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는 파행을 겪었다. 보훈처의 선거 개입 수단으로 지목된 '호국보훈 교육자료' 동영상(관련기사 :
대선 1년 전부터 '위대한 박정희 눈물' 퍼날랐다)의 출처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이 재차 육군사관학교 선후배이자 12단장을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박승춘 처장의 관계를 언급하며 "국가정보원이 협찬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박 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박승춘 처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보훈처장에 임명된 이후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선 '문제적 인물'이다. 특히 박 처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례적으로 유임되면서, 논란이 거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보훈처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유임은 대선 개입에 대한 '보은 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2사단장을 역임한 박승춘 처장은 전역 후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또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를 만들어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이념 전파에 나섰다.
박승춘 처장은 2011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수여단장을 지낸 안현태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그는 국회에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위증죄로 고발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보훈처가 지난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것도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박승춘 처장은 야당의 사퇴 요구에 꿋꿋이 버텼다.
박승춘의 이상한 유임은 선거 개입 보은 인사?이번 국정감사에서 보훈처의 대선 개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박승춘 처장은 위기에 몰렸다. 보훈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2011년 말부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진보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내용의 '호국보훈 교육자료' 동영상세트 1000개를 각 시·도 교육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CD 11개, 58개 챕터로 구성된 안보교육 동영상은 보훈처가 2012년 5월부터 공무원·직장인·학생 등 22만7528명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에서도 사용됐다. 안보교육 동영상은 2012년 예비군 훈련에서도 쓰였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만든 보수단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와 성우회 국제전략연구원은 예비군 일반·동원훈련 안보교육에서 이 동영상을 상영했다. 예비군 170만 명가량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국무총리실·공정거래위원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의 공공기관에 보낸 자료에도 안보교육 동영상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안보교육 동영상과 국정원의 관련성을 보여준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보훈처 22만 명, 국방부 170만 명 등 2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문제의 영상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면서 "DVD(안보교육 동영상)는 국정원의 자금과 정보제공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댓글 수준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전 정권을 비난하는 직접적 교육이 자행된 것으로 심각한 수준의 대선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 증거물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국가보훈처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 해임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정무위에서 또한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