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의 '국정감사 외면'이 점입가경이다. 15일 자 '방송 3사 뉴스 한눈에 보기'는 국정감사를 충실히 보도하지 않은 MBC 뉴스를 비판했다. 세 꼭지 정도의 관련 보도는 있었지만, 정작 감사에서 다룬 논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하루 뒤의 뉴스는 좀 나아졌을까. 2013년도 국정감사 3일차. 크고 작은 이슈들이 심심찮게 나왔지만 MBC에서는 '아예 없는 일' 취급을 받았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국정감사를 주제로 한 보도는 단 한 꼭지도 편성하지 않았다.
'미 국가부도 위기', '일본 태풍'에 밀려난 국정감사16일의 국정감사 보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슈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작업'이었다. 15일의 감사에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직원들이 대선 당시 인터넷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직후 이어진 수사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은 수사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라는 문제는 이미 그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보도할 가치가 있다. 더구나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의혹도 아직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대선 개입에 관한 새로운 의혹이 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그렇기에 KBS <뉴스 9>와 SBS <8시 뉴스>는 각각 "'SNS 비판글' 의혹 사이버사령부 4명 신원 확인", "사이버 사령부 '정치 개입 댓글 의혹' 논란 확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관련 보도를 각각 한 꼭지씩 편성했다.
두 방송사 모두 수사의 진행 상황과 밝혀진 정황, 사안을 보는 여야의 시각이 주 내용을 이뤘다. 특히 KBS는 국감장에서 의혹이 제기된 15일에도 이에 관련된 보도를 한 꼭지 편성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MBC <뉴스데스크>만큼은 잠잠했다. 15일과 16일 이틀 내내, <뉴스데스크>에서 '국방부 대선개입 의혹'에 관련된 보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슈 자체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고개 돌린 것은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었다. 16일 자의 <뉴스데스크>에서, '국정감사'라는 키워드는 아예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두 방송사에서 각각 한두 꼭지씩을 할애해 내보낸, 기획재정부 감사나 국방장관 감사 역시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대신 이날 <뉴스데스크>가 택한 톱 뉴스는 미국의 국가부도 위기와 일본의 태풍 피해였다. MBC는 각각의 이슈에 두 꼭지씩을 편성하며 실상과 예측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KBS와 SBS가 일본의 태풍 피해를 각각 한 꼭지씩만 다루고, 미국의 부도 위기에 관한 보도는 편성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뉴스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론 국내문제뿐 아니라 국제정세와 외국의 동향도 빠뜨리지 않고 짚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내의 소식을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고민할 일이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을 때, 미국 정부의 행정적 위기가 무게감 있는 뉴스거리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1년에 한 번뿐인 국정감사를, 그리고 새로운 대선개입 의혹 보도를 아예 지워버리고 대신 전파를 탈 만큼 '가장 중요한 주제'인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먼저 알아야 할 문제가 어떤 것인지, 부디 내일의 <뉴스데스크>는 더 신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