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부정선거 규탄한다! 대통령은 사퇴하라!"천주교 사제들과 신도들이 18대 대선 불법·부정선거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미사를 열어왔던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미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은 22일 오후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었다. 이날 미사에는 송년홍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대표신부를 비롯, 전주교구 소속 문규현, 조민철, 연구영, 박창신 신부 등 40여 명의 사제들과 5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여했다.
이날 미사가 열리는 수송동 성당 외부에는 이번 시국미사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그리고 성당 내부에는 '부정 불법선거를 규탄한다. 대통령은 사퇴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또한 입구에서는 신도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사의 시작은 사제들이 '대통령은 사퇴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동시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미사를 주관한 수송동성당 송년홍 주임신부는 "대통령 사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는 미사이기에 많은 관심과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날 미사에 쏠린 전국적인 관심도를 언급했다. 실제 이날 수송동성당에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었다.
송 신부는 "우리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결단을 보자는 것"이라면서 "불법이 드러났으니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책임을 지는 결단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이날 미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신부는 "정치와 종교 분리한다는 원칙을 구실로 진실을 외면하고 민주주의 원칙과 공정선거를 부정하는 만행에 대해 비판하기를 포기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모순"이라며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대통령에게도 비판에서 면제받을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 대통령에 대한 정당하고 건전한 비판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론에 나선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는 '종북몰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신부는 "요즘 가장 화나는 것인 종북몰이"라며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을 잘살게 해 보자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노동운동만 하면 빨갱이요 종북주의자라고 하는데, 노동자 농민이 우리의 적이냐"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어 "천안함 사건 등으로 종북몰이를 하던 사람들이 이를 선거에 이용했다, 선거부정을 저지른 것"이라며 "이러한 부정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임 시에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도록 해 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신도들이 '옳소'라며 박수로서 화답했다.
미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시국선언문'이 낭독됐다. 이날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하는 선거를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따라서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총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책임자를 처벌할 것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할 것 등을 촉구했다.
미사를 마친 후에는 촛불과 피켓을 든 채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수송동 성당에서부터 군산롯데마트점 까지 약 1km를 사제단이 앞장서고 신도들이 뒤를 따르며 행진하는 동안, '대통령을 사퇴하라', '국정원은 해체하라',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거리행진을 마친 후에는 군산지역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한편,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는 앞으로 전주·익산·정읍 등 지역순회 시국미사를 잇따라 열어 대통령 사퇴 요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불법·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며 |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루카 8:14-15)"
지난 18대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조직적으로 지금의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것도 모자라서 국방부의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국정원의 '심리전 지침'을 받아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으며, 보훈처는 안보교육을 통해서 개입하는 등 18대 대선은 국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불법 부정선거임이 명확해졌다.
경찰과 검찰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적 대선 개입을 소신 있게 수사하던 담당자들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려는 시도를 했다. 집권여당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 근거 없이 남북정상 대화록을 공개하고, 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을 유출시켰다. 동시에 정부와 여당은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언론을 통해서 국면전환용 사건들을 크게 보도하면서 국민의 여론과 요구에 물타기를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봄부터 만천하에 드러난 불법, 부정 대통령선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 사건의 중심인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촉구하는 시국미사와 시국기도회, 시국선언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천주교 전주교구도 지난 8월 26일, 152명의 사제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시국선언에 서명하고 시국미사를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직접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은 자신과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청와대 뒤에 앉아서 국민과 대화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서 발뺌을 하면서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진실을 규명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루카 8: 14-15)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하는 선거를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간곡히 촉구한다.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총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라.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
우리의 이 촉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마태 18:15-17)는 성경의 말씀처럼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며,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다. "들을 귀가 있는 대통령은 들어라."
2013년 11월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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