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치하는 최전선에는 '역사 전쟁'이 있다. 역사왜곡·친일독재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에서 촉발된 역사 전쟁에서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국가정보원·군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 개입 의혹, 복지 후퇴와 함께 민주당에서 꼽는 국감 3대 성과 중 하나다.
역사 전쟁에 나선 이들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야당 의원들이다. 새누리당이 교학사 교과서 교사 집필진 3명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 교과서의 부실과 역사왜곡을 조목조목 끄집어냈다. 야당 의원들 중심에는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이자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미화왜곡 대책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서울 관악갑·재선)이 있다.
유기홍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 검정 승인과 뉴라이트 계열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임명을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2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고 대통령만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유영익 위원장 임명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이는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어 "5·16을 미화하는 것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려는 역사 쿠데타"라면서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하에서 진행된 친일 청산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 친일파 후손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만주군 중위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역사 쿠데타는 본질적으로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음모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교육부가 야당과 역사학계의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요구를 외면하고 나머지 7종의 역사 교과서 부실을 언급하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을 두고, 서남수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아들의 병역 회피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면서 "각종 망언을 한 유 위원장은 국사편찬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유기홍 의원실에 진행됐다. 다음은 기자와 유기홍 의원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하겠다"- 오늘(23일) 야당 의원들은 교문위를 개최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우편향 논란을 따져 묻기로 했다. "오늘 새누리당이 전원 불참했다. 또한 신학용 교문위원장이 장관 출석을 요청했는데, 서남수 장관은 이에 불응했다. 교문위는 열리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따로 회의를 열지 않고 오늘 서남수 장관을 만나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을 취소하고 나머지 7종의 교과서는 자체 수정 절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다. 검정 채점표, 교과서 수정·보완을 위한 전문가자문위원회 명단·회의록 공개도 요구할 것이다."
- 교육부는 21일 교학사 교과서뿐만 아니라 나머지 7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도 수정·보완을 권고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물타기'라고 지적하고 있다."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7종은 이미 검정을 통과해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등 직접 교과서 검정에 개입한 이명박 정부에서 검정 통과된 교과서에 심각한 좌편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야당·시민사회·학계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나머지 7종도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 교육부는 검정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취소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 바로 교과서의 저자가 달라지는 경우다. 저자 6명 중 교사 필자 3명이 수정작업 참여를 거부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저자 명단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교과서 오류가 많은 것도 중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251건의 문제점에 대해 수정권고를 했지만, 야당의 문제제기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11월 1일까지 수정을 완료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
-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공세를 강화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위할 예정이다. 야당 교문위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다."
"역사 쿠데타는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음모와 맞닿아 있다"
- 교육부가 이렇게까지 '교학사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쿠데타다. 상황은 전쟁처럼 엄중하다. 청와대, 뉴라이트, 새누리당이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신청, 이배용 원장과 유영익 위원장 임명 등 일련의 과정은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역사가 기술될 경우 친일파 후손들이 역사적 정통성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2008년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교과서가 생겨서 안심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제 만주군 중위 출신이 아닌가?"
- 박근혜 대통령이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는 말인가?"그렇다. 국사편찬위원장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고, 대통령만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유영익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 책임이다. 이는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와도 직결된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처럼 5·16을 미화하는 것은 역사 물줄기를 바꾸려는 역사 쿠데타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하에서 진행된 친일 청산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 친일파 후손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기용한 게 그 반증이다. 이러한 역사 쿠데타는 본질적으로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음모와 맞닿아 있다."
-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검정 교과서 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얘기다. 유신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얘기다. 선진국의 경우 국정 교과서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자유채택인 경우도 있다. 22일 국정감사에서 서울·경기·강원 교육감은 국정교과서 제도에 부정적이었다. 보수 성향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조차도 검인정 제도로 가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환원론은 역사 쿠데타의 일환이다."
"유영익 위원장 사퇴 안하면? 5·16 긍정 평가 시험문제 나올 것"- 아들의 병역 회피 논란에 대한 유영익 위원장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우편향 시각을 가진 사람이 국사편찬위원장이 된 사례가 없고, 특히 유 위원장은 가족사까지 왜곡하고 있다. 아들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언어장애를 언급했는데, 거짓임이 밝혀졌다. 아들의 이력서를 보면 영어와 한국어 모두 잘한다."
- 유 위원장이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대 석좌교수였던 유 위원장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대학 교재로 채택하려 했다. 자기 신념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불순하다. 당시에 반대가 심해서 채택되지 못했다. 유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인정했다. 그는 또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기도 했다. 인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 유 위원장에 두고 '망언 종결자'라는 지적도 나온다."'일제가 조선을 타도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 찬양론자다. '이승만 대통령의 기초 작업이 없었다면 이후에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이승만은 세종대왕과 거의 맞먹는 DNA를 가졌던 인물 같다'고 했다. 이승만 정부는 미국의 무상원조에 의존했고 부패한 정권이었다. 이를 두고 경제기적의 기초작업을 했다는 게 말이 되나."
- 아들의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입학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유 위원장의 아들은 유 위원장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가 된 이듬해인 1997년 국제대학원에 입학한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혜 입학이 있었는지 철저히 파헤칠 것이다. 또한 유 위원장의 아들이 이력서에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MBA를 경영전문대학원의 MBA로 혼동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력을 과장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 유영익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나?"국사편찬위원회의 현대사 사료편찬 과정에서 자신의 일그러진 이승만 숭배가 반영될 수 있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관장한다. 5·16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왜곡된 역사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역사 교과서 검정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여기에 국정교과서 전환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