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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밀양 주민의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14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 2명당 1명 꼴로 채증 경찰이 현장에 투입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 요구해 받은 '밀양송전탑 공사 채증요원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매일 69명에 달하는 채증요원을 송전탑 공사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에 적극 나선 주민이 15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주민 2명 당 1명 꼴로 채증 인원을 붙인 셈이다.

이 같은 대대적인 채증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밀양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추가로 밝혀진 것이어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재차 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24시간 동안 밀양 주민 채증... "주민들 불안에 떨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해 주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움막농성장 앞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주민들과 함께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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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진 채증에는 43명 경찰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26명이 편성됐다. 24시간 내내 주민에 대한 채증이 이뤄진 것이다.

채증은 집회·시위 등의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자의 증거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범죄 혐의를 지울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채증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밀양 주민들에 대한 경찰의 채증으로 빚어진 갈등은 송전탑 공사 강행 후 계속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삼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채증은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이뤄져야 하는데, 주민들이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일상적인 채증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채증 자료가 한전 측으로 넘어가 손해배상소송 자료로 쓰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복도 입지 않은 경찰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채증 때문에 주민들이 더 흥분해서 경찰과 심하게 부딪히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10여 일 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들도 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은 하루 종일 경찰에 둘러싸여 고립과 채증 등의 폭력을 겪고 있다"며 "경찰들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공무집행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지키는 것은 신속한 공사 재개일 뿐"이라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경찰이 채증 과정에서 기자를 사칭했다"며 "사복경찰들이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주민과 시위대를 채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처음엔 많이 투입했으나, 지금은 규모 줄였다"

국제인권단체들도 과도한 채증 문제를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꼽고 있다. 178개 인권단체들이 모인 국제인권연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현병철 인권위원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에게 공개 서한을 발송해 "국제기준에 따라 평화적이라고 판단되는 밀양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찰관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사복을 입고 채증을 하고 있다"며 "70~80대 노인 시위자들의 물과 음식, 보온 장비 등의 반입을 제한하기 위해 농성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같은 날 포럼아시아, 프론트 라인 디펜더스 등 국제인권단체들도 ▲ 갈등을 유발하는 무분별한 경찰의 채증 ▲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시위자 연행 등을 인권침해의 예로 들며, 정부가 시위자들의 정당한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선미 의원은 "주민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항의하고 있을 뿐, 범죄의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진행되는 채증은 주민들의 초상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과도한 채증 요원 배치는 주민들에 대한 위협이고, 정당한 집회와 결사를 마치 불법행위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주민들은 과도한 채증으로 항시적인 긴장상태로 있다, 경찰은 밀양 송전탑 현장에 대한 과도한 채증 행위를 멈추고 주민들의 인권과 집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도한 채증'에 대해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꺼번에 투입되는 게 아니고 우리도 교대로 채증인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처음 대치 상황이 많을 때는 채증 요원이 많이 투입했으나 지금은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또한 '24시간 채증 및 상시 채증'에 대해서는 "주민과 한전 대치 상황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일어날지 몰라 대기하는 것이고, 채증을 한다 해도 불법 행위가 없으면 즉시 자료를 삭제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경찰 #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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