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
"왜 자꾸 웃어. 미친 거 아니야?(웃음)"기사 편집을 하며 자지러지는 나를 보며 맞은편에 앉은 박아무개 선배가 한 마디 한다.
"아, 너무 웃겨요. 큭큭."나를 이렇게 '빵' 터지게 만든 기사는 이정혁 시민기자가 쓴
'대한민국 90%가 종북... 해돌이, 자네가 필요하네'. 30여년 전 봤던 '반공영화' <해돌이의 대모험>을 통해 보수세력의 '종북몰이'를 풍자한 글인데, 그 '글맛'이 엄청나다. 재치 넘치는 유머 속에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살아있다.
모친의 현명함은 여기서 빛이 나는데, 육체적 타작을 즐겨하는 여타의 모친들과는 달리 당근의 활용법을 빠삭하게 알고 계신 분이셨지. 밀린 과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바로 자네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신 것이네. 전신주마다 붙어 있는 자네의 변신한 모습은 어린 나의 가슴에 불을 지폈지. 하루 밤을 꼬박 새워 과제를 청산하고, 그 다음 날 사촌누나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네. 그리고 자네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이루어진 것이지.아, 그 순간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납북된 자네 부친을 찾기 위해 하늘나라 천사 예삐의 도움을 받아 휴전선을 넘는 장면에서 내 온몸은 전율했고, 고생 끝에 탄광에서 아버지를 찾았다가 북괴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네. 그리고, 예삐의 마법으로 거대 녹색 괴물로 변신해 괴뢰군들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난 주먹을 꽉 쥔 채 벌떡 일어나 외치고 말았지."나도 공산당이 싫어욧!"지난 9월, 취재팀을 나와 편집부로 배치되었다. 이정혁 시민기자도 지난 9월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썼다. 편집기자 3개월차, 여전히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길은 멀기만 하고, 기사 가치 판단은 쉽지 않다. 이렇게 버벅대는 나와는 달리 시민기자 3개월차, 이정혁 기자의 활약은 대단하다.
9월 29일 첫 기사를 시작으로 11월 13일 현재까지 쓴 총 10편의 기사 가운데 7편이 '오름'에 올랐다. 물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기사 등급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큼 편집 기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새뉴스게릴라 이정혁 기자를 만나보았다.
☞ 이정혁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텐트 안 랜턴 불빛 아래, 이 갈며 쓴 첫 기사 -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뱃살 아래로 벨트 라인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 삼십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다섯 살, 네 살 난 아들 둘과 사자 같은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이 마흔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여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 삶의 꿈은 희곡작가입니다."
- 어떤 계기로 '나도 <오마이뉴스>에 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됐나요."근본적 계기는 2013년 8월 25일에 대구에서 있었던 '<오마이뉴스> 찾아가는 글쓰기 특강'을 듣고 나서 용기를 얻었고요, 좀 더 직접적인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캠핑 갔다가 시끄러운 분들 때문에 밤을 새우게 되었는데, 그때 텐트 안에서 랜턴 불빛 아래 이를 갈며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당신네들, 내가 기사로 쓰고 말겠어…' 뭐, 이런 심정이었지요(웃음). (관련 기사 :
옆집 가정사까지 실시간 생중계... 아빠 어디가?)
- 첫 기사부터 오름, 사이다(사는이야기 다시 읽기) 코너("쭉~쭉쭉쭉 술이 들어간다"...이야기가 살아있네)에도 소개될 정도로 글 솜씨가 범상치 않은데요.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글을 쓰셨나요. "전문적으로 글을 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희곡 습작 정도? 최근 '카카오스토리'라는 걸 후배가 소개해줬는데, 거기에 한두 개씩 글을 쓰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문장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글쓰기에 재미가 붙고, 훈련이 됐어요. 요즘도 예전에 썼던 카스 글 중에서 인용하거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 캠핑, DSLR, 민방위 훈련 등 일상에서 글감을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아이템을 어떻게 잡는지, 비법을 공유해 주세요. "일단 직장 밖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경험들은 모두 글 소재가 됩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살짝 이탈하는 순간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면, 왜 사람들이 캠핑에 열광하지? 왜 민방위 교육에서 이런 내용을 강의하지? 뭐, 이런 식이죠. 자꾸 물어보는 걸 습관화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직업이 치과의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사가 오르면 가장 먼저 좋은 기사 원고료 주는 사람들이 저희 직원들입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하죠. "원장님, 이제는 제발 병원으로 돌아오세요!" 원고료 1000원만 달라고 직원들 꽁무니 쫓아다니고, 직원들은 도망 다니는 풍경이 요즘 저희 병원에서 자주 관찰 됩니다. 하하."
- 댓글, 쪽지 등을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나요? "해돌이에게 보내는 편지 글에 악플이 무지하게 달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경 안 쓸려고 했는데, 네살짜리 막내아들한테 까지 종북이니 뭐니 하면서 욕하는 거 보니까, 그냥, 상종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댓글에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쿨하게(웃음)."
- '미치도록 '에쎄랄'이 갖고 싶을 땐' 기사에 많은 공감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카메라는 잘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말 수개월에 걸친 프로젝트 끝에 구매한 '에쎄랄'이어서 요즘도 신주단지 모시 듯, 늘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고, 그렇게 하지요. 가끔 추울까봐 보조석 열선도 틀어주고요(웃음). 그런데 막상 사진은 별로 안 찍어요. 기술이 늘거나 그러지는 않고, 그냥 액세서리의 느낌이 큽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 쓸 시간 없어 술 끊자고 다짐
-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그게 바로 접니다' 기사에 '고아라보다 훨씬 더 고운 여자와 첫사랑을 했었는데... 잘 살고 있지?'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헉' 했는데요. 혹 부인이 이 댓글을 보고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나요 .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을 보면 부인에게 꽉 잡혀 사시는 것 같은데(웃음). "그 댓글 단 사람이 누군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저를 매우 가까운 데서 지켜보던 분 같은데…. 제 아내는 대학 연극동아리 후배입니다. 학교 때 같이 연극하며 뒹굴고, 연애하기 전까지 10년간 있는 꼴 없는 꼴 다 봐가며 옆에 있던 후배라서, 기분 나빠할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 댓글은 아직 못 본 것 같습니다만(웃음)."
- 부인이 발행한 '음주쿠폰'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용돈의 90%를 술값으로 지출한다고 하셨는데, 끊을 생각은 없으신가요? "안 그래도 요즘 단주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큰 이유 중 하나가 글을 쓸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은 술을 마시는 데, 술 마시는 시간 술 깨는 시간 합치면 엄청난 시간이 사라지거든요. 도저히 기사 쓸 시간이 없어서 술을 끊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실린 다른 기사 가운데 즐겨보는 기자의 기사가 있나요. "특별히 눈여겨보는 기자의 글은 없고, 출근하면 접속해서 하루 종일 거의 대부분의 기사를 읽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워서요. 정말 맘에 드는 기사는 원고료를 보냅니다."
- 끝으로,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얼마 전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우리나라의 언론, 특히 상식있는(?) 언론들의 경영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살아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언론이 무너진 세상에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과 정의를 알려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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