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에 빨간 옷, 할머니의 모습은 참 별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빨갛다. 욕쟁이 할머니를 보는 순간 추억의 에니메이션 주인공이었던 말괄량이 빵강머리 앤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천 별량의 욕보할매집이다. 식당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할머니는 당신의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분주하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손님들이 이제 식사를 다 했으니 자리를 마련해주마고 조금만 기다리란다.
"이 양반들 다 잡쉈어, 쪼끔만 기다려~"
이집의 별미는 주꾸미구이와 짱뚱어 전골이다. 방 한가운데는 순천만에서 잡아 올린 짱뚱어가 다라이에 가득하다. 주꾸미도 보인다. 지금 자리가 없다고 해도 손님들은 밀려든다. 할머니는 손님상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다. 한 손님이 밥을 먹고 있는데 밥상을 치워내느냐며 언성을 높인다.
"먹고 있는데 밥상을 치워, 다 안 먹었는데 쫒아 내는 거요.""다 쳐묵었그마 지랄이야"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 조금만 배려하고 서로를 이해하면 될 터인데. 손님들이 나가고 난 이후에도 할머니의 입에서는 걸쭉하고 질펀한 욕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차마 입에 담기가 쑥스러운 19금을 넘나든다. 식사 중이던 손님들은 여기저기서 킥킥댄다. 어떤 이는 할머니의 욕을 듣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고도 한다.
세상에는 이렇듯 별의 별 일이 참 많다. 이집은 음식보다는 톡톡 튀는 할머니의 모습이 더 인기다. 육두문자가 뒤섞인 욕설만큼이나 욕쟁이 할머니의 독특한 옷차림도 시선을 끈다. 손님들은 할머니가 내뱉는 상스럽기까지 한 욕설에서 이상하게도 만족감을 얻어가는 듯했다.
주꾸미를 뜨거운 불판에 올리자 소리가 요란스럽다. 이때 집게로 주꾸미를 재빠르게 뒤집어가며 잘 익혀야 한다. 부추를 넣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섞어 배추쌈을 한다. 배추쌈을 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매콤하니 맛있다.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워낙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집이라 식사시간에는 늘 왁자지껄하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데도 물도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하고 아늑한 면은 없다. 그냥 이런 곳도 있구나 하고 한번쯤 들려볼 만한 곳이다.
갓 버무려낸 배추김치는 맛깔나다. 알타리김치와 고들빼기김치 등도 무난하다. 음식에서 화학조미료 맛이 안 느껴져서 좋다. 식재료 본연의 참맛이 스며있다.
주꾸미구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밥을 볶아먹으면 금상첨화다. 부추와 콩나물을 넣어 공기밥을 볶는다. 천하 일미다. 주꾸미구이 볶음밥은 꼭 맛볼 일이다. 맛의 절정은 볶음밥의 뜨거운 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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