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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감성마을 촌장 이외수 작가를 만났다.
지난 23일 감성마을 촌장 이외수 작가를 만났다. ⓒ 신광태

"감성마을에 있는 몽요담(연못)에 얼음이 얼어 매일 오던 수달들이 굶지나 않는지 그것이 걱정됩니다."

지난 23일 오후, 화천군 감성마을을 찾았다. 읍내에서 감성마을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길, 흐릿한 초겨울 날씨가 을씨년스러웠다. 감성문학관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마음고생 많으시죠?"라는 인사에 이외수 작가는 "수달이 걱정"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최근 출간한 '<마음에서 마음으로> 북 콘서트'가 열리는 모월당(강의실), 130여 명에 달하는 독자들로 빼곡했다. 맨 뒤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나를 향해 이외수 작가가 손을 들어 보였다. '지금 콘서트 때문에 바쁘니까, 좀 있다가 보자'는 의미 같았다. 가벼운 미소로 응답을 대신했다.

"슬기로운 병영생활과 국방의무에 대한 강연했을 뿐"

 감성마을 모월당에서 열린 '마음에서 마음으로' 북콘서트엔 많은 독자들이 참여했다.
감성마을 모월당에서 열린 '마음에서 마음으로' 북콘서트엔 많은 독자들이 참여했다. ⓒ 신광태

"오늘 선생님 말씀 듣는 건 힘들 것 같죠?"
"아니야, 좀 기다려요. 모처럼 왔는데 차 한잔 하고 가야지…."

1시간여에 걸친 독자들과의 대화에 이은 팬 사인회. '오늘 이외수 작가와의 만남은 틀린 모양이다'라는 생각에 전영자(이외수 작가의 아내) 선생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조금 늦어도 괜찮다면 이외수 작가를 만나고 가라신다.

감성문학관 응접실. 작가와 지인들이 함께했다. 주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외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지인 중 한 사람이 "상황종료(하태경 의원이 트위터에 한 말)? 그거 군대나 데모 진압용에 쓰이는 용어 아냐? MBC에서 통편집하기로 했다는 게 무슨 상황종료라는 거야"라며 운을 떼자 이외수 작가가 입을 열었다.

"거듭 말하지만 난 정치적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강연) 내용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몰고 가 그 쟁점에 내가 놓이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족들에게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강연 내용은 슬기로운 병영생활과 국방의무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지난 11월 16일, 이외수 작가는 해군 제2함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통해 '군인이라는 자긍심과 국방의무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강의 종료 후 관계자가 찾아와 '강의 내용이 너무 좋다, 전 부대원에게 전파해도 괜찮겠느냐'는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과거 이외수 작가가 트위터에 했던 발언을 문제 삼은 것.

"트위터 아이디 급조해서 욕설하는 이들 늘어나"

작가는 감성마을 주변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고충상담도 한 바 있다. 장병들의 고민은 '군 생활 힘들어 못하겠어요, 어떻게 탈영하면 안 걸리는지 알려 주세요'라든가 '여자친구의 마음이 변했어요' 등이었다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외수 작가는 "네 말을 들으니까 내가 너라도 탈영하겠다, 내일 이곳으로 다시 와라, (안 잡히고) 집에까지 가는 안전하고 빠른 길을 알려줄 테니…"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상담을 마치고 돌아간 병사가 다음날 자신을 찾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여자친구들에게는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만의 군생활 중 이런 애로사항도 있다"는 말과 "내가 보기엔 멋진 남자친구다"라는 내용을 직접 녹음해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녹음 끝부분에는 "그래도 피치 못해 헤어져야겠다면 남자친구 제대 후 의논해서 해야지, 일방적 통보는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단다. 장병들은 그저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해해 줄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상황이) 지난 1월 '이외수 물러나라'며 집중적으로 나를 공격했던 상황과 비슷해요. 트위터 아이디를 급조해서 온갖 욕설을 해대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이외수 작가를 공격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어떻게든 작가로부터 리트윗(RT)이나 답글을 받아내길 원한다고. 그리고는 그 내용을 옮겨 자기과시용으로 사용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해 전파한다고 한다. 이외수 작가는 이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당사자들은 (자신의 글이) 논리정연하다고 생각하며 온갖 비방을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가끔 대꾸도 해줍니다. 타발(글발의 비유)은 그들보다 내가 더 낫기 때문이지. 허허"

그래도 못알아 듣는 사람들에게는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라는 속담을 건네기도 한단다.

