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가 하루하루 추워지는 가운데 텃밭에 남겨진 작물들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김장하는 날에 맞춰서 작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이른 추위에 밭에 남겨둔 배추와 무 등 김장 작물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몇 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배추는 영하 3~5도에도 냉해 피해를 입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추위는 부드러운 섬유질의 세포 조직을 단단하게 해준다. 약간은 거친 맛이 생길 수도 있지만 짓무르지 않는 탱탱한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무는 다르다. 무는 수분이 많은 채소기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면 얼고 바람이 들어서 맛이 떨어진다. 영하의 날씨가 며칠간 지속된다면 보온 비닐을 덮어주거나 수확 후에 무청(잎)을 떼어내고 서늘한 곳에 보관을 하는 게 좋다.
겨울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김장 작물보다는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 같은 뿌리작물들이다. 추위에 얼지 않도록 보관을 잘한다면 다음해 봄까지 먹을 수도 있고, 다시 작물을 키우는 데 쓰일 종자로 삼을 수도 있다.
겨울잠 자는 휴면작물 봄까지 보관하기뿌리작물은 겨울 동안 휴면 상태(동물의 겨울잠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를 거쳐 봄이 되면 싹을 틔우려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 기간에 저온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온도 변화가 들쑥날쑥해지면 작물은 불면증을 겪는 것처럼 휴면을 취하지 못해 썩거나 불량종자가 된다. 고구마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냉장고 문을 여닫으니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고구마·야콘·생강·토란과 같은 뿌리작물을 실내에서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만 있으면 된다. 박스는 두껍고 크면 좋다. 작물이 휴면을 하는 동안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박스에 새끼손가락만한 구멍을 몇 개 만들어주자. 그리고 박스 안에는 보온력을 높일 수 있는 볏짚이나 왕겨를 깔아주거나 신문지와 같은 종이를 상처가 없거나 적은 작물들과 함께 넣어주면 된다.
작물 보관에 적합한 실내 장소로는 거실이나 현관 안쪽 등이다. 외부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곳이면 되는데, 이와 같은 장소에서는 박스를 천장에 가깝도록 올려놓으면 된다. 만약 난방이 안 되는 곳이라면 바닥에 보관해도 된다. 아파트의 발코니는 보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으며, 난방을 해주는 방 역시 실내 온도가 높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위와 같이 해두면 봄이 오는 3월까지 작물을 보관하면서 싱싱한 상태로 먹을 수도 있고, 나중에 종자로도 사용 가능하다.
겨울잠 깬 휴면작물, 싹은 어떻게 틔워주나
이렇게 보관한 작물을 종자로 사용할 경우, 밭에 옮겨 심는 시기에 맞춰서 싹 틔우기(모종)를 해주면 된다. 장소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실외나 베란다와 같은 실내에서도 가능하다. 모종으로 싹을 틔우는 기간은 작물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겨울 날씨가 풀리는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에 시작해 30~40여 일 동안 모종을 만들어 5월 중순을 기준으로 밭에 옮겨심으면 된다.
텃밭농사에 사용할 만큼의 적은 수량은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하면 된다. 상자에 밭흙을 넣거나 모종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상토를 구입해 쓰면 된다. 상자 중간쯤 흙을 채운 뒤 작물을 넣고 5cm 정도로 흙을 덮어준다. 그런 뒤 흙이 흠뻑 젖도록 물을 한 번만 주고 이후로는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두면 새싹이 올라온다.
고구마는 잎이 3~4매 달린, 25cm 정도의 크기로 줄기가 만들어지면 꺾어서 모종으로 밭에 심어주면 된다. 생강도 같은 방법으로 해주면 작은 손톱만한 싹이 올라오는데, 싹 2~3개를 남긴 채 생강을 잘라서 밭에 심어주면 된다. 토란도 같은 방법으로 싹 틔우기를 해주면 되고, 싹을 틔우는 모종 상자에 투명 비닐을 덮어서 보온해주면 조금 더 빠르게 싹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