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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제4회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주영씨. 해움미술관 전시실 자신의 그림 앞에 서 있다
이주영제4회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주영씨. 해움미술관 전시실 자신의 그림 앞에 서 있다 ⓒ 하주성

'해움미술관', 수원시 팔달구 교동 91-1 지하에 자리한 미술관이다. 컴컴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넓은 전시관이 나온다. 새로 미술관을 개장해 첫 전시인 '제4회 이주영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0월 10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11월 6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작가 이주영은 중앙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전시실 안에는 벽에 그림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보다가 낯익은 모습들이 보인다. 한계령과 골목길들. 그 골목길들이 왠지 낯이 익다. 한계령이야 헤아릴 수도 없이 넘은 곳이다. 그런데 이 골목들이 왜 눈에 익을까? "지동 골목입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골목이니까요." 작가의 설명에 "아~ 그랬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전시실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소재한 해움미슬관 전시실
전시실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소재한 해움미슬관 전시실 ⓒ 하주성

골목을 그리는 이주영 화백

이젠 작가라는 말보다는 화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한 세월을 보냈다. 벌써 54세라는 나이를 먹었지만, 그는 아직도 소년과 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그림을 그린 햇수에 비해서 많은 개인전을 갖지는 않았다. 3회의 개인전을 수원미술관에서 가졌다. 2003년, 2009년, 2011년 그리고 이번에 4회째 개인전을 연 것이다.

단체전은 미술동인 새벽전, 환경미술전, 나눔회전, DMZ전, 우리가 서야 할 이 땅에서 전, JAALA전, 아시아는 지금 전, 수원민미협전, 인권미술전, 백만송이 실루전, 동인전 등 많은 단체전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현재 민족미술협회, 나눔회, 교동창작촌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화가의 귀가 좁은 골목길로 귀가를 하고 있는 화가. 작가 스스로인 듯하다.
화가의 귀가좁은 골목길로 귀가를 하고 있는 화가. 작가 스스로인 듯하다. ⓒ 이주영

그의 그림엔 아픔이 실려 있었다

29일 오후 해움미술관을 찾았다. 작가 이주영은 수원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죠. 사실은 어릴 때 지독한 소아마비를 앓았어요. 1년 정도 일어설 수가 없으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것이 그리기와 만들기 중 앉아서 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없었죠. 그림에는 어릴 적부터 소질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랬기에 지금은 자신의 화실을 갖고 사람들을 가르칠 수가 있다고 한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 86-1번지 이층에 '이주영 화실'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주영의 그림에는 골목길이 많다. 이주영 작 <조용한 골목>.
이주영의 그림에는 골목길이 많다. 이주영 작 <조용한 골목>. ⓒ 이주영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그림이 남다르다. 어릴 때의 아픔이 있어서인가? 그의 그림 속에는 진한 아픔이 있다. 이리저리 비뚤어진 골목길 그리고 그 골목길에서 집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의 쓸쓸한 뒷모습. 가을이 서리서리 내린 한계령. 그가 즐겨 그리는 그림들 속에는 아픔이 실려 있었다.

격동의 세월을 그림으로 표현해   

"그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그림을 그립니까?"라고 물었다.

"그려야 하니까요. 저에게 그림은 운명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죠. 좋아하는 것들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표현 중에 가장 잘 맞는 것이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영 작 <교동엔 볕이 따습다>.
이주영 작 <교동엔 볕이 따습다>. ⓒ 이주영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물론 그림을 그리면서 아픔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80년대부터 90년 초까지 격동의 세월에 미술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 진한 슬픔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10년 그림을 떠나 있었어요. 안성, 평택 등으로 돌아다니면서 그림에서 손을 땠죠. 그런데 그림이 도난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수원으로 올라왔어요. 선배의 화실 한 귀퉁이에 공간을 만들어 그림을 그렸죠. 그러다가 지난해에 화실을 마련했어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을 가르치는데, 수입은 영 시원찮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주영 작 <한계령>. 그의 그림엔 골목과 한계령이 많이 보인다.
이주영 작 <한계령>. 그의 그림엔 골목과 한계령이 많이 보인다. ⓒ 이주영

그 행복이 바로 그림에 있다고 한다. 이주영 작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그림들이 돈으로 따지면 엄청날 것이라고 하며 웃는다. 시간이 지나면 더 부자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웃는 그의 미소을 보면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깊은 아픔 속에서 스스로를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주영#개인전#해움미술관#수원 교동#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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