"문제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거길 편집하면 되는데..."

 11월23일 토요일. 감성마을 문학관엔 수많은 독자들이 찾았다.
11월23일 토요일. 감성마을 문학관엔 수많은 독자들이 찾았다. ⓒ 신광태

"(내 발언에) 정치적인 문제가 있거나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어떤 내용이 한 구절이라도 있다면 그 부분을 편집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내용은 한 마디도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통편집을 당했는데, 사살당한 기분이 들더라는 거지."

MBC의 '이외수 통편집' 조치에 누리꾼들의 반발은 거셌다. 누리꾼들은 "국회의원, 즉 권력의 말 한마디는 잘 듣고, 그 외 다른 의견은 전혀 용납하지 않는 사람은 '진짜 사나이'가 아니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바꿔라" "진짜사나이 통편집? 이참에 프로그램 타이틀도 바꿔 '진짜 찌질이' 좋잖아?" 등의 반응이 나왔다.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한 개인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과거 '자살예방 홍보대사'를 하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작가는 몇 년 전, 트위터를 이용해 자살예방활동을 한 바 있다. "희망에는 임자가 없습니다, 가지는 사람만이 임자입니다" 등의 트윗을 한 달에 여러 건씩 트위터에 올렸다. 그리고 트윗 말미에는 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의 전화번호를 넣었다. 필요할 때 (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어느 날 항의성 트윗이 올라왔는데, 이외수 작가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 사람은 내 전화번호인줄 알고 전화했는데, 엉뚱한 사람이 받으니까 화가 났던 거지. 어쨌든 화를 낼 정도라면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바꾼 거니까 나름 성공한 셈 아니겠습니까."

이어 이외수 작가는 요새 '트윗 공격'에 대해 언급했다.

"요즘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알바들의 행태를 보면 '개XX' 'XX 늙은이'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서슴없이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살예방활동을 하는 것처럼) 누리꾼들에게 '글 쓰는 예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 기본적인 네티켓이라도 가르치고 싶은 심정이예요."

딱 보면 안다는 어느 개구리 소년의 교훈

 작가가 마련한 조출한 만찬에서, 작가 자신의 곡인 '나이만 먹었습니다'라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렀다.
작가가 마련한 조출한 만찬에서, 작가 자신의 곡인 '나이만 먹었습니다'라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렀다. ⓒ 신광태

이외수 작가는 최근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집필한 40여 권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물었던 분이 있었습니다. <벽오금오학도>가 5년 걸렸고, <황금비닐>이 4년, <장외인간>이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꿈속에서 쓴 글을 일어나 즉석에서 옮긴 적도 많았어요. 탈고를 할 때쯤이면 거의 기절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말은 술수나 요행이지요. 요즘 정치인들 보면 멀쩡한 사람에게 태클을 걸어 유명세를 타려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작가는 대화 자리 말미에 개구리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이야기의 대략은 이렇다. 북방산 개구리 보호정책 시행 전 개구리를 잡으러 계곡에 갔는데, 지렛대를 이용해 아무리 바위를 흔들어도 개구리가 나오지 않더란다. 그런데 그 마을에 사는 작은 아이가 가리킨 돌을 흔들면 여지없이 개구리가 나오더라는 것. "넌 그걸 어떻게 아니?"라고 물었더니 "딱 보면 알아요"라고 말했다고.

"소양이 부족하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마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멀쩡한 사람 모함하기, 확대 과장하기, 인기에 영합한 행동 등을 많이 볼 수 있지요. 과연 개구리가 있는 바위를 아는 소년처럼, '딱 보면 아는' (전문성을 지닌) 정치인이나 지식인이 얼마나 될까요?"

이외수 작가의 말이 오랜 기간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외수#화천#감성마을#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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