공원에는 가족과 사랑과 대화가 있다가을이 담긴 저수지의 물빛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흐뭇함이 그려진다. 공원에는 녹색의 자연과 가을 하늘을 담은 물빛의 풍광이 가득하다. 그리고 가족과 사랑과 대화가 있었다.
"아빠 내가 더 빨라, 그래 누가 더 빠른지 달려보자", "여보, 공기 좋다", "운동하니 기분 좋지?"라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저마다 이야기한다. 부부와 연인은 손을 꼭 잡고 가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은 어색하지 않은 대화를 이어나간다. 모두들 평온한 얼굴로 스쳐 지나간다. 가을의 공원과 가을햇빛이 담긴 저수지의 물빛이 그러한 에너지를 쏟아내게 하는 것이리라.
이름 모를 꽃들과 헤어짐을 토닥여주는 산책로의 나무들햇빛이 스쳐지나가는 나무 산책로를 지나가다 보면 백색의 나무 울타리 길이 보인다. 기울어진 격자모양의 울타리 벽에는 작은 꽃들이 자신들의 속살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수줍은 색채를 가지고 있지만, 의연히 서있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기까지 하다.
공원의 마지막 연꽃잎이 가득한 다리를 지나갈 때쯤이면 아쉬움을 다시 한 번 나무들이 다독여준다. 자신들의 이름표를 보여주면서.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이 각자의 이름표를 내어보여주고 있다.
시원한 작은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공원과의 만남을 아쉬워 할 때... 지나온 산책길과 호수와 하나 되어 가을이 묻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지긋이 하늘을 보게 된다.
첫 공원에서 보았던 가족들의 행복 가득한 모습들이 보인다. 그 행복한 모습들은 산책 후 공원과의 헤어짐의 아쉬움을 토닥여주는 듯하다.
참고로 이곳은 지난해 5월말 홍중저수지(지역사람들은 중앙저수지라고 불러옴)를 수변공원으로 만들었다. 광주시 중대동 246-2에 위치한 곳이다. 이용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그리고 주차장은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가을엔 가족과 사랑과 대화가 있는 공원으로 가보시길가을을 자신의 몸에 묻혀가며 가족과 사랑과 대화가 있는 공원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들려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이곳이 아니더라도 공원에서 가족과 사랑과 대화가 있는 곳임을 느껴보는 것을 권한다.
자신들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을을 맞이하는 그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