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시간이 됐다. 헤어지기 싫었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헤어지기가 정말 싫었다. 여행 다녀와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친구들이다. 6학년이 나 혼자니까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예진이, 명주, 권한이, 하늘이 다 보고 싶다(ㅠㅠ). 휴대폰 번호 아니까 연락해야지. '더불어 졸업여행' 갈 때는 2박 3일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마치고 나니까 엄청 짧게 느껴진다." (제6회 '더불어 졸업여행' 참가자 김효순 학생이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보내 온 소감문)유독 특별했던 여행이 끝났다. 학생 숫자가 적은 시골 학교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더불어 입학식'을 치른 지 5년하고도 3개월, 어느덧 초등학교 졸업생이 된 그들이 <오마이뉴스>와 '더불어 졸업여행'으로 최근 다시 만났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달 23일부터 25일, 비록 2박 3일의 짧은 여정임에도, 그들이 남긴 소감은 진한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한 친구는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아 서운하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집에 가서도 우리는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에 꼭 오고 싶다. 기회가 있다면..."이란 소감의 여운 역시 자못 길었다.
"선생님 사랑 많이 받은 티가 나요"
그 만남부터 이별까지 함께 했던 '쌤'들은 '나홀로'에서 '더불어'를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마이뉴스>에서 일하다 이번 여행에 '인솔쌤'으로 그들과 가까이 있었던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해 처음 참가한 이주연(26·여)씨와 최중도(30·남)씨, 그리고 '더불어 졸업여행'에 세 번째 함께 한 정혜선(26·여)씨가 그들이다.
최중도 : "순수함을 느꼈어요. 아이들이 무슨 '꼼수'를 쓰지 않더라고요. 자기 유리한 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우가 없었어요. 액면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더라고요. 흔히 떠오르는 요즘 6학년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의외더라고요."
정혜선 : "아이들이 정말 착해요. 솔직히 도시 아이들 6학년이면 다 컸다고 말 안 듣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말도 와서 건네고, 손도 잡아주고, 동네 얘기도 잘 해주고, 그러다 보니 정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선생님 사랑을 많이 받은 티가 난다고 할까요.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칭찬을 많이 해줘요. 무슨 게임을 해서 상품을 타도 함께 나누고, 나눔이 배어 있는 모습이 참 많이 예뻐 보였어요."
몇 년 전, '나홀로 입학생' 출장 취재 당시 아침 풍경이 떠올랐다. 전교생이 세 명인 학교, 아침 일찍부터 제자들과 산책을 하는 선생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의 노동강도는 분명 '진했었다'. 이번 여행에 제자들과 함께 참여한 선생님들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점을 잘 인정하는 것 같았어요"
최중도 : "선생님들을 보면서 놀랐어요. 아이들 눈 높이를 참 잘 맞춰 주시더라고요. 영화 보고 기념 촬영하는데, 스스럼없이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주시고, 인상적이었어요."
정혜선 :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삼촌 같았어요. 에버랜드 갔을 때였는데요. 여학생을 인솔해서 오신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이 계셨는데, 학생에게 줄 머리핀을 사려고 고르는 모습을 봤어요. 참 흐뭇해 보이더라고요."
선생님 사랑을 듬뿍 받는 제자들, 역시 뭔가 달랐다고 한다. 이주연씨는 "서로 다른 점을 잘 인정하는 것 같았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 듯 하면, 오히려 더 챙겨주려고 하더라"면서 "누굴 따돌린다던가 하는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연 : "지오(문지오 학생, 전남 신안 가거도 초등학교 6학년)가 예전 더불어 입학식 때 함께 참가한 일수(김일수 학생, 경북 김천 부항 초등학교 6학년)를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서로 챙겨주고, 둘이 손잡고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더불어의 소중함을 가르쳐준 아이들, 그래서 더 '먹먹'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힐링'받은 것은 어른들이었던 듯했다. 잠깐의 만남, 긴 이별. 그 허전함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 마지막 날, 헤어지고 나서 잘 도착했다는 (참가 학생의)전화를 받았다.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많은 정을 나누고 헤어지려니까 참 아쉬웠다"고 말하는 이주연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최중도 : "헤어지는데 슬펐어요. 시골에서 커서 사실 분교 상황을 조금은 알거든요. 다시 그렇게 친구들이 별로 없는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 슬프더라고요."
정혜선 : "해마다 그래요. 아이들한테 진짜 정이 많이 들어요. 이번에 참가한 학생 오빠도 2년 전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했다고 하더라고요. 오빠 이름을 말하는데 딱 생각났어요. 그래서 통화했는데 정말 반가웠죠. 아이들이 다시 보고 싶어요."
더불어의 즐거움, 그걸 잊고 사는 건 사실 어른들이다. 그래서 '더불어 졸업여행'에서 그 소중함을 배우는 것 역시 어른들이다. 그 '가르침'을 전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참 예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질문의 답이 그랬다.
화장 안 해도, 너희들은 너무 예뻐
정혜선 : "이번에 예쁜 '쌤'으로 어필하려고 했는데 안 먹히더라고요(웃음). 에버랜드 갔을 때 화장을 한 초등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화장) 안 하거든요. '나도 화장해야지'란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화장 안 해도 자신의 얼굴이나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를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주연 : "이주연 '쌤'한테 연락 잘 하고, 잊지 말고(웃음). 건강하게 지금처럼 예쁘게 컸으면 좋겠어요."
최중도 : "꿈 잃지 마. 지켜 볼 거야. 다음에는 농담 업그레이드할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