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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그의 추모예배에서 "한국은 독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다음날 추도식에선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며 아버지의 업을 잇겠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96회 생일을 맞아 '신이 된 박정희'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2013년 대한민국의 박정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 소중한

"죽은 독재자를 숭배하는 곳은 북한과 우리나라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63)는 박정희와 김일성을 동일선상에 두고 한국 현대사를 분석했다.

최 전 교수는 "박정희와 김일성은 겉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했지만 이를 이용해 각각 남과 북에서 영도자가 되는 놀음을 수십년 간 벌인 상생관계"고 분석했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결속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의미다. 그는 "적의 독재자는 악마가 되고, 우리의 독재자는 위대한 영도자가 되는 게 박정희와 김일성의 패러다임"이라며 "이는 (두 사람이)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에도 계속되고 있는 '박정희 우상화' 현상을 두고 "독재의 정당화, 그리고 그것에 따른 현 정권의 권력유지 현상"라고 단호히 답했다. 최 전 교수는 "김일성의 신격화에 제일 앞정섰던 이가 김정일과 그의 그룹들이었고, 그 목적은 권력유지였다"며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의 우상화, 절대화, 종교화 현상 역시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을 위한 것"이라고 비교했다.

또 그는 "계속 이런 상황이 유지된다면 종교가 지배한 중세 유럽 또는 3대 세습의 북한처럼 우리도 암흑의 시대에 이를 수 있다"며 "어떻게든 '박정희 우상화 현상'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지지하는 쪽은 평가라기보다 우상화, 신격화에 열을 올리고 있고, 박정희를 반대하는 쪽은 평가를 회피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의 제대로된 평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희-육영수 영정사진에 큰절하는 추모객들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박정희 추모관에서 큰절을 하며 추모하고 있다.
박정희-육영수 영정사진에 큰절하는 추모객들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박정희 추모관에서 큰절을 하며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박정희, 자기 이익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이기주의자"

최 전 교수는 최근 팔에 큰 수술을 받아 거동이 여의치 않았다.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곤 인터뷰 내내 목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럼에도 최 전 교수는 낮고 짙은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했다.

최 전 교수는 1999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박정희기념사업회'에 대한 재정 지원 의사를 밝히자그는 이듬해 20여 년 몸 담은 대구가톨릭대  교수직에서 물러나 <알몸 박정희> 집필에 들어갔다(김대중 정부의 예산 지원을 계기로 2012년 서울 마포구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 개관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김대중 정부의 재정 지원을 보고) 독재의 부활이자 북한을 따라가는 길이므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정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 소중한

최 전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이기주의자"라고 박 전 대통령을 규정했다. 비슷한 의미에서 그의 책 <알몸 박정희> 역시, 박 전 대통령을 '변신의 귀재'로 표현하고 있다.

"평범한 시골학교 학생에서 '두목 급장'으로, 보통학교 교사에서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거쳐 만주군 장교로, 박정희에서 다카키 마사오로…(중략)…공산당 최고위급 간부가 공산당 진압군 작전장교로, 무기징역 죄수에서 다시 육군 정보장교로, '빨갱이'에서 반공주의자로, 육군장성에서 반란군 두목으로, 민정이양공약에서 출마선언으로, '개헌은 없다'에서 삼선개헌으로, '이번이 마지막 출마'에서 종신 대통령으로, 어제까지 악마라고 욕하던 김일성과 손에손잡고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전 민족과 세계를 상대로 '역사적 사기'를 치고…."

최 전 교수는 "일왕에게 충성 혈서를 쓰고 스스로 '일본의 견마'가 된 사람이 박정희"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민족, 동지, 조국을 배신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고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제2의 새마을운동? 아프리카로 가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최 전 교수의 평가 역시 차가웠다. 그는 "박 대통령의 당선은 순전히 대중의 박정희 숭배에 기인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한 것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돌아다닌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당선은 심각한 역사 퇴행이다"라며 "지금이 한국 사회가 민주화 될 것인지 아니면 독재로 회귀할 것인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박 대통령의 "제2의 새마을운동" 발언을 두고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새마을운동은 일제강점기 농업진흥운동, 북한의 천리마운동과 똑같은 것이다. 국가가 계획을 설계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시스템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통치 대상, 부려먹는 대상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 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이야기 하는 게 얼마나 웃긴가. 민주화 시대에 새로운 발전 모델로 새마을운동을 다시 이용하겠다고 하는 건 시대착오도 이런 시대착오가 없다. 다 아프리카로 보내야 한다."

