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이용하세요. 종량제 봉투도 돈입니다. 쓰레기를 모아뒀다 등굣길에 학교에 버리면 생활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자취생 십계명' 중 하나인 '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에 덧붙여진 설명이다. 인터넷에서 널리 퍼진 이 글은 자취생들에게 학교를 이용하여 종량제 쓰레기 봉투, 물, 휴지 등의 생활용품비를 절약하라는 충고를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 내 쓰레기 통에 생활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이 쉽게 눈에 띈다. 각종 썩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화장 솜, 면봉 등의 미용 용품, 낡은 의류 등 도저히 대학 내에서 발생했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쓰레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물론 이러한 쓰레기들이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어 있을 리는 없다.
"내가 낸 등록금이 얼마인데" vs. "비양심적"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에 생활 쓰레기를 버릴까. 지난 1일~11일 열흘간 '구글 리서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서울여대를 비롯해, 고려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총 5개 대학 커뮤니티와 SNS를 이용해 자취 중인 대학생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여성 응답자는 248명, 남성 응답자는 122명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자취생 37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가 '자취 중 발생한 생활쓰레기를 학교에 버린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학교에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이유를 묻자, 51%가 '생활비 절약을 위해', 26%가 '분리수거의 번거로움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기타는 23%였다. 한 응답자는 학교에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관련해 "학교에 내는 등록금이 많은 만큼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여대의 한 청소담당자는 "교내 쓰레기통에서 학교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출처가 의심되는 생활쓰레기가 자주 발견된다"며 "이러한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처리에 어려움을 더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이외에도 많은 대학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성신여대, 성균관대 등 다른 학교의 청소담당자들 역시 학생들의 생활쓰레기 불법 투기가 잦다는 데 동의했다. 휴지 등의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양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대학생 역시 많았다. 박하정(25)씨는 "개인의 작은 의무를 피하고자 단체에 큰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하였으며, 이승빈(22)씨는 "지식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