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 제발이지 빨리 좀 밟아!" 맨 앞차한테 빨리 달리라고 채근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맨 앞차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천천히 가는 듯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내가 내려서 앞으로 가서 밟고 싶다" 하는 소리가 들려 올 정도였다.
여행 두 번째날 우리나라 3대 관음 기도처로 유명한 남해 금산보리암을 관광하고 남해 해양가를 달리는 해양레일바이크를 탔다.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레일바이크에 올랐다. 맨 앞차는 우리 일행 중 4명이 선두로 나섰다. 우리 팀은 3명이 탔고 앞에서 4번째로 출발했다. 출발하고 반환점까지는 신나게 달렸다.
양옆에 활짝 피어있는 가을 꽃과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면서 더욱 신이 났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긴장감과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컴컴한 터널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하트 모양의 전구들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났다. "와 여기 젊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겠다" "젊은 사람들만 좋아하니? 나이든 우리도 이렇게 신이 나는데" 하면서 여행의 절정을 만끽했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하였다. 돌아가는 길은 약간의 언덕이 있어 페달을 조금 세게 밟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밀리지?" "우리 앞에사람들이 또 못 밟나 보다" 하곤 앞을 살폈다.
반환점을 돌기 전 우리 바로 앞에 탄 사람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우리가 조금은 답답했었다. 그들도 우리가 바싹 따라가자 겁이 났는지 천천히 오라고 손짓을 하기도 했었다. 속도를 조절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으로 브레이크 장치를 잡았다 놓았다 하면 충분했다. 약간의 언덕에서는 페달을 조금 세게 밟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늦어서가 아니었다. 맨앞 우리 일행들이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예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뒤에서 소리를 질러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드디어 뒤에 따라오던 레일바이크들이 몽땅 제자리에 서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뒤에서 재촉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앞에서 우리 보고 추월하라는 손짓을 한다. 하지만 그곳은 그러지 못하는 곳이기에 답답함을 더 했다.
우리 앞차도 정말 답답했는지 우리한테 "저 앞차가 저만치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나게 달려볼까요?" 한다. "그래요. 좋지요" 하곤 우리들은 "어머나 저 사람들도 답답한가 보네. 갈 때에는 자기 네가 그렇게 늦게 간 것을 모르나 봐" 하며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출발점에 다시 도착했다. 그곳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관리인도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도착했어요?" 하며 물으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려서 우리들도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이 더욱 걸작이었다. "음 겸손하게 달렸어" 한다. "겸손할 때가 따로 있지. 이럴 때에는 적당히 달려주는 것이 겸손이야" 하며 레일바이크의 추억을 그렇게 담았다. 그들은 끝까지 진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4명씩이나 탔으면서 설마 페달을 잘 밟지 못해서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