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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야당의원 등 정치인 고객정보를 집중적으로 불법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가) 원내대표 때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비리를 밝히라는 요구의 보복이다."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있던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이 자신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17일 자신의 트위터(@jwp615)를 통해 "2010년 신한은행, 관계당국 승인 절차 없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이헌재 부총리,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측근 등 1000여명 계좌 무단조회가 이뤄진 기록을 민주당 김기식 의원 입수 발표"라고 전했다.
"박지원·박영선·정동영·정세균 등... 사실상 불법사찰"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은 이날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야당 중진의원과 국회 정무위·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의원, 유력 정·관계 인사에 대한 고객 정보를 지속적, 조직적, 반복적, 불법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한은행의 고객정보조회 관련 자료에 대한 제보를 근거로 한 것이다.
김 의원은 "박지원, 박영선,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중진의원들과 18대 국회 정무위·기재위 소속 야당의원, 고위 관료,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포함한 신한은행 주요 임원 등의 이름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이들의 고객정보를 매우 조직적으로 살폈다는 것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은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박지원 의원의 경우 51건, 박영선 의원의 경우 53건, 정세균 의원의 경우 22건에 대해 불법조회를 한 것으로 나왔다.
금융거래 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조회하는 것은 신용정보보호법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제법도 위반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거래 유지를 목적으로 한 영업부서의 고객정보조회가 아니라 경영감사부와 검사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라면서 "야당 정치인에 대한 사실상의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유력 인사들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매월 20만 건 안팎의 고객정보조회를 실행했으며, 그 내용은 거래내역 조회만이 아니라 종합고객정보, 고객외환조회, 고객여신전체조회, 고객수신전체조회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있다.
"MB 정권 '영포라인'의 라응찬 비호 사실 추적하자, 금융 정보 조회?"그렇다면 신한은행이 이들 정치인들의 개인신용정보를 불법조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기식 의원은 "불법조회는 시기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조회를 한 기간에)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의)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에 의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비호 사실을 연일 문제 삼고 있었고, 당내 특위로 '영포게이트 사건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으며,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를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라 회장의 '50억 비자금 의혹' 무마 배경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라 회장의 '50억 비자금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한 게 4월부터였다"며 "당시 우리가 라 회장의 비자금 50억 원을 추적하니까, 우리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불법적으로 우리 금융 정보를 조회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융기관이 불법적으로 자기 고객의 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김기식 의원은 신한은행도 문제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의 부실·축소·은폐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력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 신한은행 주요 임원들의 이름이 경영감사부와 검사부의 고객정보 조회내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함에도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 종합검사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만약 금감원이 검사를 실시하고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부실검사'이고, 알고도 이를 묵과하거나 덮어 줬다면 금감원 검사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무슨 이유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사실이 확인되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