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의 한 구절이다. 찬바람이 불 때 피는 가을 국화는 그 은은한 색과 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색부터 노란색, 붉은색이 한데 섞이는 등 그 색깔까지도 무척 다채롭다.
국화(菊花)는 모란, 작약과 더불어 3가품(佳品)이라고 했다. 과거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脩)의 '취옹정기'에 따르면 바람이 상쾌하고 서리가 깨끗한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산자락 여기저기에는 들국화가 빈틈없이 깨끗한 자태로 피어났다고 전한다. 또한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의 '국화'라는 시에서도 국화는 일년 중 마지막에 피는 꽃으로 등장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꽃이 바로 '국화'인 셈이다.
국화차 "가을에 마시기 좋아요"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기온의 연변화가 크다. 때문에 효능에 따라 계절별로 마시면 더욱 좋은 차(茶)들이 있다. 봄에는 '우전(雨前)' 혹은 '첫물차'와 '민들레차'를 마시면 좋고 여름에는 식전 입맛을 돋우는 '오미자차'와 '목련꽃차'가 꼽힌다.
가을에는 대표적인 과일인 감으로 만든 '감잎차'와 더불어 10월과 11월에 피어나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차'가 제격이다. 특히 국화차는 비타민 A와 B, 콜린, 아데닌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견뎌내야 하기에 목을 달래주는 '도라지차'와 '메밀차'를 주로 권한다.
한편 들국화(野菊)는 국화의 종(種) 이름이 아닌 구절초․개미취 등과 같이 산야에 피는 야생종 국화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는 과거 문인들이 붙인 것으로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이는 조선시대 대제학 이정보의 시조다. 심한 서릿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절개를 지키는 국화를 가리켜 '오상고절'이라고 표현했다.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우는 국화는 혼탁함 속에서도 홀로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꿋꿋함을 의미한다. 때문에 인고와 절개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군자의 자화상 등 여러 작품에 쓰이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국화꽃 향기'라는 제목의 소설과 영화가 등장해 사람들의 추심(秋心)을 사로잡는데 국화가 쓰였다.
전국 곳곳서 다채로운 국화축제 열려
한편 지난 달 2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2013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풍요로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경관 연출은 물론 독립문, 마법의성 등 대형 국화 기획품과 다양한 국화분제 작품이 전시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서울 근교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경기 가평 소재)에서도 국화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이곳에선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풍과 은빛물결로 휘몰아치는 억새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특히 제15회 국화전시회가 함께 열리고 있다. 다륜대작, 분재작, 입국, 특수작, 현애작 등 평소에 볼 수 없었던 500여 점의 다양한 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33만㎡가 넘는 정원에 갖가지 국화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외에도 ▶제20회 한림공원 국화축제(제주) ▶제16회 서산 국화축제(충남 서산) ▶영암왕인국화축제(전남 영암) ▶제10회 울산 가을꽃 전시회(울산) ▶청남대 국화축제(충북 청원) 등 국화와 관련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