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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광주법원) 민사 12부(이종광 부장판사)가 1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지 14년 만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판결 이후 "결국 해냈다"며 "관심을 갖고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우리가 솔직히 이 재판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10여 년 동안 기각당하면서 생년에 사람다운 행실 못하고 죽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눈물로 여생을 지냈지만 오늘은 뜨거운 기쁜 눈물이 나온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1일 오후 2시 공판에서 피고 미쓰비시가 원고 양금덕 할머니, 이동련 할머니, 박해옥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에게 각각 위자료 1억5천만 원, 사망한 부인과 여동생의 유족 김중곤 할아버지에게 위자료 8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대한민국 해방 후 68년이 지나 원고들의 나이가 모두 80세가 넘은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뒤늦게 판결을 하게 된 데에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며 "80년 이상의 억울함을 씻고 남은여생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가 원고들의 피고 소송을 외면하는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와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도움이 컸다"며 "이제라도 강제 징용 피해자들 문제해결에 일본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 자세로 임할 때 양국 사이의 응어리진 감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판결 소회를 밝혔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판결 이후 시민단체 회원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판결 이후 시민단체 회원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 신원경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에서 일제 강제 징용 사건과 관련 신일본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에 각각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세 번째다. 더욱이 여자 근로정신대 사건과 관련 사법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판결 대상이 된 부분은 위자료다. 이날 판결된 배상금액(1인당 1억5천만 원)은 지난 부산 고등법원에서 판결한 피징용자 1인당 8천만 원보다 약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는 부산판결의 원고는 강제징용 당시 17세 남성이었고, 이번 광주판결의 원고는 당시 13살 안팎의 어린 소녀들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또한 부산판결의 원고는 11개월, 1일 판결의 원고는 1년 5개월로, 강제노동기간의 차이도 있었다. 더해서 피해 할머니들이 귀국 후 받은 위안부 오해 등 추가적인 고통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을 이끈 이상갑 변호사는 "미쓰비시 미불 임금 부분이 남아 있다"며 "임금부분은 오늘 판결에 포함도어 있지 않았고, 이 부분은 별도의 판결을 통해 가려내겠다"고 전했다.

 이금주 태평양전쟁광주유족회장이 판결이 끝나고 기자회견장ㅇ로 이동하는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판결결과에 "매우 기쁘다"고 답했다.
이금주 태평양전쟁광주유족회장이 판결이 끝나고 기자회견장ㅇ로 이동하는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판결결과에 "매우 기쁘다"고 답했다. ⓒ 신원경

판결 이후 대한변호사협회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광주지방변호사회관으로 이동해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기자회견을 가졌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어린 나이에 강제동원된 것도 모자라, 고국 땅에서까지 위안부라는 오인으로 가정 파탄까지 겪어야 했던 통한의 세월을 어떻게 한 두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며 "그런 점에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해방 68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비로소 봄을 맞았다"고 말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일제 피해자 승소 판결은 법치주의의 승리이자 역사바로세우기의 초석"이라며 "일제 전범 기업에게 배상을 명하는 이번 판결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전했다.

피해 당사자인 박해옥 할머니는 "일본을 10년 넘게 오고 가며 겪었던 계속되는 좌절에 슬픔도 많았고, 그 한으로 매번 눈을 감아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 눈을 뜨고 함께 가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광주법원 판결문 결론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은 학교에 보내주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일본에서 비인격적인 대우와 가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소녀들 중 누군가는 일본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고향에 돌아왔으나 위안부라고 비난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들의 피해에 대해 스스로 침묵하면서 우리 사회의 경계인이 되어 살아야만 했다.

50년이 넘게 흘러 할머니가 된 소녀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외면 하에 한국의 시민단체와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10여 년에 걸쳐 일본을 오가며 재판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 여든이 넘어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한 채 다시 이 법정에 선 원고 등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으로서 원고 등과 같은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일본 정부와 피고와 같은 기업들은 이제라도 원고 등과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아픔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때 양국 시민과 정부 사이의 응어리진 감정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근로정신대#미쓰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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