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노(老) 철학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해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은 29일 오전 8시 30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전에 살고 있는 강대석(70·전 대구카톨릭대 철학과, 퇴임)교수의 자택을 10여 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대전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전예수살기, 성서대전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 종교 단체들은 30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노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모두발언에 나선 이대식 대표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민주노총 대전본부장)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탄압이 이제 공포통치, 독재정치의 부활의 단계에 이르렀다"며 "몇 일전에는 9명의 해고자를 이유로 6만여 명의 조합원이 속해 있는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더니, 이제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학을 연구하는 교수를 국가보안법 혐의로 압수수색하며, 책·그림·자료들을 10여 박스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이제 이 나라는 학문을 연구할 자유마저 정부의 통제를 따라야 하는 것인가"라면서 "대전지역에서도 평화활동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철도민영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인 저도 올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제 박근혜 정부의 통치정책은 공포통치, 독재정치로 회귀하고 만 것"이라고 박근혜 정부의 공안탄압과 국가보안법 남용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어서 발언에 나선 이영복 우리겨레하나되기 대전충남운동본부 공동대표는 "10·26이 발생했을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고, 독재정치의 종말을 기뻐하던 대학 신입생이었던 제가 이제 50대가 됐다"면서 "그러나 유신시대의 종말이 벌써 30년 이상 흘렀지만, 지금 다시 유신 시대의 회귀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문연구를 국가보안법이라고 탄압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이 사회는 이미 독재의 시대, 유신의 시대로 돌아가고 말았다"면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독재통치를 저지하는 일이고,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일이다, 그 시작은 당연히 반인권,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압수수색을 받은 당사자인 강 교수가 발언에 나섰다. 강 교수는 "사실 어제 많이 당황스럽고, 놀라서 밤에 잠을 잘 이루지도 못했다"며 "영장 내용에는 제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철학을 26년간 강의했다, 주로 철학이 미술과 예술과 관련된 것이라서 미술과 예술에 관심이 많다, 하여 그림과 도자기 등 미술품을 수집한 것인데, 이것을 압수해 갔다"면서 "근래에는 철학과 관련된 글을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것뿐인데 도대체 무엇을 이유로 저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이고, 압수수색 한 것인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제가 작성한 것은 이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합쳐가지고, 평화통일하고 행복하게 살자, 예술도 그런 방향으로 가자, 이런 내용이었다"며 "통일이 된 후에는 철학이나 예술이나 다 같이 남북민중이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하는 관점을 이야기한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은 강대석 교수가 학문연구 용도로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과 심지어 10년도 더 된 2002년 연변대학 교환교수로 재직했던 시절 현지에서 구입한 북한 그림과 도자기 등 미술품까지 근거로 들이대며 북한공작원을 만나 국내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둔갑시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학문연구에 대한 오늘의 탄압은 이후 학계뿐만 아니라 작가, 예술가들의 표현과 상상의 자유를 억누르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에는 국민 모두가 자기검열을 하는 '新막걸리 보안법'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적 폭력이며 국제적 망신이다"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강대석 교수에 대한 마구잡이식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아울러 "다가오는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1948년 정부수립 4개월도 되지 않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하여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역할이 아닌, 역대로 정권에 항거하는 국민들을 탄압하고 민주화와 민중생존 요구를 짓누르며 반공논리로 정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제압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며 "이에 시대착오적 악법에 대한 철폐요구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거의 사문화되었던 국가보안법이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다시 활개를 치는 것에 우리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은 진실과 정의의 역사,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심각한 도전임을 각계 각층이 경고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애써 귀를 틀어막고 공권력의 힘으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한 공안탄압과 공포통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항쟁으로 독재권력을 심판했던 우리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