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법원이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무시한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0일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대법원 전원합의체)은 "'1표의 격차'가 최대 2.43배 벌어진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는 헌법을 위반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일본 변호사 단체는 선거구별 의원 1명 당 유권자 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른바 '1표의 격차(가치)'가 발생한 중의원 선거는 위헌이라며 전국 14개 고등재판소 및 고등재판소 지부에 선거 무효 소송을 냈다.
이날 다케사키 히로노부 대법원장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1표의 격차'가 최대 2.43배나 벌어진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평등 선거권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판결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 무효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사상 초유의 중의원 재선거 사태는 피하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히로시마 고등법원 오카야마 지부도 오카야마 제2선거구의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하며 "'1표의 격차'를 시정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의회가 선거구 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에도 선거구별 유권자 수의 격차가 최대 2.3배에 이른 2009년 중의원 선거가 위헌이라고 판결하며 과감한 선거법 개혁을 요구했으나 의회는 미온적인 조치에 그쳤다.
의회는 중의원 선거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의석을 '0증가 5감소'하는 긴급 수정법을 통과시켰으나 이번 선거에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1표의 격차'가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고, 결국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
'1표의 격차' 둘러싼 논란... 남 얘기 아니다?지난해 중의원 선거를 통해 정권을 탈환한 아베 신조 정권은 이번 판결로 재선거 우려를 덜어냈으나 일각에서는 "위헌 선거로 당선된 의회가 헌법을 개정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대법원의 위헌 판결까지 내린 '1표의 격차'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커지면서 2011년 헌법재판소가 인구 편차의 합헌 기준을 3배로 결정했고, 상당 기간이 흐르면 2배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에 맞춰 선거구를 나눌 경우 지역에 따라 의석 규모가 큰 차이가 나게 되면서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과도한 의회 지배력을 갖게 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1표의 격차'를 엄격히 제한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최대 2배 이하의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여 1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헌법의 평등 선거권과 농어촌을 배려하는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