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시 장애인생활체육대회' 개회식이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매년 이맘 때이면 열리는 행사다. 기자도 장애자녀가 있기 때문에 매년 참석해 왔다. 참석을 하면서도 아쉬운 점은 늘 있었지만 올해처럼 불편을 느낀 때는 없었다.
23일 열린 1부 개회식에서는 비보이의 댄스와 걸그룹 플래쉬의 춤과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안철수 국회의원 등 인사들의 소개와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세리머니라고 해서 각계 인사들이 버튼을 누르니 폭죽이 터지고 무대 위에 준비해 둔 조형물이 펼쳐졌다. 이것이 1부 행사의 전부였다. 1부 행사가 끝나자 곧 점심식사가 제공됐다. 점심을 먹는 동안 행사장 스크린에서는 각 구의 구청장 및 관계자들의 축하 영상이 계속 상영됐다.
이 행사를 하고 난 후 이것이 과연 장애인들의 생활체육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서 가수, 댄서들이 동원돼 행사를 축하한다고는 하나, 장애인들과는 무관한 축하행사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유명인도 아니고, 장애인과 교감이나 연관성과는 무관하다. 기자가 보기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출연자를 섭외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국가를 제창하는 것부터 맞지 않아 중간부터 부르게 하더니만 한국무용 순서에서는 음악이 꺼진 채 무음으로 무용만 무대에서 펼쳐졌다. 점심시간에는 음향 사고로 장애인들이 놀라는 소동도 있었다. 무대 연출의 미숙함도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부 행사에서부터 점심 시간 내내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축하 메시지는 참으로 궁색했다. 우리가 이런 행사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도 관심이 있으니 선거 때에 한 표 던져 주십사 하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또 관객석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받아들고 나니 난감함마저 들었다. 지체장애부터 발달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애인이 모여 있는데도 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배려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느꼈다.
학생들과 시민으로 이뤄진 일부 행사 봉사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알지 못하는 듯했다. 많은 봉사자들이 개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어떤 봉사를 하게 할지 지휘하는 사람도 없었다. 기자가 보기에는 그냥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봉사자들도 눈치껏 하는 정도였다.
2부 행사 진행에서도 미숙함은 마찬가지였다. 참가자 명단 파악과 행사 진행 미숙은 매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참가자 명단에 있는 선수가 없어도 아무나 대신 참석하게 하고 참가 선수가 파악되질 않아 참가자들을 놓치고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항의한다고 해서 책임질 부서나 사람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참가 선수가 아닌 장애인들은 응원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경기장 밖에 풍선아트와 페이스 페인팅 부스가 마련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안내가 되질 않아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야 알게 됐다.
행사가 끝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것은 불편했다는 것과 정치인들의 지루하고 비슷한 인사말, 그리고 무대 위에서 터진 폭죽, 이게 전부이다. 행사를 위한 행사,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는 느낌 이상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1부 행사에서는 장애인과 연관성이 있는 출연자들이 섭외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치인들의 지루한 축하인사보다는 행사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이 행사를 하기 위해 각 구에서 어떻게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있는가 하는 정보들을 알려 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각 구의 생활체육 육성을 위한 노력들의 결실로 서울시 장애인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는 연계성을 알려내야 했다.
봉사단들은 행사와 진행으로 나누어 봉사가 진행되어져야 했다. 또 대회장에 나오기 전에 자신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진행을 총괄, 지도할 부서의 안내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했어야 한다. 심판진과 행사 진행에서도 장애인 행사인 만큼 경험 있는 진행 팀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행사 후에 주어지는 선물, 그리고 상과 상금을 받기 위해 복지관 중심으로 행사에 참석하는 것말고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라고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했더라면 사진을 찍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행사의 취지에 동감할 수 있는 그런 행사가 충분히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편으로는 이것도 욕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년에는 서울시장만 인사말을 해서 좋았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 구의 구청장들이 모두 인사를 한다. 참석지 못한 구청장들은 영상으로라도 꼭 한다. 내년에 선거가 겁나면 인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실질적인 관심을 쏟는 것이 표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