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겨울 불과 십여 일 전 늦가을 단품이 아쉬움을 더하며 벌써 눈소식이 전국적으로 들려온다. 매서운 바람에 온통 거리에는 낙엽들이 쌓여간다. 제대로 물들지 않은 나무들도 있건만….
남원지역의 불교문화재 탐방 답사를 다녀온 이후 미루다 제대로 정리를 못하고 일부를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남원지역의 불교문화재는 다른 곳에 비해 많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도 많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향토지에 소개된 이런 문화재들은 찾기 쉽지 않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가야 한다.
처음 찾아간 곳은 용정마을에 있다는 석불좌상. 용정마을 입구에는 그나마 전라북도 기념물 제79호 남원사직단이 있고 길가에 효자비 2기가 있어 그나마 이정표를 삼아 간다. 찾아가는 불상의 이름은 향교동 석불이라고 한다.
사직단을 지나서 골목을 통과하고 마을 안쪽 집까지 가면 일반 가정 집 대문 앞에 문화재가 있다. 이 동네에 사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 할 정도다. 머리가 없는 석불좌상은 전체적으로 느낌상 경주 지역 불상과 흡사하다.
마을 안쪽에는 우물이 있고 주변에 석대좌와 귀부 등 석조물들이 흩어져 있다. 답사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이곳을 찾을 일은 없을 듯하다.
이제 호기리 마애불로 간다. 고려시대 초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2001년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훼손될 위험에 처하자 바위를 일부 잘라내 원래 위치에서 남쪽으로 약 50m 떨어진 곳에 옮겨졌다.
현재 벽면 없이 맞배지붕 건물에 모셔져 있다. 바위에 돋을 새김했고, 주변의 바위 면을 파내어 만든 약사여래불로 추정된다.
인근에 있는 용담사로 간다. 보물 42호 용담사지 석불입상은 현재 주변 보호각을 해체하고 확장하는지 아예 불상 전체를 보지 못하게 봉해놨다.
마당에는 잘 보지 못하는 양식의 예사롭지 않은 탑이 있다. 무척 길쭉해 딱 보는 순간 답사객이라면 마치 화순 운주사의 석탑들과 양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탑 앞에는 투박한 비례가 다소 아쉬운 석등도 완전하게 남아있다.
대복사에는 현재 건물로 극락전과 칠성각·요사채 등이 있다. 대복사 극락전 돌계단은 한 개의 돌로 만들어져 있다.
극락전은 내부에 철불인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모시고 불상 뒤에 후불탱화와 신중탱화·지장탱화가 걸려 있다.
대복사 동종은 하단에 음각되어 있는 명문에 따라서 1635년(조선 인조 13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절 마당에는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는 석조물들이 남아 있는데, 각각의 부재들이 다 조립돼 있다. 원래는 남원 지역세서 작은 크기의 석불좌상이 야외에 있었으나 현재는 별도 보관해 볼 수 없다.
남원 지역의 불교 문화재를 다 둘러보려면 며칠은 걸릴 듯하다. 이런 유적들도 대접받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현지 답사는 지난 11월 10일에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