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의 A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아무개(21)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강의를 듣는 중 갑자기 강의실 밖으로 나가 곧바로 학내건물 7층에서 뛰어내렸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한군은 결국 숨졌고, 그의 가방에서는 "이제 깊은 잠을 자고 싶다"는 유서 형식의 쪽지가 발견됐다.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지인에 따르면 한씨는 학업과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총 1만 4160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8.8명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28명인 이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입시에 지친 청소년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청의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자살자수가 초중고생 자살자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통계를 살펴보면, 대학생 자살자수는 332명, 초중고 청소년 자살자수는 137명이었다.
2009년, 취업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97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88%가 "자살 충동을 느껴봤다"고 답했다. 이미 암과 교통사고를 제치고 자살이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된지 오래다.
대학생 자살, 우울함과 소통의 부재가 원인그렇다면 무엇이 20대를 자살로 몰아가는 걸까?
전문가들은 충동 제어가 안 된다는 점을 대학생 자살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A대학교에서 정신건강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박은미 교수는 "요즘 대학생은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의 통제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너무 어릴 적부터 장시간 학원에 앉아있는 등 강제적인 학습에 길들여져 오면서 외적으로 충동을 제압당하다보니, 정상적으로 충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한 한아무개씨처럼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려도 주변에서 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좀처럼 자기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살기도 경험이 있는 최아무개(23)씨는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막상 심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는 없다"면서 "속으로 삭이고 버티다보니 홀로 감옥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다"고 답답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심리상담센터의 강용 원장은 "자신의 문제나 고민을 타인에게 털어놓고 객관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다보면 결국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것은 곧 분출할 통로가 없다는 것이며, 스스로 더욱 그 문제에 고립되고 매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생들의 교우관계가 고등학교 때와 달리, 아주 피상적이고 전략적인 경우가 많아 제대로 소통할 대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카톡 몇 개 날리고, SNS에 댓글 한 줄 달아줄 '겉친'은 넘쳐나도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을 만한 진정한 대인관계가 없다는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다.
죽음의 문턱보다 높은 '취업문'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자살은 스스로의 충동이나, 관계의 문제 등 철저히 개인적인 측면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A대학교 응용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박아무개(27)씨는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25번째로 낙방했을 때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땐 정말 처참했다. 대학 다니는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죄다 떨어지기만 하는지. 내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건가 하고 존재의 회의감까지 느끼면서 정말 죽고 싶었다." 박은미 교수도 대학생 자살과 관련 취업과 경쟁 등 사회적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너무 일등부터 줄을 세우고 있지 않나.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특히 성취욕 높은 요즘 세대는 자기가 경쟁에서 낙오되는 걸 참을 수 없어 한다. 거기다 부모가 자식들이 경쟁에서 낙오되는 걸 참지 못해하면 그게 다 자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대학생들 부모 연령대가 대부분 50년대 후반이나 60년대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세대들이다. 그땐 한창 경제 성장 시기니까 취직이 아주 잘 됐다. 본인이 노력을 하면 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열심히 하면 어렵지 않게 뭔가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을 88만원 세대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래가 너무 뻔하니까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이번에 자살한 한아무개씨를 보면서 문득 지난 4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녀가 깨어나기 무섭게 그녀의 엄마는 엄포를 놓았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 비몽사몽이던 그녀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 자살하려고 했다고 말하지 마. 너 그런 거 기록에 남으면 평생 취직도 못해!"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갔는데도 취업의 문턱이 더 높게만 느껴지는 우리 사회가 더더욱 20대를 자살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 1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