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지난 26일 개장한 '여수 갯가길' 제1코스를 걸었던 유화숙(서울 갤러리 자작나무 관장)씨의 소감입니다. 그는 "제주 올레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며 "여수 갯가길, 대박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수 갯가길'은 총 25개 코스, 400km가 넘는 길입니다. 그중 제1코스인 돌산대교-무술목까지 22.9km를 전국에서 온 300여 명의 갯가꾼과 함께 걸었습니다. 파란 높은 가을 하늘과 시원한 바람, 푸른 바다가 갯가꾼의 마음을 즐겁고 편하게 합니다.
"유럽 사람들은 길을 한 줄로 걷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걷습니다. 이는 잘못된 습관입니다. 옆으로 걸으면 길이 넓어지게 마련입니다. 길이 넓어지는 만큼 자연이 훼손됩니다. 우리도 한 줄로 걷는 문화가 필요합니다."제주오름보전연구회 김홍구 회장의 제안입니다. 자연을 즐기고자 나선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한다면 안 될 일입니다. 한 줄로 다니는 연습, 많이 해야겠습니다.
갯가길에서 '물아일체'를 느꼈습니다
돌산대교 밑 유람선 선착장을 출발, 돌산공원을 지나 돌산 2대교를 걷는 길에서 여수의 구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묵은 길을 정비했더군요. 돈 들여 없던 길을 새롭게 낸 게 아니라 있는 길을 자연스레 정비한 모습에서 단절됐던 과거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동도가 훤히 바라보이는 백초 3반에서 진목으로 넘어가는 길, 운치가 있었습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대나무 숲길은 걷는 이를 사색 즐기는 나그네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삶은 언제나 혼자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기분이랄까요.
진목에서 상하동으로 이동하며 보는 바닷길은 동경의 대상이었던 바다의 넓음과 깊이를 가늠하며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바다 위에 정박한 많은 상선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여유가 묻어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콧노래가 흥얼흥얼 거려졌습니다.
"우리 아들 상겸이가 내년에 중학생이라 시간 내기 힘들 텐데 다시 와서 걸으며 부자지간 이야기도 충분히 나눠야겠어요." 김대천(49)씨는 아들과 함께하는 '여수 갯가길' 힐링을 염두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수 갯가길'은 가족과 함께 걸으며 부족했던 소통 시간을 갖고 가정 화목을 챙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상하동에서 용월사를 거쳐 월전포로 넘어가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습니다. 가만있어도 감출 수 없는 미모 같은 아름다움이랄까요. 특히 바다위에 보석처럼 박힌 섬들이 주는 풍광은 황홀경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섬은 '삼 섬(내치도·외치도·혈도)'입니다. 삼 섬과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바라만 봐도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섬들
"저 삼 섬을 한 재벌가에서 사려고 했는데 결국 못 사고 여수의 다른 섬을 샀다네요."세계 굴지의 재벌이 삼 섬을 사려고 했다니, 왜일까요? 이유를 듣고 보니 부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이곳에 꼭 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기운이 저 삼 섬에 다 모여 있대요. 그래서 사려고 했는데, 저 섬들이 공동 소유여서 사기가 힘들었나 봐요. 아주 다행입니다."상하동 연합청년회 김동광 회장의 설명입니다. 삼 섬은 기운이 엄청납니다. 그 기운은 "앞으로 천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사람을 탄생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그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삼 섬을 보며 복을 비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상하동에서 안 굴전 길은 갯벌과 용암화석·양식장 등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귀한 풍광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자연이 베풀어 주는 혜택 앞에 인간이 뒤집어 쓴 굴레를 다 던져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쏙 들어가고 한 인간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돼 걷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갯가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코스 정보·구간별 스토리 등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김경호 여수 갯가길 이사장의 설명입니다. 코스에 설치된 안내판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해당 구간에 남은 코스길, 운동량, 휴게시설, 인근 교통정보까지 제공해줍니다. 또 갯가꾼이 서 있는 곳의 역사와 환경 등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걷는 재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참, 아시죠?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되가져 가는 것 말입니다. 어쨌거나, 힐링하며 복 받기를 바란다면 '여수 갯가길'을 걷는 것도 삶의 한 즐거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