 청도와 포항에 각각 있는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
청도와 포항에 각각 있는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 ⓒ 소중한

"박 대통령의 집권 9개월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반공독재의 패러다임 복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 전 교수는 "어떤 면에서 박정희는 자기의 권위를 스스로 쟁취한 사람이지만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권위를 누리고 태어난 사람이다"라며 "이러한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보다 독재 체제에 더 호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은 박정희가 추구했던 세 가지 대결구도를 복원하려 하고 있다"면서 "남북대결 구도, 좌우대결 구도, 영호남대결 구도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보수 세력에게 이런 대결구도의 형성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13일 대구 자택에서 만난 최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박정희 우상화, 중세 유럽·북한처럼 암흑되는 길"

- 언론 노출이 거의 없어 사전 취재가 어려웠다.
"건강이 좀 안 좋았다."

- 책을 쓰고 난 후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평가라기보다는 우상화, 신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쪽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박정희 반대하는 쪽에서는 평가를 회피하고 있다. 회피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이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 보니 두려운 거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쓴 <알몸 박정희>(2001).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쓴 <알몸 박정희>(2001). ⓒ 소중한

- 박정희 우상화 현상,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절대권력의 절대숭배는 아마도 한민족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독재자를 숭배하는 민족 봤나. 최악의 독재재인 히틀러, 스탈린, 제3세계 독재자들은 시대가 끝나면 잊혀지거나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유독 남북한에서만 최악의 독재자가 최고의 영도자로 숭배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신격화에 제일 앞장섰던 사람이 김정일과 그의 그룹들이다. 목적은 권력 유지다. 한국의 박정희 우상화 세력도 권력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계속 이런 상황이 유지된다면 종교가 지배한 중세 유럽 또는 3대 세습의 북한처럼 우리도 암흑의 시대에 이를 수 있다. 어떻게든 '박정희 우상화 현상'을 저지해야 한다."

- <알몸 박정희>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박정희기념사업회'에 재정 지원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독재의 부활이자 북한을 따라가는 길이므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정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2000년 20여 년 몸 담은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를 그만두고 <알몸 박정희> 집필에 들어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 소중한

"박정희와 김일성, 독재 위한 상생관계"

- 박 전 대통령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이기주의자이다. 멀쩡한 한국인이 일왕에게 충성혈서를 쓰고, 스스로 '일본의 견마'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그러다가 해방이 되자, 곧바로 독립군으로 변신하고, 독립군가까지 만든다. 이후 남로당 최고위직에 올랐다가 자기 정체가 발각되자 남로당 조직을 폭로하고 자신은 살아남는다. 이런 과정을 보게 되면 박정희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민족, 동지, 조국을 배신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자기의 필요에 따라선 걸리적 거리는 사람을 서슴없이 제거하고,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또 박정희는 김일성과 상생관계에 있었다. 각각 남과 북을 자기의 왕국으로 만들지 않았나. 겉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했지만 이를 이용해 각각 남과 북에서 영도자가 되는 놀음을 수십년 간 벌였다. 서로 간첩과 무장부대를 보내면서 내부의 적개심을 끓게 하면 적의 독재자는 악마가 되고, 우리의 독재자는 위대한 영도자가 된다. 이게 박정희와 김일성의 패러다임이다. 이는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 됐다."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머리를 숙이고 추모하고 있다.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머리를 숙이고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 최근 박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거론했는데? 
"새마을운동은 일제강점기 농업진흥운동, 북한의 천리마운동과 똑같은 것이다. 국가가 계획을 설계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시스템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통치 대상, 부려먹는 대상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 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이야기 하는 게 얼마나 웃긴가. 선진국 어디에서도 관심을 안 갖는다. 아프리카 독재국가에서나 새마을운동을 배우겠다고 한다. 민주화시대에 새로운 발전 모델로 새마을운동을 다시 이용하겠다고 하는 건 시대착오도 이런 시대착오가 없다. 다 아프리카로 보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 9개월, 반공독재 패러다임의 복원"


- 박 대통령의 집권 9개월을 평가해 본다면?
"반공독재의 패러다임을 복원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박정희는 자기의 권위를 스스로 쟁취한 사람이지만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권위를 누리고 태어난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보다 독재 체제에 더 호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가 추구했던 세 가지 대결구도를 복원하려 하고 있다. 남북대결 구도, 좌우대결 구도, 영호남대결 구도가 그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만들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려고 하는 것 모두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다. 보수 세력에게 이런 대결구도의 형성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맞서 야당을 비롯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세력, 그리고 각계의 민중세력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민적 연대를 해야 한다. 단순히 박근혜 정권에 저항하는 것으론 불충분하다. 민주공화국 패러다임의 가치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정책을 개발하고, 교육을 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알몸 박정희>(2001)의 저자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 소중한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8월에 한 수술로 1년 정도 요양을 해야 할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을 주제로 글을 쓰던 게 있는데 본격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한다."


#최상천#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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