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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동포 4세인  김리나(27·여 일본 이름 우키다 리나) 씨(왼쪽)와 임창평(30, 일본 이름 시바다 쇼헤이) 씨. 지난 4월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재일동포 4세인 김리나(27·여 일본 이름 우키다 리나) 씨(왼쪽)와 임창평(30, 일본 이름 시바다 쇼헤이) 씨. 지난 4월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 심규상

"벌써 체험활동 시간이 끝나가네요."

재일동포 4세인 임창평(30, 일본 이름 시바다 쇼헤이)씨와 김리나(27·여 일본 이름 우키다 리나)씨는 지난 4월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8개월 과정으로 '재외동포 모국수학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충남 공주대학교 한민족교육문화원에서의 한국어 수업 및 체험활동을 이 달 말 마무리한다.

두 사람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교사로 일했다. 임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다니던 가도마(門眞)시 제3중학교 미술 교사를 휴직했다. 김씨는 모리구치(守口)시 제2중학교 양호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후 기꺼이 모국행을 택했다.

임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영사관에서 일하던 한 영사의 소개"로, 김씨는 "동료 교사의 안내"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를 묻자 또박또박 한국어로 답했다.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중급 수준이다.

임창평 : "한국어도 배우고 제 뿌리를 찾고 싶었어요."
김리나 :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었어요."

 임씨가 20년 만에 외가쪽 친척을 찾게 해준 복사본 메모지
임씨가 20년 만에 외가쪽 친척을 찾게 해준 복사본 메모지 ⓒ 심규상

"20년만의 외가 친척들과의 만남... 무척 반가웠어요"

임씨의 증조부 고향은 북한이다. 증조모는 충북 옥천이다. 집안 어른들에 따르면 할머니가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 북한 친척들과 왕래가 많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 중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게 되자 주소와 연락처를 다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20년 이상 한국과 연락이 단절됐어요, 증조할아버지 고향은 북쪽 어디인지도 모르게 돼 버렸어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친척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죠, 일본 친척집에서 복사본 메모지를 단서로 찾아 나섰어요."

 재일동포 4세인 임창평(30)씨
재일동포 4세인 임창평(30)씨 ⓒ 심규상
그가 말하는 복사본 메모지는 외가쪽 호적등본이었다. 그는 얼마 전 충북 옥천 안내면에서 20여년 만에 그리던 외가 친척들과 만났다. 임씨가 당시를 떠올리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무척 반가웠어요, 이모들이 살고 계시더군요, 기쁘게 맞아 주셨어요, 외가쪽 조씨 문중(본관 백천)의 증조부에 해당되는 종친회장과도 만났어요"

김씨 또한 증조부의 고향을 모른다. 증조모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이다.

"곧 신안에 찾아가 뿌리를 느껴볼 계획이예요, 어떤 모습일지 많이 설레요, 한국의 시골 풍경이 너무 좋거든요."

임씨가 모국을 방문한 이유는 또 있다.

"학교에 재일교포 출신 학생들이 좀 있어요,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요."

"재일교포라는 사실, 숨겨달라는 학부모 있어요"

임씨는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끝까지 숨겨달라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가정방문을 가면 재일교포인지 아닌지 금방 알게 돼요, 학부모들 중 모르는 것으로 해 달라는 분이 있어요, 부모님 세대에 받았던 차별에 대한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숨기지 말고 아이에게 얘기해 주기를 바라요, 다행히 일본 사회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임창평 : "재일교포인 걸 숨길 수도 없고 한국에 대한 자부심 있어 숨길 필요도 못 느낍니다. "

임씨는 내년 1월부터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집단 희생자 유해, 큰 충격 받았다"

 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 심규상

임씨는 지난 8월 홋가이도에 있는 일본강제징용자 유해발굴 작업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징용자 관련 영화에서 가족을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의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 같은 처지라는 동질감에 자원했어요."

지난 10월 그는 짬을 내 공주 왕촌 살구쟁이 유해발굴 현장을 견학했다. 왕촌 살구쟁이는 1950년 당시 공주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충남지역 보도연맹원 400여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총살돼 묻힌 곳이다.

"살구쟁이에서 집단 희생자 유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홋가이도에서는 유골이 별로 나오지 않았기도 했지만 일본의 강제연행으로 한국인을 비롯 중국인 등 다른 민족이 희생된 거잖아요, 일본인들이 반성해야 할 과거가 있지만 한국 내에서도 그런 해결해야 할 과거사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교학사 교과서, 찬성할 수 없다"

- 일본에서 왜곡역사 교과서 논란과 비슷하게 한국에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일고 있어요, 교학사판 한국사교과서는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침략이 당시 세계사적 흐름에서 필연적인 부분이 있었고 식민통치를 통해 한 국민의 근대의식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찬성할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일본 교과서에서도 그런 내용을 공부한 적이 없어요, 침략은 좋지 않은 건데… 침략이 없었다면 한국이 당연히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재일교포 4세인 김리나(27) 씨
재일교포 4세인 김리나(27) 씨 ⓒ 심규상
증조부 고향인 북한에 대한 그의 인식이 궁금해졌다.

"고향이라 싫진 않아요, 북한에 있는 가족도 만나보고 싶어요, 친구들이 북한에 대해 '나쁜 나라야' 할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파요, 북한 정부 입장과 방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국민들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들에게 한국어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을 각각 물었다.

김리나 :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이요, 참 정이 가는 표현이예요."
임창평 :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말이라 좋아해요."

두 사람에게 이번 모국 방문 프로그램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김씨는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경험이었다"며 "진로를 고민 중이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에 임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는 오사카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다.


#재일교포 4세#한국문화#뿌리찾기#교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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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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