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농촌지도학회에서 예비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귀농 시 기대하는 소득이 23.1%가 3천만 원 미만, 3000~4500만 원은 34.6%, 4500만 원~7500만 원은 23.1%, 7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19.1%으로 나타났다. 어림잡아 77%가 3천만 원 이상의 소득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대치다. 농민들이 들으면 고개를 흔들 일이다.
왜냐하면 작년 기준 전국 농가평균소득이 3103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귀농인들이 수 십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보다 더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건 사실이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충족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 조건 중 하나가 '귀농멘토'를 잘 만나는 일이다. 사람이 일생에 있어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스승은 귀농에서도 만나야 한다. 좋은 귀농멘토를 왜 만나야 하며 어떤 유익이 있는지 다섯 가지로 간추려 소개해 본다.
1.풍부한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듯이 농민들은 이미 많은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물의 선택에서부터 그 흔한 풀 관리며, 윤작과 혼작, 관수 등 지금의 농작물을 재배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귀농인들은 이들의 실패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좋은 토지를 보는 안목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이라면 좋은 토지는 한 눈에 알아본다. 그들은 평생 좋은 땅을 얻기 위해서 혹은 만들기 위해서 몸부림치면서 살아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은 토지는 남에게 쉽게 내주지도 않는 법이다. 심지어 도회지에 있는 자녀들조차 늙어 힘에 겨워 농사를 더 짓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도 땅을 팔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다. 뿐만 아니라 유능한 농민은 흙의 빛깔만 봐도 영양 상태와 배수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귀농인은 땅 구하러 다닐 때 귀농멘토와 동행하면 반드시 득이 된다.
3.농사기술은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옛부터 비방은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 않는 법이다. 농사에 무슨 비방이 있으랴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흔한 농사법도 막상 귀농인에겐 알토란 같은 지식이 아닐 수 없다. 간혹 농장견학을 가 보지만 중요한 얘기는 건성으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피땀 흘려 일군 농사를 피붙이도 아닌 사람에게 미주알 고주알 다 얘기해야 될 필요성이 없는 것도 이해할 일이다. 그러나 귀농인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친절한 귀농멘토를 얻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4.귀농인이 가장 약한 부분은 병해충의 진단과 대책이기 때문이다.
귀농인에게 가장 약한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병,해충에 대한 것이다. 농사에 관해 까막눈과 같은 귀농인은 이게 무슨 병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책에서 봤다고 현장에서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농약상에게 대충 말하고 주는 약으로 대충 치는 일이 실제론 허다하다. 그래서 사실 비용 낭비할 때가 많다. 병해충은 특히 귀농멘토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비용도 절감하고 결과적으로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다.
5.지역의 인적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농촌에 일군 구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애써 키운 작물을 수확시기를 놓쳐서 잃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귀농인은 수년이 지나도 그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일군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귀농멘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귀농멘토는 어떻게든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귀농멘토는 반드시 토박이 농사군일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먼저 귀농한 선배 귀농인이 될 수도 있고 농사짓는 부모님이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내 일처럼 신경써 줄 수 있는 좋은 관계를 가진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프레시안 키워드가이드 코너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