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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국회 사무처 등이 국회의원들로부터 1년에 한 번 국정감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44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에, 한 해에만 5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법 보조기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국회의원들에게는 '한 식구'라는 인식이 강해 적극적인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감사의 사각지대'에서 주먹구구식 '고무줄 예산집행'의 만성적 병폐 등으로 '눈먼 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시민이 국회를 국정감사한다!"는 주제로 8~9회에 걸쳐 기획보도 연재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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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 노동, 복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오늘날 우리 국회는 국민들과 괴리된 채 외딴 섬으로 존재한다.
 지난 6월 11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시민정치포럼이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 행사
지난 6월 11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시민정치포럼이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 행사 ⓒ 참여연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국회를 방문한 국민에게 국회가 정문에서부터 건네는 첫 인사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접촉면을 넓히고 다양한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자신의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에 출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의견을 전달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민생, 노동, 복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오늘날 우리 국회는 국민들과 괴리된 채 외딴 섬으로 존재한다.

국회가 국민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존재하는지는 물리적인 부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11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시민정치포럼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하여 국회 의원회관 앞 잔디마당에서 시민들과 의원이 함께 만나 정치와 국회에 대한 토론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는 '국회 의사당 앞 잔디마당은 대통령 의전행사나 국회 사무총장이 주관하는 행사 외에는 공식적인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공간 사용을 가로막았다. 너른 잔디마당을 이용할 근거나 절차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관행적으로 대통령 의전행사와 같은 국가 주요 행사에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당일 행사는 시민정치포럼이 국회 사무처의 협조를 얻어 진행되긴 했지만 국회가 이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국회

국회 내부규정인 국회 청사 관리 규정은 청사 방문자의 규모가 과다하거나 청사의 관리 및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근거로 국민들의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포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해당 규정은 보안과 안전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국민들의 국회 접근을 가로막고 입법과정의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권위의 상징'인 우리 국회와 달리 외국 의회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 또는 관광자원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의 의회는 담장이 없고, 의사당 앞 집회도 가능하다. 미국 의회의 경우 의사당 앞 잔디밭을 이용하고자 하는 단체는 사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의 레더먼(Lederman)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 미국 시민이 당시 시위금지 구역이었던 국회의사당 건물 근처 상원 계단 밑 보도에서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해당지역을 시위금지구역으로 규정한 국회경찰위원회 규정의 유효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의 판례(2002)에서 연방항소법원은 '민주사회에서 입법부의 근본적 기능은 시민의 의견에 접근하는 것이므로 상·하원 회의장과 의원실을 제외하고 국회의사당구역 전체는 공공에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조용하고 고요한 국회를 지향하는 우리 국회와 판이하게 다르다.

국회가 국민의 접근을 얼마나 제도화하고 있는지는 그 사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지난 9월 국회의사당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집시법 11조는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첫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첫 시정연설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회의장에 시민이 참석하면 안전에 위협?

국회 접근의 가장 큰 관문은 법안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회의장일 것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국민이 국회를 방문하고 회의를 방청하는 것은 기본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현행 국회법은 본회의와 상임위원회를 원칙적으로 공개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별도 규정으로 방청을 제한하고 있다.

국회방청규칙은 국회의원·국회소속기관의 2급 상당 이상의 별정직·서기관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의 소개를 필수 요건으로 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해당 규정에 대해 보안과 안전상의 이유라고 설명하며, 이해집단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는 경우 의원들이 의안 표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것이 국민들의 본회의 방청을 제한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까. 안전을 위해서라면 3층 방청석 난간에 유리막을 설치하면 될 것이고, 의안 표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는 대의기관인 국회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회는 입법 모든 과정에 대의를 반영해야 한다. 유권자는 개별 의원이 어떤 집단을 대의하여 의안을 발의하고 표결을 던지는지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의안의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는 상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회법 제55조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상임위원회 방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장의 허가는 자의적 기준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다.

특히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을 논의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안을 심사하는 때, 또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계수조정이 이루어지는 회의를 비공개하거나 회의 방청 신청을 거부하여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 의회와 비교하여도 우리 국회의 회의방청은 매우 제한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온라인 사전 예약만으로 본회의를 방청할 수 있고, 영국은 사전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하여 위원회 회의를 방청할 수 있다.

국민이 청원할 권리는 어디에?

국민들의 국회 접근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우리 국회, 국민의 청원할 권리는 어떻게 보장하고, 얼마나 충실히 심사하고 있을까. 헌법은 모든 국민은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청원제도는 그 효용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13대 국회부터 점차 늘어난 청원안은 16대 국회에 이르러 765건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 18대 국회에 제출된 청원안은 272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점차 줄어드는 청원제도는 국회의 청원제도 이용에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는 것에 기인한다. 국회법 제123조는 국회의원의 소개를 필수 요건으로 하여, 의원 소개 없이는 청원을 할 수 없고 민원이나 신고, 제안 등과 달리 인터넷을 통해서는 제출할 수 없다. 또한, 국회로부터 기본적 법률 요건 검토 등 어떠한 입법지원도 받을 수 없어 그만큼 제도 활용도가 떨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에 제출되는 청원안이 논의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18대 국회에 접수된 272건의 청원안 가운데 원안가결 또는 수정가결 처리된 청원안은 단 3건으로 1.1%에 불과하다. 특히 82개 청원안은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 또는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폐기되었다.

 국회 국민청원안 접수 현황
국회 국민청원안 접수 현황 ⓒ 이선미

정당들도 이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며 국회가 청원제도를 통해 국민의 의사에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가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에 의해 창안·청원하는 법률안에 대해 국회가 의무적으로 심사하도록 하는 '전자국민창안제'를 제안했고, 민주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도 5월, 온라인을 통한 청원과 청원인에게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청원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의회 청원제도와 관련하여 독일의 사례는 흥미롭다. 독일의 청원제도는 제도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청원안 논의과정까지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는데, 독일은 청원을 하기 위해 의원 소개가 필요하지 않고, 청원위원회의 대국민 청원 포털 사이트(epetitionen.bundestag.de)를 개설하여 청원포털을 통한 전자 청원이 활성화되어 있다.

더욱이 법률안의 형식적 요건 등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을 위하여 입법지원기구(Committee Service)를 구축하고 있으며, 형식 검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임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의 경우 해당 상임위 및 연방정부의 의견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전자청원을 통해 4주~6주 동안 5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해당 청원과 관련된 법안 개정 논의를 위해 공청회 개최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의 청원제도의 접근성, 청원안 논의에서의 시민 참여 등은 지금 당장 우리 국회에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청원안이 무차별적으로 폐기되는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씨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보도연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5.18기념재단의 후원을 받아 <오마이뉴스>와 공동제작하였습니다.



#국회 사무처#국민청원#국회앞 잔디밭#입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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