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대한 '설립 취소' 마감 시한 하루를 앞두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로 전교조를 설립 취소하는 것은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 한다"는 취지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교조의 긴급구제를 요건 때문에 각하한 인권위가 위원장 성명을 낸 것은 그만큼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진통 끝에 나온 현병철 위원장 성명, 이례적인권위원장은 22일 오후 4시 20분에 발표한 성명에서 "전교조가 법외 노조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 이른 현재 상황은 위원회가 지난 2010년 9월 결정한 시정권고에 배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당시 인권위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근거로 삼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삭제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권위원장은 "우리 위원회는 2010년 9월 30일 결정을 통해, 조합원 자격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 시행령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좀 더 약한 수준의 제재조치가 가능함에도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지난 1996년 OECD 가입 당시 교사와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 및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면서 "따라서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극소수 조합원이 해직교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전교조가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는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문제 시행령 삭제 권고, 지금이라도 이행해야"끝으로 인권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우리 위원회 권고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지금이라도 위원회의 권고가 이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삭제를 권고한 시행령에 따른 전교조 설립 취소에 대한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권위원장 성명은 당초 하루 앞선 21일 오후 발표 예정이었지만, 일부 위원들이 반발함에 따라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교조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해놓았기 때문에 인권위가 자체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인권위가 기존 권고를 불수용한 정부에 대해 재차 권고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 계획을 즞각 철회하고 우리나라 인권위의 권고와 13차례에 걸친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