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어둠으로 덮을 수 없으며 어둠을 거짓으로 덮을 수 없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 이제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하나씩 하나씩 물러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밝혀질 것이다. 새벽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한순간에 단박에 눈부시게 찾아올 것이다."4일 저녁 사제와 수녀, 신도 앞에 선 이동화 신부의 말소리가 부산 서면성당을 채웠다.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린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에 참석한 200여 명이 이 신부의 강론이 끝나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지난 9월의 첫 번째 시국미사에 이어 두 번째로 봉헌한 시국미사에 모인 사람들은 부정선거 규탄뿐 아니라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미 수녀(여자수도자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은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강행을 두고 "이 고통스러운 일의 배경에는 모두 개발과 수혜의 욕망과 탐욕의 무절제함이 있다"면서 "그 무절제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게 밀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수녀는 "밀양 송전탑 뒤에는 핵발전소가 버티고 있음에도 핵발전소 이야기는 하지 않고 전력수급만 이야기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수녀는 이른바 '외부세력' 논란과 관련해서 "우리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비폭력 직접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서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 외부세력이면 기꺼이 외부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미사에 참석한 평신도들도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외침에 동참하고 나섰다. 평신도를 대표해 강론에 나선 이규정 전 부산교구 평신도협의회 회장은 "지금 이 나라는 거짓에 의한 어둠에 갇혀 있다"면서 "국민은 어둠 속에서 기댈 언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30여 분의 시국미사의 마지막은 3차 시국선언문 낭독이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아래 정평위)는 "거짓의 암흑에 진리의 빛으로 답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부도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도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하였다"면서 "이에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퇴행에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평위는 "대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조사함에 있어 진실 규명의 책임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축소하고 수사팀을 외압·방해 심지어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지금의 사태는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정평위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공정한 수사 보장과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수사 의지도 없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을 흔드는 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그리고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평위는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관련한 즉각 특검 실시 ▲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외압과 방해 중단 ▲불법 대선 개입 수사 방해 관련자 즉각 해임 ▲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합당한 책임을 담은 요구 사항도 발표했다.
"거짓을 일삼은 자야, 너는 파멸을 꾸미고 네 혀는 날카로운 칼과 같구나."(시편 52,4)과거 국가권력 기관에 의해 선거와 민주주의의 훼손을 수없이 목격한 우리는 2013년 현재, 잊었던 과거를 또 다시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는 놀랍고도 슬픈 현실 안에 있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도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퇴행에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렇게 세워진 정권이 결국 불행과 파멸로 가리라는 우려와 그로 인해 갈등과 고통을 받아야 할 국민들의 상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밝혀진 국정원과 경찰청 그리고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이어 국군 사이버 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노동부 등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국가 기관의 조직적이고 총제적인 불법행위를 보면서 과연 불법적인 대선개입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또 그 결정권자가 어디에 이르는지 의문케 합니다. 더 나아가 대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조사함에 있어 진실 규명의 책임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축소하고 수사팀을 외압·방해 심지어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지금의 사태는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케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의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진정성이 있기 위해서는 현재 수사를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우선 물러나게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닙니까? 수사 의지도 없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을 흔드는 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정권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그리고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슬픔과 의로운 분노를 느끼며 요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1.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는 지난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가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즉각 특검을 실시하여 성역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라.
2.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수사 기관 책임자들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에 대한 그 어떠한 외압과 방해를 중단하라.
3.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를 방해하는 관련자들을 즉각 해임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조직에 의한 총체적 불법 선거개입과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하여 합당한 책임을 져라.
2013년 11월 4일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