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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은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은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수사결과 그동안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저자세 회담'이라고 문제를 삼았던 회의록 내용의 상당 부분은 국가정보원에 의해 수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초본) 부분을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고친 것은 국정원이 실제 녹음내용에 따라 수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을 다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초본과 최종본 모두에서 확인됐다.

초본 98쪽 - 완성본 103쪽... 5쪽 차이


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삭제된 것을 복원한 회의록(초본)과 최종 완성본 회의록의 차이를 밝혔다. 초본은 총 98쪽이고, 완성본은 103쪽 분량이다. 검찰이 공개한 '차이'는 전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회의록이 과연 어떻게 다른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검찰은 두 회의록의 차이를 ▲ NLL 관련 부분 ▲ 단어 ▲ 내용보완 ▲ 화자 ▲ 호칭·명칭 ▲ 말투 등 여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검찰에 따르면, NLL 관련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해결"과 "치유" 부분이다(위 표 참조). 초본에는 노 대통령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는 반면, 완성본에는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고 돼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해결'은 적극적 변경의 의미이고 '치유'는 중립적 의미라면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은폐 의도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수정한 주체는 국정원이었다. 검찰은 "'해결'이 '치유'로 변경된 부분은 국정원이 실제 녹음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초에 '치유'라고 말했는데 '해결'이라고 국정원이 잘못 풀었고, 그것을 다시 국정원이 바로잡은 것이다. 그 외 NLL 문제와 관련해 차이는 극히 미미했다.

 A : 북방한계선(NLL), B :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A : 북방한계선(NLL), B :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 위키미디어(Tomchen1989)

또한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중요한 부분이 추가로 확인됐는데, 당시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히려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점이다.

초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 서해 문제가 복잡하게 되어 있는 이상에는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선언)한다. 그리고 해주까지 포함되고 서해까지 포함된 유지는 제외하고, 육지는 내놓고, 이렇게 하게되면 이건 우리 구상이고"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초본과 이미 공개된 완성본의 차이는 "되어 있는"이 "제기되어 있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당시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거꾸로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의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고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백두산 관광도 허용했다는 것을 한 줄 어떻게..." 발언자,
초본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오기



그밖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 중 "자주"라는 단어가 초본에서는 "자조"라고 잘못 적혀 있었고, 노 대통령의 발언 중 "설치하는"이 초본에서는 "건설하는"이라고 바뀌어 있었다. 특히 "백두산 관광도 허용했다는 것을 한 줄 어떻게…"라는 김 위원장 발언의 화자가 초본에서는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잘못 적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위 표 참고).

또한 "서해바다로 해서 해저로 땡겨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초본 발언이 최종본에는 "서해바다로 해서 해저로 땡겨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북측을 통과하면 훨씬 빠른 시일 안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상세하게 보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세 회담' 근거들, 국정원이 수정

그 외에는 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모두 "저"(초본)가 "나"(완성본)로, "저희가"가 "우리가"로 바뀐다거나, "님"자 호칭이 생략된다거나, "여쭤보고"가 "질문하고" 하는 등의 수준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런 호칭 수정을 한 주체 역시 조 비서관이 아니라 국정원이었다.

두 회의록의 이같은 차이는 소위 봉하 이지원(e지원)에서 복구한 회의록의 성격이 검찰에서 주장했던 '또 하나의 회의록'이 아니라, 참여정부 측에서 주장했던 '완성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초본'이라는 쪽이 더 합리적임을 보여준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시종일관 "검찰이 복구했다는 회의록은 초본일 뿐"이라며 "국회 회의록을 작성할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록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본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초본을 '삭제된 회의록', 완성본을 '유출된 회의록'이라고 표현하면서 "모두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 다른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는 수정 전후 회의록이 모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 보존된 사례도 있다"면서 "설사 초본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고도 파기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의 백종천 실장과 조명균 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회의록#노무현#김정일#NLL#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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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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